[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작업의 양분, 꿈 이야기를 좀 해보겠다. 어떻게 그것을 마주할 수 있는지, 얻을 수 있는지, 지속할 수 있는지. 부제 : 꿈을 가지는 사람들. (꿈을 ‘스케치'로 대체하여 읽어도 좋을 것 같다)
9월 24일은 특별한 날이다. 일명 샤브샤브데이. 유정의 프로필과 영상을 만들어주는 홍성우 디렉터님과 기념하는 일 년 중 하루다.
우린 몇 년 전 직장에서 만났다. 둘 다 파트타임으로 아직 ‘나의 것’이 불분명했던 그 때, 또 서로가 데면데면하던 그 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샤브샤브를 얼마나 배부르고 맛있게 먹었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 날 이후, 장난스레 꺼낸 샤브샤브데이는 올해도 기념되었다. 몇 번째지, 네 번째던가. 그렇게 일로든 이벤트로든 그를 만나는 날이면 이 생각을 가장 많이 하게 된다.
‘꿈’이란 게 뭐지?
꿈이란 것이 허구에 속하는 것인지, 현실에 걸쳐져 있는 것인지 항상 헷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대화 한 번 하고 나면 그 불분명함이 명확해지곤 한다.
여러 가지 답들 중에서도 내가 좋아한 답은 행동. 행동의 여부다.
#혼자하기 힘들면 나랑 같이 하자
애석하게도 답을 얻는 것은 해결과 다른 말이다. 해답을 해결로 연결시키기 위해서 하나의 킥이 필요한데, 이를 타인에게서 발견하곤 한다. 응원이라는 둥글둥글한 것이 그렇다. 또 나를 고스란히 봐주는 상대의 시선이 그렇다.
그에겐 신비한 힘이 있다. 내가 가진 바람이나 꿈이 부끄러운 것이 아닌, ‘현실에 자리 잡아 힘을 낼 수 있는 이야기’임을 알게 해주는 것이다.
그와 대화하다보면 내가 어렴풋이 바라던 것들이 머릿속에서 구체적인 형상으로 재현되고 있음을 느낀다. 그가 디렉팅해주기 때문이 아니라, 그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임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딱 네 이야기네. 너를 ‘공간'으로 형상화하면 그렇게 될 것 같아.
그냥 너야.”
“해 봐.”
해 봐? 지나치게 내 취향인 거 아닐까?
“괜찮아, 해 봐. 네가 생각하는걸 실현해봐.”
응! 사실 이미 어떤 선반에 무얼 놓을지도 상상했는데..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아주 작은 불씨 한 티끌일지도 모른다. 혼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 오랫동안 쌓아온 장작들을 태우기 위해선 누군가 던져준 불씨 하나가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혼자서 불씨까지 지피면 그것도 그거대로 좋겠지만, 요즘 내가 배우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사람은 사람들과 지낸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불씨를 받는게 또는 요청하는게 부끄럽거나 부족한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용기 중 하나임을 말이다.
다음 부제는 이거면 좋겠다. 꿈을 지은 사람들. 이 때쯤이면 그의 말대로 유정을 실현한 공간이 있을까. 그 곳이 벌써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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