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스타일을 완성하는 마지막 포인트는 대개 양말처럼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물건이다. 멋을 아는 사람인지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발끝을 먼저 볼 것. 언제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궁극의 것을 찾기 위해서는 그만의 시간과 감이 필요하다. 팬츠와 슈즈 사이에서 색다른 스타일링을 만들어내는 힘이 있다고 믿는 이에게 발끝에서 전체를 아우르는 양말에 대해 물어봤다.
고유한 여유와 분방함
꼬르떼 코리아 지사장 이정운
나만의 양말과 신발 매치 가이드
과감한 컬러의 양말을 선택해 위트 있는 스타일링을 즐긴다. 평소 바지를 롤업하지 않는 스트레이트 핏을 입는다.
긴바지에 가려 보이지 않아도 톤온톤 컬러를 매치하거나 보색 대비를 활용해 양말을 착용한다. 살짝 보이는 찰나의 순간에 경쾌함을 더하는 것! 오늘은 2개의 아일릿이 있는 더비 슈즈 아르카와 톤을 맞춰 레드 양말을 신었다. 인디고 데님 팬츠와 이 슈즈를 신은 날엔 아니스 그린 컬러 양말을 매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좋은 양말의 기준
나만의 양말 선택 기준은 바로 ‘발색감’. 대담한 컬러 매치를 즐기기에 발색과 조직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면 소재와 울, 캐시미어 함량이 높을수록 좋은 양말이라 칭한다. 물론 탄성이 적어 흘러내릴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내려온 양말도 그 자체로 멋스럽다.
스타일링에 영감을 주는 사람
영국 저널리스트 니컬러스 포크스는 클래식하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이 있다. 그는 대개 맞춤형 슈트에 클래식한 옥스퍼드와 로퍼, 몽크 스트랩 슈즈에 패턴이 있거나 색감이 돋보이는 양말을 매치한다. 전통적 영국 신사복에 독특한 구두와 양말의 조합으로 현대적 감각을 더하는 그의 스타일링을 동경한다.
나만의 양말 아지트
폭넓은 양말 셀렉션을 선보이는 팔케의 제품 중 발색이 뛰어난 이집트 코튼 라인을 주로 착용한다. 슈트를 즐겨 입는 이에게는 메리노 울이나 실크를 혼방한 라인을 추천한다. 해외에서 팔케 매장을 발견하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듯 반드시 방문하는 편이다. 국내 브랜드로는 주로 보타 제품을 구매한다.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의 양말을 손쉽게 찾고 구매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단정한 인상이 주는 멋
젠틀커브 코리아 올댓아웃핏 대표
임준영
나만의 양말과 신발 매치 가이드
수없이 많은 옷을 입어본 사람들이 결국 검은색 옷을 찾는 것처럼, 기본을 갖춘 연출을 즐긴다. 이를테면 블랙 더비 슈즈에 같은 컬러 양말을 매치하고, 양말을 위로 바짝 당겨 길게 올려 신거나 주름지게 내려 신는 방법이 있다. 데님이나 치노처럼 캐주얼한 바지를 입을 때는 바지 밑단을 양말 안에 넣어 스타일링에 개성을 부여하는 편이다.
좋은 양말의 기준
브랜드의 역사가 길수록 흥미가 생긴다. 소재나 패턴 등 양말 그 자체의 특성도 중요하지만, 코기 삭스처럼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이어온 브랜드가 만든 양말은 존재만으로 든든하다.
스타일링에 영감을 주는 사람
재기 발랄하고 위트 있는 스타일링을 고수하는 디자이너 폴 스미스. 대담한 컬러 매치도 과해 보이지 않을 만큼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늘 개성 있는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 깊다.
나만의 양말 아지트
예전에는 해외 유명 백화점이나 국내 편집숍을 통해 영국과 이탈리아, 일본 등 다양한 브랜드 양말을 구매했다. 한 브랜드에 고착하지 않고 다양한 제품을 경험한 결과, 지금은 코기 삭스 제품을 애용한다. 영국 왕실의 인증서를 받은 코기 삭스는 포멀한 룩에 매치하기 좋은 드레스 삭스부터 패턴이나 그림을 담은 캐주얼한 양말까지 매 시즌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한 끗 차이의 묘미
버윅 코리아 대표 이효덕
나만의 양말과 신발 매치 가이드
신경 쓰지 않는 듯한 무심함도 문제지만, 과한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담한 색과 무늬가 있는 양말은 드레싱에 신선함을 주지만, 결국 찾게 되는 것은 실용적이면서 스타일까지 겸비한 것! 그린이면 다크 그린, 레드면 버건디, 블루면 네이비 등 원색보다 어두운 컬러를 선택해 스타일링의 범용성을 넓히는 것이 내가 컬러를 즐기는 방법이다. 여기에 블랙보다는 다크 브라운 로퍼나 더비 슈즈를 매치할 것을 추천한다.
좋은 양말의 기준
발뒤꿈치 뼈가 튀어나와 있어 양말을 다섯 번 이상 신으면 망가진다. 자주 바꿔야 하는 특성상 내 기준에서
좋은 양말이란 합리적 가격의 좋은 소재로 만든 양말이다.
스타일링에 영감을 주는 사람
니먼 마커스의 시니어 에디토리얼 디렉터 브루스 패스크는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옷을 입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양말 하나 허투루 선택한 것이 없다. 일반 남성은 슈트와 타이, 셔츠의 조합만으로도 옷장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가 지금의 자연스러운 멋을 드러내기까지 자신만의 ‘감각’을 키워온 시간과 노력에
동경하는 마음이 있다.
나만의 양말 아지트
원단과 실을 만드는 방적·방직 회사로 시작한 포르투갈 브랜드 페데메이아는 현재 양말도 생산한다. 컬러가 다양하고 재질도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으며, 한국에서는 바버숍과 버윅에서 만날 수 있다.
양말과 구두 에피소드
예전에 다른 회사 다닐 때 브라운 로퍼에 다크 그린 양말을 신은 남성을 본 적이 있다.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는 도중에 발견한 멋진 발의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졌다. 발끝 하나로 사람이 궁금해진 것은 처음이었다.
멋에 일가견 있는 이라면 사소한 요소도 섬세하게 챙기지 않나. 이날을 계기로 구두 가게 사장님이 되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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