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미약품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의 여파로 바이오기업 DXVX에 대한 관심이 새삼 높아지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가 최대주주로 있는데다 지난 3월까진 경영을 직접 진두지휘했기 때문이다. DXVX가 임 이사의 경영 능력을 평가할만한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지목되면서 한미약품그룹 소액주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DXVX는 임 이사가 2021년 최대주주에 오른 이후 지난해까지 3년 간 적자 행진을 이어나갔다. 신약 연구개발 투자를 대폭 확대하면서 중국 사업 확장에 집중했지만 오히려 손실만 늘었다. 지난달 기준 임 이사의 DXVX의 지분율은 19.42%에 달한다. 임 이사는 올해 3월 DXVX 사내이사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기타비상무이사 지위는 유지 중이다.
임종윤 개인회사 DXVX 적자 행진에 한미약품그룹 소액주주들 우려 한가득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DXVX의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2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54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40% 넘게 늘었다. DXVX는 2021년부터 재무 건전성 악화가 계속되고 있다. 2021년 7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22년 10억원 ▲2023년 278억원 등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올 상반기에도 111억원에 달하는 손손실을 기록했다.
재무상황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21년 22.1%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247%로 무려 10배 가까이 늘었다. 순차입금 규모도 2021년 말 20억원에서 올해 1분기 429억원까지 불어났다. 차입금의존도 또한 55%를 돌파했다. 통상적으로 금융당국은 부채비율 100% 이하, 차입금의존도는 30% 이하를 안정적인 재무로 평가한다.
DXVX는 바이오헬스케어 전문기업이다. 지난 2021년 10월 임 이사는 당시 DXVX 경영진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임 이사는 같은 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미약품 임원으로 재직 중이던 핵심 임원과 연구진을 대거 영입했다. 지난해 각각 대표이사와 사장으로 발탁된 이용구 대표와 권규찬 사장 역시 한미약품 출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등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DXVX의 실적부진과 재무악화 등을 근거로 경영능력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는 임 이사가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현 상황 자체가 '리스크'나 다름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통상 기업의 경영 실적이나 재무상황은 주가에 곧장 반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미사이언스 한 소액주주는 "사실 주주 입장에선 누가 경영을 이끌던 간에 회사가 잘 나가고 주가가 오르면 그만이다"며 "결국 경영능력을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임종윤 이사의 경우 성공 보단 실패로 평가할 만한 포트폴리오 밖에 없어서 경영 능력에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경영권 분쟁 이슈로 주가가 반짝 오르긴 했지만 앞으로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주목되는 점은 한미약품그룹이 처한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미약품그룹 주력 계열사인 한미약품의 실적 전망치는 매출 3798억원, 영업이익 545억원 등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4.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2% 감소했다. 증권사들은 한미약품 목표주가를 낮추고 있다. 키움증권은 한미약품에 대한 목표가를 기존 40만원에서 37만원으로 7.5% 하향 조정했다. iM증권은 목표가를 기존 42만원에서 40만원으로 내렸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현재 빅파마(대형 제약사)로 기술 이전이 멈춰있는 상황이다"며 "근래 들어 빅파마 기술 이전 사례는 2020년 8월 미국 머크사에 지방간염 치료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후 사실상 빅파마로 기술 이전 소식이 부재한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경영권 분쟁까지 불거져 불안정성이 더욱 커졌다"고 덧붙였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회사 운영에 있어 사장의 경영 능력이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틀림없다"며 "한미약품그룹보다 규모가 현저하게 작은 기업의 경영 적자를 계속 내고 있다는 점은 기존 한미약품그룹 주주와 임직원들을 불안하게 할 만한 요인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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