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오늘도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아멘~!"
온 가족이 저녁밥을 먹기전에
환훈이가 혼자 중얼거리듯이
감사 기도를 드린다.
우리 집 식구는 모두 교회를
다니긴 하지만 환훈이의 믿음이
가장 크다.
심지어 새벽 기도를 다닐 때도 있었다.
반면 아빠와 환일이는 평소에는
기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아빠와 환일이는 일요일만 되면
어떻게 하면 교회를 가지 않을까하는
궁리만 한다.
환일이는 어떤 때는
'배가 아프다'고 핑게대고
어떤 때는 '머리가 이상하게 아프다'며
꾀병을 부린다.
그러면 아빠도 환일이를 거들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환일이가 교회 안간다면
나도 안간다"라고 함께 버틴다.
이런 환일이가 형의 기도하는 소리를 듣고
가만히 지나칠 리가 없다.
"형~ 무슨 소리야. 이 쌀은 시골 농부가
농사를 지은 거고
이 닭고기는 정육점 아저씨가 판 거고
이 두부는 슈퍼마켓 아줌마가 판 거야.
그걸 엄마·아빠가 번돈으로
다 사온거야.
우리가 밥 먹는 데
왜 하나님이 나오냐고?"
환훈이가 동생을 꾸짖듯 말한다.
"나 원 참~ 그러니까 내가 너를
'돼지'라고 부르는 거야.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은 모두 다
하나님이 베풀어 주셨기 때문에
먹고 사는 거야.
돼지가 아닌 사람이라면
그런 하나님께 먼저 감사 기도를 하고
먹는 게 당연하지."
그러나 환일이도 지지 않는다.
"그럼 하나님이 나타나셔서
'너희들이 지금 먹는 이 음식은
모두 내가 준거다'라고
말씀을 하시던지?
(주변을 둘러보면서)
여기에 하나님이 어딨어?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그 하나님(예수님을 지칭하는 듯)을
내 평생(?) 한번도 못봤네~.
둘이 있을때 '해골'도
하나님을 못봤다고 나한테 얘기했잖아?
(해골은 환훈이가 밥을 잘 안먹어서
뼈만 남았다며 환일이가 붙여준
별명이다.)
환훈이는 아빠를 한번 쳐다보고는
투덜댄다.
"아빠, 동생이 형을 저렇게
존경하지 않으니 어찌해야 되나요?
한대 때려줘도 되겠죠?"
오늘도 아빠가 나서서
두 아들을 떼 말려야 했다.
그렇다면 정말 일용할 양식은
누가? 왜 주시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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