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게임 구매에 대한 불편한 진실, 디지털 콘텐츠 시대의 피할 수 없는 '빨간 약'

[창간기획]게임 구매에 대한 불편한 진실, 디지털 콘텐츠 시대의 피할 수 없는 '빨간 약'

게임포커스 2024-10-24 09:55:00 신고

3줄요약

 

최근 디지털 콘텐츠 시장은 전통적인 '소유'의 개념을 흔들고 있다. 음악, e북, OTT, 웹툰, 웹소설 등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즐기는데 있어, 소비자들은 돈을 지불하고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사용 권한을 얻을 뿐이라는 '불편한 진실'과 함께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나 온라인에서의 다운로드 판매가 보편화 되면서 이러한 흐름은 보다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과 함께 최근 몇 년 사이 게임 업계에서도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과 대여 문제가 화두에 오르고 있다. 전통적인 앨범이나 패키지 형태의 실물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형태에서 더 나아가 보편적으로 다운로드 및 온라인 스트리밍이 이루어지면서 구매라는 개념과 표현에 대한 이해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대체로 돈을 지불하더라도 소유권은 제공되지 않는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권한이나 라이선스를 부여 받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많은 플랫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디지털 콘텐츠에는 주로 '구매'나 '판매'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마치 실존하는 물건을 구매해 언제까지고 소유하거나 내 마음대로 언제든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과 소유권에 대한 문제 의식 제기는 디지털 콘텐츠가 자리를 잡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사회적 합의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실물 콘텐츠와는 실질적으로 그 성격이 다르지만, 마케팅이나 판매 방식 및 표현은 동일하게 이어져 왔기 때문에 일어나는 진통인 셈이다.

 



 

유비소프트 '더 크루'로 촉발된 디지털 콘텐츠의 '빨간 약'

닌텐도의 구작 콘솔 게임의 e샵 폐쇄, 소니의 PS3 및 PS 비타 온라인 스토어 폐쇄 시도 등의 사례를 통해 알음알음 이어져 오던 인식 과정 속에서, 최근 게이머들 사이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 및 대여 문제의 인식에 본격적으로 불씨를 당긴 것이 유비소프트의 '더 크루' 서비스 종료 및 오프라인 미 지원 논란이다.

 

유비소프트는 자사의 레이싱 게임 '더 크루'의 서비스를 종료하고, 플레이어의 모든 데이터를 삭제하는 것은 물론 오프라인 플레이도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해 게이머들의 거센 반발에 휩싸였다. 이에 일부 게이머들이 유비소프트의 결정에 반발하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한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는 문제를 막기 위한 'Stop Killing Game'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했다.

 



 

'더 크루'처럼 출시된 지 오래된 게임의 온라인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은 흔한 사례이지만, 게이머들의 라이브러리에서 일방적으로 강제 삭제하고 오프라인 플레이까지도 지원하지 않은 것은 매우 강력한 조치여서 큰 반발을 일으켰다.

 

시간이 흘러 9월 말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가 게임을 포함한 각종 디지털 콘텐츠에 '구매'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디지털 상품 표기 법률'을 통과시켰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함에 있어 소비자에게 소유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라이선스)를 주는 방식이라면 '구매' 또는 '판매'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 법안은 2025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PC 게임 대표 ESD '스팀'을 운영하는 밸브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움직임에 약관을 개정하고 결제 페이지에서 이를 명시하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밸브는 최근 '스팀'의 약관을 개정하고, '콘텐츠와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닌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것이다. 귀하에게 부여된 라이선스는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소유권을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기재했다. 결제 페이지에서도 이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소유'가 아닌 '대여'에서 오는 불편한 진실

밸브의 이번 사례와 같이 ESD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들이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표현을 '판매'에서 '라이선스 제공', '대여' 등으로 변경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법을 준수하고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지속적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엄밀히 따지자면 판매 및 운영 방식이 바뀐 것은 아니지만, 용어를 보다 확실하게 하려는 의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법적 책임을 최소화하고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함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용할 수 있는 권리만을 제공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구매' 등의 표현으로 마치 소비자들이 게임을 소유할 수 있는 것처럼 판매해 왔으며, 수수료 등을 포함한 콘텐츠의 가격도 상당히 비싸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최근 게임들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두고 '소유권'이 아닌 단순히 이용 권한(라이선스)을 부여하는 것이라면 거둬들이는 수수료나 게임의 가격을 낮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찾아볼 수 있다.

 

법적 책임의 최소화 측면에서도 살펴볼 여지가 있다. 플랫폼이나 기업이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경우 소비자가 해당 콘텐츠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대여, 라이선스 제공 형태로 명시한다면 단순한 이용 권한을 제공하는 것임을 강조, 소비자가 불만을 제기할 경우 이에 대한 법적 책임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달갑지 않게 느껴질 수 있다. 게임의 경우 과거에는 실물 디스크가 들어 있는 패키지 형태로 주로 유통되어 온 만큼 이를 경험한 소비자라면 여러 측면에서 불만과 불안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영구적 소유권의 부재가 소비자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전통적인 실물 패키지 상품의 경우 (물론 이 또한 소유권이 제공되는 것은 아니나) 말 그대로 구매 후 영구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들은 이러한 전통적인 방식의 소유가 아닌 '대여' 개념에 가깝다. 플랫폼이 서비스를 종료하거나 게임사가 모종의 이유로 콘텐츠를 삭제 또는 서비스를 종료하면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예측 불가능한 정책 변화도 불안요소다. 플랫폼의 정책이 갑작스럽게 변화하거나 소비자의 기대와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 하에 이루어지는 서비스 종료, 데이터 삭제 등에 소비자는 사실상 대응할 방법이 없다.

 

또 비용 대비 가치 문제도 발생한다. 실물 콘텐츠 대비 지불한 비용에 대한 가치를 보장받기 어려워질 가능성, 또 언제든지 돈을 지불한 콘텐츠를 이용하지 못하게 될 수 있다는 심리적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디지털 콘텐츠는 일반적으로 라이선스 계약에 따라 사용되며, 이는 소비자에게 여러 가지 제한을 둘 수 있다. 소비자는 이러한 '대여' 등의 제한 때문에 원활하게 콘텐츠를 사용할 수 없거나 원하는 방식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GOG의 소비자 중심 철학, 그리고 닌텐도의 e샵 폐쇄

게임의 경우 음악, 영상 등 다른 디지털 콘텐츠와 달리 불법 복제 방지를 위한 강제 온라인 연결이 요구되거나 아예 백업 조차 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자신의 라이브러리에 소장 내지는 소유했다고 생각하기 쉬운 게임에서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활용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보다 쉽게 발생한다. 게임이 갑작스럽게 스토어에서 삭제되거나 업데이트로 인해 이전 버전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 '대여'라는 형태로 인해 여러 불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게임사와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 시장에서의 발전 과정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합의 과정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소비자들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말이다.

 

이에 대한 좋은 사례로는 PC 플랫폼의 ESD 중 하나인 'GOG'가 있다. '위쳐' 시리즈의 개발사 시디프로젝트(CD PROJEKT)가 운영하고 있는 GOG는 '스팀'과 유사한 게임 유통 플랫폼으로, 과거에는 주로 고전 게임을 중심으로 다뤘지만 현재는 자사 대표작 '사이버펑크 2077'을 비롯한 다양한 명작 게임들을 취급하고 있다.

 

얼핏 보면 중소규모의 흔한 ESD처럼 보이지만 GOG의 가장 큰 차별점은 바로 소비자 친화적인, 소비자 중심의 DRM Free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DRM은 콘텐츠 제작사와 유통사에게는 불법 복제 방지 수단으로 사실상 필수로 여겨진다. GOG는 이에 대해 소비자 입장에서 인터넷 연결 필수, 사용 기기 제한, 플랫폼 서비스 중단 시 이용 불가능 등 콘텐츠의 자유로운 이용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GOG는 DRM의 불편함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소유권을 제공하고 긍정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DRM Free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GOG에서 구매한 게임 등의 콘텐츠는 특정한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으며, 불필요한 제한이 없어 다운로드 한 이후에는 영구적으로 자유롭게 설치 및 플레이 할 수 있다.

 

GOG의 DRM Free 정책은 소비자의 권리 보호, 시장에서의 차별화, 소비자 자유에 대한 철학적 신념에 기반한 전략이다. 물론 '스팀'과 같은 대형 ESD에 비해서는 입점한 게임이나 기업이 부족한 등 아쉬운 점도 있지만, 디지털 콘텐츠 시장에서 DRM Free라는 과감한 정책으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는데 성공하면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와 확고한 지지층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넥슨이 서비스 했던 모바일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가 있다. 전통적인 패키지 게임이나 ESD를 통해 유통된 게임은 아니지만, 온라인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게이머들을 위해 사후지원을 했다는 측면에서 좋은 선례를 남긴 게임으로 볼 수 있다.

 

2018년 출시된 넥슨의 샌드박스형 모바일게임인 '야생의 땅: 듀랑고'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팬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다음 해인 2019년 12월에 서비스가 종료됐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플랫폼에 서비스되는 게임들은 사실상 서비스 종료 이후에는 즐길 방법이 없다. 하지만 넥슨은 이례적으로 '야생의 땅: 듀랑고'의 모든 콘텐츠를 누구나 오프라인에서 즐길 수 있도록 PC 클라이언트를 제작 및 배포했다. 2024년 현재는 넥슨의 직접 배포가 중단되었지만 아직 '야생의 땅: 듀랑고'를 잊지 않은 팬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알음알음 PC 버전이 공유되고 있다.

 



 

반대로 소비자 입장에서 명백히 피해를 본 사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앞서 잠깐 언급됐던 닌텐도의 e샵 폐쇄다. 소니 또한 닌텐도와 유사하게 과거 콘솔 기기들의 온라인 스토어를 폐쇄하려 했으나 거센 반발이 일자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닌텐도는 그동안 3DS, Wii U 등 단종된 콘솔 기기들의 게임을 구매 및 다운로드 할 수 있는 온라인 스토어 서비스를 종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일각에서는 큰 수익이 나지 않고 유지 보수 비용이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온라인 스토어를 폐쇄하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과거 작품들의 아카이브 및 소비자 권리 보호 측면에서는 명백히 나쁜 사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일본 게임 업계 유산 유지 비영리단체인 게임 보존 사회(Game Preservation Society)의 조셉 레던(Joseph Redon)은 "그동안 닌텐도는 자사의 역사를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 닌텐도는 디즈니처럼 과거의 게임 개발 자산을 보존하여 미래의 작품 향상에 활용해야 한다. 디지털 게임 콘텐츠를 별도의 아카이브로 보존해야 하며, 이를 디지털로 변환해 과거 기록이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명확한 가이드라인 및 정책 제시로 소비자 친화적인 디지털 콘텐츠 시장 만들어져야

국내에서는 아직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 및 대여 개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이번 '더 크루' 이슈를 시작으로 대두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 권리 보호와 논의의 필요성은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영구적 사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심지어 디지털 콘텐츠가 아닌 카트리지나 CD 형태의 물리 매체에 담긴 콘텐츠조차 작동이 보장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만큼 갑작스러운 온라인 스토어 폐쇄, 콘텐츠 삭제, 오프라인 모드 미지원 등으로 과거 작품들을 어떤 형식으로든 플레이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는 분명 디지털 콘텐츠가 주로 유통되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에서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불편한 진실'이자 '빨간 약'이다.

 



 

'스팀'에 발 빠르게 적용된 약관 개정은 말 그대로 법적인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게이머들이 '스팀'을 이용하는데 있어 달라진 점은 아무 것도 없다. 또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도 않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털 콘텐츠들이 유통되는 플랫폼은 글로벌 서비스가 대부분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게임, 음악, 영화 등 디지털 콘텐츠의 이용과 관련된 정책이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유통 및 소비 패턴에 대한 기업들의 이해와 적용, 소비자들에 대한 설득이 요구된다.

 

또 기업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 권리를 존중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변화하는 흐름 속에서 소비자들이 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고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

 

ESD 등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지금부터라도 소비자를 위해 라이선스 관련 정책을 명확히 수립하고, 이와 관련된 약관 등을 정확히 명시 및 투명하게 안내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의 지적처럼 소유권의 제공이 아닌 라이선스의 제공이라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게임의 가격 등 비용을 줄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또 콘텐츠 제공 중단 등의 불가피한 일이 생긴다면 사전에 충분한 예고 기간을 둬서 소비자들의 이해를 돕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갑작스러운 콘텐츠의 삭제나 변경은 지양하고, 삭제될 콘텐츠에 대한 대체 방안을 제시해 불만을 최소화 하는 등의 소비자 친화적인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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