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석 충돌이 지구 생명체의 재앙이 아닌 새로운 생명의 원동력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약 32억 년 전, 지구에 초대형 운석이 충돌해 초기 생명체의 번성을 이끈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고 있다.
하버드대학교 나자 드라본 조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름 37~58km에 달하는 거대한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방출했고,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 생명체가 빠르게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최근 전미과학아카데미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PNAS)에 실렸다. 연구진은 수십억 년 전에도 지구는 운석 충돌로 인해 끊임없이 변화했지만, 그 여파는 지금까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전의 연구들은 운석 충돌이 지구 생명체에 주로 재앙을 초래했다고 분석해왔다. 해양을 끓어오르게 하거나 지표면을 먼지로 뒤덮어 식물의 생장을 방해한 운석 충돌 사건들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운석 충돌이 생명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사진=픽사베이 제공)
연구의 중심이 되는 운석 S2는 약 32억6천만 년 전에 지구와 충돌했다. 연구진은 S2의 크기를 에베레스트산 4개에 해당하는 규모로 추정했으며, 이 운석은 공룡 멸종을 일으킨 운석보다 최대 200배가량 컸을 것으로 보고 있다. S2의 충돌은 대규모 쓰나미를 일으켰으며, 바닷물과 대기가 급격히 가열되었고 두꺼운 먼지구름이 지구를 뒤덮었다.
하지만 이러한 파괴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생명체는 빠르게 회복했다. 연구진은 S2 충돌 후 박테리아 생명체가 재빨리 번성했으며, 특히 철(Fe)과 인(P)을 섭취하는 단세포 생물의 개체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의 초기 생명체가 어떻게 번성했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S2 충돌 후 발생한 쓰나미는 지구 깊숙한 곳에 있던 철을 해수면 가까이로 이동시켰고, 인은 운석 자체에서 직접적으로 공급되었다. 또한, 육지에서의 침식 증가로 인한 영양소들이 해양 생태계로 전달되었다. 이러한 요소들이 결합하여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드라본 교수는 "우리는 보통 운석 충돌이 생명체에 재앙을 가져왔다고 생각하지만, 이번 연구는 그 충돌이 오히려 초기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는 촉매제가 되었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아는 철을 분해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들이 S2 충돌 후 빠르게 번성했다는 사실은 생명체 탄생에 있어 철의 중요한 역할을 시사한다. 철은 미생물에게 필수적인 성분으로, 지구의 해양 생태계에서 초기 생명체가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었다. 인 역시 단세포 생물의 성장을 촉진하는데 필수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운석 충돌이 단순히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사건이 아니라, 생명의 기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는 생명체의 기원과 번성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구의 생명체가 어떻게 발전해왔는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생명체가 처음으로 지구에 등장한 시기는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아있지만, 이번 연구는 그 해답을 찾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운석 충돌이 지구 생명체에 미친 영향을 계속해서 탐구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32억 년 전의 운석 충돌은 지구 생명체의 번성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러한 충돌이 없었다면 지구상의 생명체는 지금과 같은 형태로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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