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권선미 작가] 올해 들어서는 옷을 거의 사지 않았다. 밖에 돌아다닐 일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옷들도 버겁게 느껴지기 시작해서 하나씩 정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몇 안 되는 옷들을 그나마 취향에 맞게 조합해 보려고 애를 써본다.
그러다 문득 ‘옷을 입는다는 건 무엇인가?’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처음 만나서 첫인상을 볼 때면 그 사람의 말투와 표정, 화장 여부, 걸음걸이 등등을 보면서 사람을 파악해 나가지만, 역시 맨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그 사람의 옷차림이다.
옷차림이라는 것은 얼마나 화려하게 입었는지, 얼마나 멋지게 입었는지가 아닌, 이 사람이 입는 옷의 취향이 편한 스타일의 옷인지, 딱 붙은 몸매를 드러내는 느낌의 옷인지, 다림질이 되어있는 셔츠인지, 다림질이 되어있지 않은 셔츠인지, 구두를 신었는지, 운동화를 신었는지 등등 분명히 누군가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뭐, 솔직히 비싼 명품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돈이 많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것도 그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런 눈에 보이는 것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사람을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건 약간의 어폐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건 첫인상만으로 그 사람의 재산 이라든지, 그 사람의 숨겨진 성격 같은 건 알 수 없으니 사람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말이겠다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내가 어떻게 입느냐’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해서, 나란 사람의 옷차림을 기술해 보자면, 나는 평소 목이 있는 양말을 신는다. 그것만 신는다. 여름도 상관없다. 머리를 저녁에 감고 자는 터라 평소엔 모자를 자주 쓴다. (단발인 탓에 자고 일어나면 머리가 사방팔방 뻗쳐있기 때문이다.) 옷은 활동하기 편하고 옷에 뭔가가 묻더라도 티가 나지 않을만한 색상의 옷을 선호하며, 바지는 딱 붙지 않는 와이드 팬츠나 운동복을 좋아한다. 운동화는 1년째 같은 걸 신고 있다. (꼬질꼬질 하긴 하긴 하지만 여전히 착화감은 좋다.) 가방은 노트북을 들고 다니기 편한 백팩을 매는 편이며, 나는 거의 민낯이다. 액세서리는 귀에 작은 귀걸이 3개랑, 손목시계 정도?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머릿속의 나는 아마 카페에서 한 번쯤 봤을 법한 ‘카공족’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 맞다. 난 지금도 카페에서 그 차림으로 앉아있다!
이렇듯 옷만으로도 누군가에 대해 떠올리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에 대해 상상할 거리가 제공된다. 해서 나는 종종 처음 만난 사람들이나 길거리에서 지나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어떤 사람일지 혼자 상상해 보곤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옷차림과 첫인상과 진짜 성격이 알면 알수록 다른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나의 이런 취미 때문인지 그림을 그릴 때도 그림 속의 주인공이 ‘무얼 입고 싶어 하려나’, ‘뭘 마시고 뭘 보는 걸 좋아할까’ 생각하면서 그리다 보면 작은 디테일들이 생겨난다. 주인공의 옆에 놓인 와인이라든지, 주인공이 읽던 책의 제목이라든지(는 실은 내가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이지만.)
아무튼... ‘사람을 첫인상만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라는 생각에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누군가에 대한 호기심에 죄책감을 느끼거나, 그에 대한 상상력을 억누르지는 마시길.
아마 내 생각에 ‘첫인상만으로 판단하지 말라’는 것은, 처음 만난 모든 사람에게 언제나 평등하고 상냥하게 대하면 해결되는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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