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은경 기자] 우리금융지주의 동양·ABL생명 인수합병(M&A)이 하염없이 길어질 전망이다.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하면서 기본 합의는 이뤄졌으나, 금융위원회로부터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는 절차는 안갯속으로 빨려 들고 있다.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사고와 관련한 법적 책임이 어디까지 튈지 예상하기 어려워서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동양·ABL생명의 자회사 편입 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이 자회사 편입을 신청하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인가 여부를 검토·승인하는 과정을 거친다.
우리금융은 지난 8월 28일 동양·ABL과 SPA를 체결했지만, 인가 신청서 제출 시기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영화 이후 최우선 과제였던 보험사 편입을 위해 장기간 탐색전을 펼쳤던 기세가 꺾인 건 부당대출 사고로 금융당국과의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SPA를 체결했음에도 인가 신청이 늦어지는 건 대체로 금융위와 신청 시기와 관련해 이견이 발생할 경우"라며 "우리금융지주에서는 인가 신청서 제출 의사를 밝혔지만, 금융위에서 시기를 미루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 부당대출 사고에 금융위 인가 부담 커져
금융위는 금융지주로부터 자회사 편입 신청을 받으면 2개월 내에 심사해 인가 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의 정기검사와 검찰 수사가 동시에 이뤄지는 상황에서 금융위가 신속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인가 신청서를 제출해도 부당대출 사고에 따른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기 전엔 심사에 부침이 불가피하다. 우리금융의 입장을 고려해 심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부당대출에 대한 검찰 조사 범위에 따라 중대성을 고려해 인가 절차를 마무리하기 어려울 수 있다.
검찰이 조사 대상에 지주회사를 포함하지 않더라도 금융감독원의 검사 절차가 끝나지 않으면 인가 절차를 재개하는데 부담도 있다. 금감원의 검사 기간은 180일 이내로 신속히 마무리하도록 하고 있으나, 관련 사고가 검찰의 조사나 형사소송과 얽힐 때는 예외를 두고 있다. 법적 리스크로 조사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가 절차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임 회장의 임기 내 자회사 편입은 어렵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감독 당국 관계자는 "부당대출 사고에 대한 검사 절차 마무리는 일러야 내년 상반기쯤으로 보험사 M&A 절차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내부거래·경영진 책임 대주주 결격 사유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대주주 자격의 결격 사유가 될 수 있단 점도 부담이다. 감독규정에선 순익기여도가 가장 높은 주력 자회사 인수 때는 경영실태평가를 2등급 이상으로, 주력 자회사가 아닌 경우 3등급 이상으로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경영실태평가 평가 기준에는 리스크 관리에 대한 이사회 및 경영진의 역할은 물론, 리스크 모니터링 및 보고 여부까지 포함하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내부거래에 따른 잠재적 충격까지 평가 요인이 된단 점에서 잠재 리스크가 상존한다.
손 전 회장이 부당대출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확인되면 내부거래 문제로 커질 수 있다. 임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책임론도 불을 지피는 요인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금융위의 의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기대가 있겠지만, 임 회장의 이번 임기 내 자회사 편입을 답보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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