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예술극장 개관 1주년, 최태산 건축가 인터뷰 | 마리끌레르

모두예술극장 개관 1주년, 최태산 건축가 인터뷰 | 마리끌레르

마리끌레르 2024-10-22 20:55:36 신고

우리나라의 첫 ‘장애예술 표준 공연장’으로 불리는 모두예술극장이 2024년 10월 24일, 개관 1주년을 맞습니다. 구세군빌딩 내 공연 시설이었던 이곳은 리모델링을 거쳐 장애유형별로 특화된 공연을 제작하고, 장애예술단체에 우선 대관하는 장애예술 창작 거점으로 다시 태어났는데요.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이끈 최태산 건축가를 만나 모두예술극장의 지난 1년을 돌아보고, 앞으로를 이야기했습니다.

모두예술극장 외관
ⓒ진효숙/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디자인그룹오즈와 더워크샵의 공동대표로 건축과 건축문화 사업을 하는 최태산입니다. 충북대학교와 아주대학교에서 건축설계 겸임교수도 맡고 있습니다.

태국 RMUTT(Rajamangala University of Technology Thanyaburi)에서 초청 강연 중인 최태산 건축가. ⓒ 본인 제공

이곳에는 ‘모두예술극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요. 건축가로서 ‘모두’를 어떻게 상상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모두’가 ‘많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건축물의 사용자는 각자의 지형과 시간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것을 통해 상대방과는 다른, ‘왜곡된’ 기억으로 공간 체계가 만들어지고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모두’는 ‘다양한 사람들’이라 생각되더라고요. 다양한 신체, 다양한 사상, 이런 것들이 모이는 공간이 모두예술극장인 셈입니다.

자신만의 왜곡된 경험을 넘어 다양한 신체의 경험을 상상할 때, 주요하게 참고했던 자료가 있나요?

모두예술극장은 저 혼자 상상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자문도 많이 구하고, 회의도 많이 했어요. 직원들과 국내외의 다양한 공간을 돌아다니기도 했고요. 특히 대중에게 공개된 문화공간, 예를 들어 박물관이나 공연장, 미술관을 많이 경험했어요. 문화예술이라는 것 자체가 변화하는 움직임이잖아요. 극장은 그걸 담는 공간이고요. 다른 나라, 다른 체계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간을 갖었죠. 이때, 좋은 점보다도 무엇이 불편한지를 더 많이 찾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두예술극장을 단차가 없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무단차’에 특별히 신경 쓴 이유를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다양한 사람이 어떻게 더 많은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하게 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교류의 폭을 넓히는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에 집중했어요. 단차는 물리적인 것도 있지만, 인지적·공간 환경적인 것도 있거든요. 막다른 길이나 굉장히 어두운 음영이 생기는 공간, 얼굴을 확인할 수 없는 공간이 그 예시죠. 또 만약 어른과 아이가 이야기하는데 격차가 생긴다면, 그것 또한 단차가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물리적인 단차는 그냥 없애면 돼요. 그건 너무 쉬운 방법 같아요. 정량적으로도, 정성적으로도 단차가 없는 환경을 만들려고 했어요. 그 시작점이 된 건 사람들이 함께 쓸 수 있는 공간을 더 넓히는 단계였습니다. 그래야 이동 환경도, 교류 환경도, 인지 환경도 더 확보되니까요. 단차를 없애고 공용 공간을 확장하면 여기서 하는 일이 저쪽에서도 보여요. 그럼 궁금증을 갖고 ‘저기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죠. 무언가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에요. 한 공간에 머물면서 서로의 사이에서 어떤 일이나 생각이 생겨나고 있는지 본다면, 그것도 하나의 대화라고 생각해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접근성 개선 사업에도 참여하셨죠. 패럴림픽도, 극장이라는 공간도, ‘문화’라는 키워드로 묶어볼 수 있는데요. 건축가의 눈으로 본 문화와 건축의 관계는 어떤 것인가요.

도시와 실내 공간이 만날 때, 도시와 상업 시설이 만날 때, 그 가운데에는 경계가 생기는데요. 저는 ‘사람들이 이 경계를 어떻게 맞게 할까?’를 고민해요. 사람들이 경계에서 머물고, 교류할 때 만들어지는 문화는 (기존의 것과) 또 다른 문화인 것 같거든요. 그러다 보니 ‘모두를 위한 건축’은 ‘많은’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더 ‘다양한’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해요.

모두예술극장을 만들며 가장 꿈꿨던 장면은 무엇일까요?

꿈을 이루고 싶다기보다, 일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대학생 때 ‘기 디보르(Guy Debord)’라는 프랑스 작가이자 이론가가 쓴 <스펙타클의 사회(The Society of the Spectacle)>이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어요. ‘스펙타클’이라는 건 어떤 매체나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 간의 관계로 만들어진다고 쓰여있는데요. 저는 이 공간이 그런 관계와 닮아있다고 느껴요. 그래서 어떤 이미지가 돋보이는 공간보다, 오히려 무딘 공간을 상상했어요. 더 일상적이고 안전한 공간이요. 그것을 ‘코너가 없는 공간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식으로 구체화했고요. 좀 더 일상을 찾을 수 있는 공간, 결국 더 다양한 관계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최근에 무대를 4면으로 배치해서 활용한다든지, 공간이 유연하게 사용되는 걸 보니 기분이 좋더라고요.

건축가로서 모두예술극장에서 특별히 더 애착이 가는 공간도 있나요.

공연장에도 신경을 많이 썼지만, 제가 가장 많은 애착을 많이 느끼는 곳은 복도랑 라운지예요. 복도에 있는 화장실은 그 앞 공간을 확장했어요. 여러 용도로 활용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는데요. 필요 시 대피 공간이 되고, 휠체어 2개가 서로 지나쳐 갈 때는 한쪽이 잠시 비킬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하죠. 지체장애인이 이동하다가 잠시 쉬어야 할 때 머물 수 있는 공간도 되고요. 라운지는 이 커다란 도시에 다양한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의도로 규모를 키웠어요. 어떻게 하면 공간을 통해 모든 사람이 별도의 도움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고심한 결과물이죠.

앞으로의 모두예술극장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나요?

앞서 이야기한 것과 비슷하지만, 모두예술극장은 정말 다양한 사고가 교류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 이름에 걸맞게 누구나, 아무나, 다양한 예술을 나누고, 안전하게 대화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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