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회 여야의정 협의 참여에 의료계 술렁…우려·기대 엇갈려

의학회 여야의정 협의 참여에 의료계 술렁…우려·기대 엇갈려

연합뉴스 2024-10-22 16:40:31 신고

3줄요약

"의학회·KAMC 결정 응원한다" vs "정부에 또 이용만 당할 것"

전공의들은 여전히 '정부 불신'…"현 정부에 협상 여지 있느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오진송 권지현 기자 =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와 함께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한다는 소식에 의료계가 술렁이고 있다.

올해 2월부터 8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기대와 정부에 또다시 이용만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정작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반응할 이유조차 없다고 일축하거나, 선배이자 스승의 결정에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의학회·KAMC 결정 응원한다" vs "정부에 또 이용만 당할 것"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해 전문가 단체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대한의학회와 의대협회는 '일단' 정부와의 협의를 시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하지만 더이상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현 사태가 더욱 악화하지 않도록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더 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됐다고 보고, 우선 대화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대한의사협회(의협)에서도 "일말의 우려감 속에서도 두 단체에 응원을 전한다"고 밝혔고, 일부 의대 교수도 비슷한 입장을 표했다.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대한의학회, KAMC의 결단에 응원을 보낸다"며 "모쪼록 논의가 잘 이루어져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하루빨리 건강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의 뚜렷한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의학회 등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점, 의학회 산하 26개 전문학회 이사장 및 회장과 사전에 논의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점에 대한 불만도 나온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관계자는 "정부 입장이 변한 게 없는데 협의체에 참여하는 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회의적인 건 사실"이라며 "협의체에 들어간다면 내년도 정원 조정을 비롯한 모든 논의가 가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의교협에 참여하고 있는 또 다른 의대 교수는 "두 단체가 욕먹을 것을 각오하고 사태의 시급성을 고려해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물꼬'를 텄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다.

전의교협은 오는 23일 회의를 열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또 다른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반대 의사를 표했다.

최창민 전의비 위원장은 "우리는 (참여) 안 한다"며 "우리는 2025학년도 증원은 안 된다고 보는데 정부는 내년도는 조정 안 된다고 하니까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그동안 상황 보면 의료계가 이용만 당했다"며 "이러다 내년에 일단 뽑고 이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나가지 않겠느냐"며 정부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공의들은 여전히 '정부 불신'…"협상 여지 있느냐"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들은 정부뿐만 아니라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의학회와 의대협회마저 불신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직 전공의 A씨는 "대표성 없는 단체"라고 일축한 뒤 "이런 행동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불신만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 B씨도 "상황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의학회와 의협의 높은 분들이 아직 정부와 협상해보려는 모습이 실망스럽다"며 "오히려 돌아가지 않겠다는 마음이 굳건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일부 전공의들은 현 사태를 해결해보려는 의학회의 결정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서도, 정부와의 대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

사직 전공의 C씨는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제동을 걸어줄 공식적인 소통 창구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일부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2020년처럼 졸속 합의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D씨는 "의학회의 결정은 이해되지만, 정부가 이용하려고 할 듯 하다"며 "현 정부에게 타협이나 협상의 여지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의 진정한 대화 의지가 없다면 전공의는 안 돌아올 것"이라며 "키는 정부와 전공의가 쥐고 있는 만큼, 의학회와 의대협회가 상황을 바꾸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학회와 의대협회의 협의체 참여 결정이 알려지자 의사 커뮤니티에서는 교수들을 비하하며 "본성을 못 버리고 또 배신했다", "만에 하나라도 졸속 합의하고 다시 돌아오라고만 해봐라" 등의 비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일부 전공의들이 모인 대화방에서는 "갈 길 가고 있으면 된다", "제발 좀 가만히 있지 왜 저러는지러는 지 모르겠다. 저런다고 우리가 가느냐"는 등의 발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jandi@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