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료한 걸음 | '빅토리' 박세완 배우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명료한 걸음 | '빅토리' 박세완 배우 화보와 인터뷰 | 마리끌레르 코리아

마리끌레르 2024-10-22 12:00:00 신고

3줄요약

보다 선명해진 마음으로, 가능한 한 멀리 가닿을 거란 기대를 안고.
박세완이 내딛게 될 한 걸음.

드레스 Son Jung Wan, 부츠 Miu Miu, 이어링 Moschino.

영화 <빅토리>에서 ‘필선’(혜리)이 유난히 눈부시게 빛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의 곁에 언제나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를 감싸주는 ‘미나’가 있었으므로. 미나를 연기한 배우 박세완의 세계는 타인에게서 나와 닮은 면을 발견하고, 그에게 온전히 동화되며 한 뼘씩 넓어져갔다. 드라마 <땐뽀걸즈>의 ‘시은’, 영화 <육사오>의 ‘리연희’, <빅토리>의 ‘미나’에 이르기까지, 그가 작품 안에서 다채로운 얼굴로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연기를 향한 단순하고도 명료한 진심 덕분이다. 그 진심을 품은 채, 그는 오늘도 이야기의 세계를 가능한 한 오래도록 유영할 방법을 고민한다.

드레스 Son Jung Wan.
뷔스티에 톱 open yy, 오버사이즈 롱 코트와 팬츠 모두 YCH, 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뷔스티에 톱 open yy.

이번 화보를 준비하며 <빅토리> 무대 인사에 갔어요. 자기소개가 끝나기 무섭게 모든 배우가 객석에 난입하는 무대 인사는 처음이었습니다.(웃음)

밀레니엄 걸즈의 젊음을 보여 주자는 저희의 포부를 담아(웃음) 각자 소개를 마치고 바로 객석으로 뛰어들어 한 분씩 사진을 찍어드리고 있어요. 한 분이라도 더 좋은 입소문을 내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요즘 그 소문의 화력을 여실히 느끼고 있을 듯해요. 개봉이 한 달여 지난 지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역주행에 성공했잖아요.

무척 감사한 일이죠. 매일 무대 인사를 마치자마자 밤늦게까지 SNS로도 작품 홍보를 했거든요. 열심히 산 보람이 있어요.(웃음)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빅토리>는 영화에 갖는 배우들의 애정이 유난히 돋보이는 작품인 것 같아요. 작품을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점이 흥미롭게 다가왔나요?

그간 공교롭게도 여러 작품에서 교복을 입는 학생 캐릭터를 만났는데, 사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청춘물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고 느꼈거든요. 공감할 여지가 줄어드니까요. 그런데 <빅토리>는 대본이 아주 재미있었어요. 이 작품으로 청춘물 커리어를 마무리하면 제 고등학교 시절을 다시 한번 매듭짓는 것처럼 참 아름답겠다 싶었죠. <땐뽀걸즈>에서도 거제에 사는 고등학생 역을 연기했는데, 이번 작품의 미나는 완전히 다르게 표현해볼 수 있겠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느꼈어요.

미나에게서 전작의 인물과 어떤 다른 면을 발견했나요?

시은이 언제나 자신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성격이라면, 미나는 자신보다 남이 먼저고 배려가 습관이 된 친구예요. 원래 성정은 그렇지 않지만 힙합에 빠져 살아서 귀여운 허세나 껄렁껄렁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인물이고요.

미나의 면면에서 자신과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나요?

미나처럼 저도 상대에게 잘 맞추는 편이에요. 친구가 조용한 걸 좋아하면 말없이 곁에 있어주고 집에 돌아가서 혼자 시끄럽게 노는 거죠.(웃음) 또 힘들고 아픈 걸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아요. 이런 면이 미나에게도 있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동생들을 보살피면서 커온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제가 가진 여러 면 중에 특히 미나와 닮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중심으로 삼아 캐릭터를 발전시켰어요.

평소 작품 속 인물과 가까워지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어요?

저는 주로 노래를 활용해요. 대본을 읽는 시간 외에도 그 인물과 잘 어울리는 노래를 들으면서 계속 걸어요. 그러다 보면 문득 자세나 말투, 외모에 대한 디테일한 아이디어가 떠오르거든요. 이번 작품에서는 그 노래가 진주의 ‘Everybody’였어요. 이 곡을 들으면 미나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밀레니엄 걸즈가 곧장 뛰쳐나올 것만 같아서 심장이 뜨거워지더라고요.(웃음)

밀레니엄 걸즈로 함께한 배우들이 대부분 <빅토리>로 처음 연기에 도전했다고 들었어요. 선배 배우로서 현장을 이끌어본 건 처음이었죠?

맞아요. 그 때문인지 이번 현장에서 유난히 제가 처음 연기를 처음 시작하던 때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데뷔작 <드라마 스페셜: 빨간 선생님>을 정소민 선배와 함께 했는데, 그때 선배가 단 한마디의 조언이나 지적 없이 친구처럼 대해준 일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고요. 저도 선배처럼 동생들과 진짜 친구처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어요. 다 함께 동고동락한 시간 덕분에 영화에 저희 케미스트리가 자연스럽게 담긴 것 같아요.

작품 안에서 가장 오래 붙들고 있던 고민은 무엇이었어요?

<빅토리>는 결국 필선이로 시작해 필선이로 끝나는 영화잖아요. 밀레니엄 걸즈 각자의 개성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선이 이끄는 장면에서만큼은 그 친구를 뒷받침해주기 위해 저희 8명의 앙상블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여러 차례 나눴어요. 저희끼리 방에 모여 참고할 만한 작품을 함께 살펴보기도 했고요. 그만큼 이번 작품에서 가장 오래 고민하고 신경 쓴 부분이에요.

그 고민의 흔적이 버스 터미널 신에 고스란히 담겨 있죠. 미나가 “내는 니 옆에 있으면서 조연이라도 된 거 같애 갖고 늘 좋았다”라고 말하자 필선이 “미나야, 니는 누가 뭐라 케 도 주연이다. 니도 내도 다 주연이다”라고 대답하는,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그 장면이요.

미나의 대사는 필선을 그만큼 아끼니까 건넬 수 있는 응원의 말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신을 찍기 전부터 혜리에게 “필선이를 빛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게”라고 말하곤 했는데, 알게 모르게 저희 모두 서로를 향한 애틋한 감정이 쌓였나 봐요. 아무렇지 않게 연기하려고 했는데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눈물이 자꾸 나서 간신히 참았어요. 필선이 진심으로 예뻐 보이더라고요. ‘내가 진짜 미나가 됐구나’ 하고 문득 깨달은 순간이었죠.

작품 속 인물에 온전히 동화된다는 건 참 아름다운 일인 것 같아요. 그게 연기라는 일이 지닌 마법 같은 면이 아닐까 싶고요.

맞아요.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받다가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낀 날이면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요. 현장에서 모든 에너지를 다 썼는데도 제 안에 묘한 흥분이 남아 있는 거예요. 버스 터미널 신을 찍은 날도 그랬어요. 너무 재미있었다고 혼자 되뇌면서 괜스레 밤늦게 잠들었죠. 매번 이 일을 이렇게나 재미있어 한다는 게 배우로서 저를 계속 나아가게 하는 힘인가 봐요.

어느덧 10년 가까이 작품 안에서 다양한 인물을 표현해왔어요. 배우의 세계에 오래도록 머무를 수 있는 힘은 어디에서 생겨난 것 같나요?

배우 생활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에는 거창한 목표나 기대가 있었어요. 어떤 연기를 할 거고,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요. 그 목표를 향해 쉼 없이 나아가다 보면 마지막에 여는 문은 엄청 화려할 거란 기대가 있었는데, 제 기대와 다른 20대를 보내고 나니 생각이 달라지더라고요. 오히려 지금은 계속 연기하는 이유가 굉장히 단순 명료해요. 작품을 만나고 그 인물이 되어보기까지 준비하는 과정이 무척 즐겁고, 이 재미있는 일을 가능한 한 오래도록 지속하고 싶은 거죠.

건강한 방식이네요. 그런 확신을 얻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연기가 제 삶에서 너무 큰 화두라 스스로를 갉아먹던 시기가 있었어요. 스스로를 심하게 채찍질하기도 했죠. 그러다 번아웃을 한번 크게 겪었는데, 그 무렵 유튜브에 제 이름을 검색해 예전 작품 영상들을 찾아서 본 적이 있어요. 아쉬움이 남았거나 스스로 못났다고 생각한 작품들만 모아서 쭉 보는데, 연기도 곧잘 하고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이 참 예뻐 보이더라고요. 왜 과거의 모습을 못났다고만 생각하고 스스로를 힘들게 했을까, 갑자기 생각의 전환이 이뤄지면서 힘든 시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요. 그때를 계기로 깨달았죠. 꼭 큰 성과를 얻어야만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요.

그 말을 듣다 문득 <빅토리>라는 제목이 지닌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네요. 제목은 ‘빅토리’지만 작품에서 전형적인 승리나 성공의 서사를 그리지는 않잖아요.

맞아요. 꼭 거창한 걸 이뤄내야만 승리라 부를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미나가 아무리 연습해도 외워지지 않던 동작이 갑자기 되는 것도 빅토리고, 필선이 끝내 서울로 상경하지 않고 거제로 돌아오는 것도 실패가 아니에요. 단 차가 큰 계단을 한 번에 오르기 위해 크게 점프하지는 못하더라도, 매 순간 작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고 있는 거죠. 지금의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작은 계단을 하나씩 오르며 만날 이야기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나요?

다양한 얼굴로 존재하고 싶어요.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작품에 담길 만큼 꾸준히 할 수 있다면 더 좋고요. 지금은 그러기 위해 내공을 쌓는 중인 것 같아요. ‘저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어요!’ 하고요.(웃음)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