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중요한 선택을 앞둔 때에는 바로 정하기보다는 하루가 지난 후 하는 편이 좋다는 조언을 들어본 사람은 많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듀크대 연구팀이 발표한 최근 논문에서 '하룻밤을 자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바로 결정하는 것보다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논문은 '실험심리학 저널: 일반(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 General)'에 게재됐다.
연구 당시 듀크대 박사과정이었고 현재 펜실베이니아대 박사후연구원인 알리사 싱클레어(Alyssa H. Sinclair) 박사 연구팀은 '첫 느낌으로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하룻밤 자고 나서 결정하는 것이 좋은가?'라는 의문에 대해 조사했다.
실험에서는 '가상의 차고 세일에 출품하기 위한 물건의 가치가 가장 높은 상자를 고르는 작업'이 실험 참가자에게 주어졌다.
각 상자의 아이템은 대부분 가치가 낮은 '낡은 자명종' '식물 화분' 등이었지만, 그중에는 '고가의 램프' '테디 베어' 등 가치가 높은 것도 있었다. 상자 안에는 차례로 아이템이 채워져 있었으며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위쪽에 있는 상자도 있었고, 가운데나 아래쪽에 위치한 상자도 있었다.
선택한 상자의 합계 가치를 계산해 현금으로 보상한다고 알렸기 때문에, 실험 참여자에게는 가치가 높은 상자를 고르기 위한 동기가 존재했다.
하지만 연구팀이 준비한 각 상자 안의 20개 아이템이 가진 총 가치는 실제로는 모두 같았다. 즉, 참여자에게는 알리지 않았지만 결국 어떤 상자를 선택해도 수령액은 같았다.
주어진 여러 개의 상자를 확인한 참여자에게 곧바로 출품할 상자를 선택하도록 요구한 경우, 상자 내용물 전체가 아닌 '처음 본 몇 가지 아이템의 가치'에 따라 판단하는 경향을 보였다. 어떤 상자를 택해도 수령액은 변하지 않음에도 위쪽에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많은 상자를 선택하기 쉬웠다.
싱클레어 박사는 "사람들은 첫인상에 강하게 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실험 참여자는 위쪽에 가치가 높은 아이템이 들어간 상자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보다 약 10% 가치가 높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하룻밤 지난 후 출품할 상자를 선택하도록 한 실험에서는 참여자가 가치가 높은 아이템의 위치가 위에 있든 아래에 있든 상관없이 각 상자를 똑같이 평가해 첫인상에 이끌려 선택하는 일은 없었다.
싱클레어 박사는 "하룻밤을 자고 난 후 결정할 때 사람들은 보다 합리적인 선택을 했다. 처음·가운데·마지막에 높은 가치의 물품이 있는 상자 모두 똑같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동차나 집 등을 구매할 때 ▲직장을 선택할 때 ▲누군가와의 데이트를 결정할 때 등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면 하룻밤 자고 난 후에 정하는 편이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논문 공저자이자 듀크대 정신의학행동과학 부교수인 앨리슨 애드콕(Alison Adcock)은 "어떤 경험이 끝나면 우리의 뇌는 하룻밤 사이에 그것을 기억 속에서 정리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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