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앤북 = 강선영 기자] 고래에 대한 설명으로 ‘경이로움’보다 더 적절한 말은 없을 것이다. 고래는 경이로움, 그 자체다. 다른 바다 동물들과 달리, 육지에서 바다로 되돌아간 고래는 엄청난 몸집부터 뛰어난 지능, 운동 능력, 생태와 문화까지 놀라운 이야기로 가득하다.
어느 영화에선가, 바다에 가본 적 없는 산적들에게 해적이었던 사내가 고래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모닥불을 가운데 놓고 빙 둘러앉은 무리 바깥으로 둥근 원을 그리고 나서, 고래의 눈 크기가 이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이어서 고래의 크기와 생김새, 생태를 설명한다.
코는 머리 뒤쪽에 있고, 이빨 대신 수염으로 먹이를 잡아먹으며, 가끔씩 숨을 쉬러 바닷물 위로 나와 비처럼 물줄기를 뿜어댄다고 말이다. 또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인다는 이야기도 이어진다. 산적 무리는 거짓말을 한다면서 해적 출신 막내를 흠씬 두들겨 팬다. 영화를 보는 사람이야 고래의 생김새와 생태를 이미 알고 있으니 재미있게 웃어넘기지만, 고래를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정말 그런 동물이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다정한 거인'은 그 자체로 고래에 관한 가장 최신의 정보를 충실하면서도 현장감 있게 담아낸 살아있는 생태보고서다. 그리고 신화부터 포경문화, 수족관돌고래, 다시 ‘권리의 주체’로 이어지는 고래와 인간 사이의 오랜 역사를 다룬 역사책이기도 하다. 또 동물과 인간, 자연과 인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반성, 문제의식을 던지는 생생한 취재기로도 읽힌다.
독자는 이 책에서 고래와 인간의 역사와 이를 둘러싼 현안들, 그리고 자연과 인간, 동물과 인간의 바람직한 관계맺기에 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다정한 거인'은 비단 신기한 고래 이야기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할 인류의 미래에 관한 따뜻한 대화이자 성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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