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억 최고가 찍은 강남역…역명부기 사업, 서울만 잘된다

11.1억 최고가 찍은 강남역…역명부기 사업, 서울만 잘된다

한스경제 2024-10-20 08:10:00 신고

'역명부기'은 승강장에 사인물이 붙고 하차역 방송 시 안내되는 방식으로 엄청난 광고료를 받으며 코레일의 적자를 메워왔지만, 이 또한 '서울공화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 박정현 기자
'역명부기'은 승강장에 사인물이 붙고 하차역 방송 시 안내되는 방식으로 엄청난 광고료를 받으며 코레일의 적자를 메워왔지만, 이 또한 '서울공화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인다. / 박정현 기자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지하철을 이용하면 접하게 되는 광고가 있다. 역명 뒤에 붙는 '역명부기'다. 광고료를 낸 기관의 이름이 열차 방송으로 안내되고 승강장에 표기되는 방식으로 지하철 사업의 적자를 메워왔지만, 이 또한 '서울공화국'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역명부기는 코레일, 서울교통공사 같은 공기업이 '역명부기 유상 판매 입찰'을 진행해 결정된다. 

코레일이 15일 수도권전철 55개역을 대상으로 낸 공고를 보면, 역 주변의 공공기관 및 공공시설, 대학·병원 등 다중이용시설,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되는 기관 등은 입찰을 신청할 수 있다. 이후 접근성·공공성·선호도·가격평가 등에 대한 서류심사와 심의를 거쳐 기관이 선정된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성사된 이후 1~3년간 광고된다.

역의 인지도에 따라 광고료는 천차만별이다. 하루 수송인원 10만명에 이르는 강남역의 경우 지난달 '하루플란트치과'가 11억1000만원에 계약하며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입찰 예정가 8억6100만원보다 높은 가격이다. 팝업거리로 유명한 성수역은 CJ올리브영이 10억원에 구매했다. 수도권 역중 수송인원이 11만으로 가장 높은 홍대입구역은 2022~2023년 '에듀윌학원'이 낙점돼 젊은세대와 외국인에게 인지도를 크게 높혔다.

서울교통공사의 2024년 1~9월 수송인원 순위(좌), 부산교통공사 1호선의 8월 승하차현황(우)
서울교통공사의 2024년 1~9월 수송인원 순위(좌), 부산교통공사 1호선의 8월 승하차현황(우)

김정환 서울교통공사 신성장본부장은 “지하철 역명병기 사업은 지역의 상징성을 선점해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과 기관의 호응을 받아왔다”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기존 역명부기 계약을 체결한 기업·기관들은 높은 홍보 효과에 만족해 7월 약 80%의 재계약률을 보였다. 

다만 이는 수도권의 이야기일 뿐이다. 부산·대구·광주·대전 등의 광역시도 지하철을 운영 중이지만 이들 도시철도 역명부기는 인기가 없다.

부산 최대의 번화가인 서면역은 지난달 기준 일일 수송인원 7만1000명으로 서울 선릉역(7만명) 앞서고 있지만, 2008년 역명부기 판매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판매된 이력이 없다. 반면 선릉역 역명부기는 애큐온저축은행이 2022년 6월 7억5100만원에 낙찰받아 2025년까지 사용할 예정이다. 

대구교통공사는 도시철도 1~3호선의 역사 91개소 중 20개소에서 역명부기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에 비해 유상으로 역명부기를 사용하는 기업이 대구에 본사가 있는 엘엔에프(성서산업단지역) 등으로 현저히 적다. KTX와 1호선이 연결돼 대구의 관문 역할을 하는 대구역과 동대구역 조차 현재 역명부기 입찰공고에 올라있는 상태다.

대전교통공사도 2022년부터 역명부기를 판매중이나 역시 기업·기관의 광고 이용이 저조하다. 공사 측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 공고문을 냈으나 1호선 11곳 중 시청역 1곳만 낙찰됐다. 입찰 공고가가 9000만∼1억1000만원으로 타지역 대비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이조차도 높아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구 도시철도 1~3호선 역명 
대구 도시철도 1~3호선 역명 

이는 수도권 외 광역시에는 대기업 본사가 거의 없고, 지사와 지점만 있어 부기 역명을 이용해 홍보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을 뺀 나머지 지역은 기업보다 병원들의 역명부기 입찰신청이 많다. 부산만 하더라도 역명부기가 판매된 21개역 중 17곳이 병원이었다.

국내서 공공 영역으로 분류돼 운송 수입이 높지 않은 철도 사업 특성상 코레일과 교통공사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를 광고 수익으로 메워야 한다. 매년 서울교통공사는 5000억원의 손실을 보이고 있으며, 부산(3000억원), 대구(2000억원), 인천(1000억원), 광주(700억원), 대전(600억원) 등 지방 교통공사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수송인구와는 별도로 지역 경쟁력이 부수입의 지표로 기능하는 모양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명부기 사업으로 연 36억4000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서 두번째로 큰 지하철을 갖춘 부산은 지난해 8억6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세번째인 대구교통공사의 한 해 수익은 4억90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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