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랑 같이 보러간 부모들을 펑펑 울렸다는 짱구 극장판 레전드 넘버원 어른제국의 대역습
위에 올려놓은 "히로시의 회상"이라는 BGM자체도 진짜 개쩔지만 이 어른제국의 대역습의 가장 개쩌는 것은 바로 연출이다.
이 영화의 메인 빌런 "켄" 이 인간은 과거에 젖어 사는 사람이고, 과거에는 분명 더 아름다운 삶이였는데 현대가 되면서
인간미가 사라지고 물질주의에 시달리는 현대를 싫어한다.
그래서 켄이 생각한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것"
그래서 이 인간의 모티브 자체가
비틀즈의 존레논이고
이 인간이 이끄는 조직의 이름은 "Yeasterday Once more"
카펜터스의 명곡 "Yeasterday Once more" 따온 것이다.
비틀즈, 카펜터스 모두 과거의 향수가 진하게 묻어나오는 밴드들
켄은 과거의 냄새, 즉 향수(鄕愁)를 통해서 어른들을 과거의 상태로 되돌린다.
재밌는건 향수(香水) -> 뿌리는 거 와 향수(鄕愁)->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
둘다 한국어든, 일본어든 발음이 비슷하다. (쿄우스이, 쿄-슈우)
과거의 냄새를 맡은 어른들은 모두 향수에 젖어 어린아이가 되어버린다.
어린아이가 되어버린 것은 짱구의 부모님도 마찬가지
그러나 짱구는 "현대의 냄새"를 통해서 부모님의 정신을 차리게 만드는 것에 성공한다.
현대의 냄새란 바로 아버지의 고난과 고통이 담긴 발냄새
신형만은 회상 장면에서 여름의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한다. 그래서 구두를 신고 다니는 그의 발은 지독한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지독한 냄새는 역으로 "가족의 즐거움"을 낳는다.
아이들은 아빠의 지독한 발냄새를 혐오하거나 멀리하지 않고 까르륵 웃으면서 반겨준다.
지독한 발냄새라고 해도 신형만은 짱구와 짱아의 아빠니까
이 냄새를 맡기 전의 연출이 실로 놀라운데
"무슨 소리야! 나처럼 어린애가 무슨 아빠라는거야!"
아빠라고 하지만, 그래봤자 30대 중반
과거의 향수 속에서 여전히 신형만은 자신의 부모님의 아이일 뿐이다.
그러나 신형만의 부모는 안다.
이제 자신의 아이가 가정을 꾸리고 자신을 떠나게되었다는 사실
신형만은 첫번째 가정을 꾸리고, 이제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진정한 인생, 즉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의 삶을 살게되었다.
그것을 깨달은 신형만의 부모님은 미묘한 미소를 짓고
신형만을 떠나 점점 멀어진다.
이제 아들은 자신의 품을 떠나 새로운 가정을 이루고, 가장으로서 살게될 것이다.
저 "미묘한 미소"가 ㄹㅇ 이 영화의 백미중 하나.
어찌되었던 신형만은 자신의 발냄새를 통해
과거의 향수, 과거에서 풍겨오는 향긋한 냄새보다
힘들고 괴롭고, 좆같은 냄새지만, 자신의 아들과 딸과 함께하는 괴로움을 감내하는 그 고약한 냄새가 더 소중한 것을 깨닫고
자신의 아들을 알아보게된다.
생즉고(生卽苦) 삶은 곧 고통이이다.
그러나 그 고통이야 말로 삶이고
고통 속에서 느끼는 행복이야 말로 진정한 행복이다.
"행복한 과거"에서만 살아가고자 하는 어른의 망상은 도피일 뿐이다.
결국 그 가장의 고통의 냄새로 가정은 하나로 똘똘 뭉쳐 메인 빌런 켄에게 덤빈다.
엘레베이터를 타고 도망가서 모두를 "과거의 향수"속에 살게 만드려는 메인빌런 켄을 막는 신형만
가족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남자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이루고 싶던 꿈과 목표를 많이 포기하게 만든다.
이상(理想)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신형만을 비웃는 켄을 막아서며
신형만은 이렇게 말한다
"내 삶은 결코 하찮은 삶이 아니야, 가족이 주는 행복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을 정도다!!!"
「자신의 이상」을 이루기 위해 과거에만 살던 켄은 처음으로 얼굴이 일그러진다.
「가족의 미래」 즉 자신의 아들과 딸의 미래를 위해 "현재"를 살아가는 어른 "신형만"의 모습에 무언가 느낀것이 있는듯
그러나 켄은 신형만을 떨쳐버리고 타워의 위로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아버지의 추억-> 짱구의 질주로 흘러나가는 음악
그리고 이 20세기 박물관의 꼭대기에서 "과거의 향수"를 뿌려 과거의 향수 속에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그래서 이 타워의 꼭대기는 "미래"를 의미한다.
켄이 먼저 올라가서 "미래"를 가지못하고 "과거"에만 살아가는 세계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짱구가 먼저 올라가 "미래"를 향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짱구는 켄의 야망을 막기 위해 달려나간다.
탑을 향해 달려나가는 짱구는 미래를 향해 달려나가는 아이를 의미한다.
짱구의 엄마인 봉미선도 같이...
하지만, 아이의 성장은 생각보다 빠르다.
엄마인 봉미선은 "아 어느순간 짱구를 따라가지 못하겠구나"
즉, 내 아이를 따라가지 못하겠구나 하고 느끼게된다.
짱구는 언젠가 어머니 봉미선의 품을 빠져나가 홀로 서게 될 것이다.
아이의 미래에 어머니는 같이 설 수 없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짱구
그리고 따라가지 못하는 어머니(봉미선)
어머니는 결정한다.
"아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
자신의 아들인 짱구를 쫒아오는 인생의 장애물들을 물리친다.
그 와중에도 꼭 안고 있는 짱구의 동생 짱아
아직 이 아이는 자신의 보조와 도움이 필요하고 아직 함께 탑을 오를 수 있는 존재
엄마가 떨어지자
"엄마!" 하고 부르는 짱구
하지만 어머니는 안다.
이제 이 아이는 언젠가 자신의 품을 떠나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봉미선은 단호하게 말한다
"멈추지 마! 빨리 가!"
"빨리!"
아이(짱구)는 당황한다.
그러나 짱구는 안다. 자신은 미래로 향해야만 한다.
짱구는 자신의 가장 충실하고 , 가장 친한 친구 흰둥이와 함께 미래로 다시 향한다.
하지만
짱구가 어른이 될 때 흰둥이는 곁에 없다.
쫒아오는 또다른 적을 향해 희생하는 흰둥이
이 순간에 짱구가 가장 오래 멈춘다.
아이때부터 함께 해온 흰둥이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이자, 어릴때 부터 같이 살아온 가족같은 존재
하지만 그 친구 조차 인생의 미래로 향하는 길에 영원히 함께할 순 없다.
짱구는 결심하고 다시 미래로 달려나간다.
그 미래로 가는 길에 "이미 찌들대로 찌들은 어른들은" 너무나도 편하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과거의 향수를 그리워하면서 너무나도 쉽게 올라가는 엘레베이터
그에 비해 짱구는
땀을 뻘뻘흘리며
"쿠소!(씨발)" 하면서 전신전력을 다해 탑을 올라간다.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짱구는 삶을 살아가며
때로는 넘어지고
발을 헛디뎌 데굴데굴 굴러버리기도 한다.
계단에서 꽈당 넘어져 코피가 줄줄 나기도 하고
지쳐서 주저 앉아버릴 떄도 있다
그러나 시간(카메라의 무빙)은 여전히 흐른다.
야속하게도 짱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짱구는 다시 일어나 달린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희생한 삶의 무게를 알기 때문에
자신이 달려온 삶의 가치를 믿기 때문에
여전히 아이이지만 미래를 향해 달려나간다
자신의 부모님이 가르쳐준 것 처럼
만신창이가 되어 달려나가는 짱구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짱구는 자신의 미래를 지켜낸다.
부모가 막아주던 모든 풍파를 자신이 맞아내고
그제서야 짱구는 자신의 미래로 나아가게된다.
"나 엄마랑, 아빠랑, 흰둥이랑, 짱아랑 더 함께하고 싶으니까! 그리고 어른이 되고 싶으니까!"
아이의 새로운 미래, 그리고 그 미래를 향하고자 하는 마음에 결국 과거의 향수는 멈추고
새로운 향기를 가져오는 바람이 불어온다.
켄은 자신이 패배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패배를 조용히 인정한다.
과거의 향수는 결국 새로운 바람에 흘러가는 것이다.
짱구의 가족은 훈훈하게 "석양"을 향해 나간다.
석양은 이제 더이상 과거의 향수가 아니라
지고 새롭게 올라가는 태양을 위한 잠시의 밤이다.
지금 열심히 뛰고 있는 너희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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