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어린이보험 갈등’ 악화일로…‘진단코드 변경’ 의혹도

현대해상 ‘어린이보험 갈등’ 악화일로…‘진단코드 변경’ 의혹도

투데이신문 2024-10-19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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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입장문을 읽다 눈시울을 붉히는 윤선이 위원 [사진제공=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지연특별위원회]<br>
지난 4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입장문을 읽다 눈시울을 붉히는 윤선이 위원 [사진제공=전국장애인부모연대 발달지연특별위원회]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어린이보험 점유율이 가장 높은 손보사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환아 보험금 지급에 대한 이견으로 소비자와의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발달지연 아동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진단을 변경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어린이 실손 보험에는 실손 처리가 가능한 R코드와 장애 진단으로 실손보험에서 배제되는 F코드가 있다”면서 “금감원 자료를 보면 현대해상이 발달 코드를 보험금 면책 사유인 F코드로 바꾸고 있다는 정황이 있다”고 언급했다.

최근 신장식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금융감독원에 접수 및 처리된 발달지연아동 관련 분쟁 건수는 6건이었지만 2022년 143건, 2023년에는 129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66건이 접수됐다.

보험금 미지급 분쟁 급증의 배경으로는 현대해상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주치의 소견 책임심사제’와 민간 치료사 자격에 대한 불인정이 지목된다.

소아재활치료 관련 의료자문에 따라 진단코드가 F로 변경될 경우, 보험사는 약관의 면책조항에 따라 실손보험금 지급을 거부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발달지연 아동은 보험금 지급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해당 의료자문 건수는 2021년 379건에서 2022년 2029건, 2023년 1996건, 2024년 상반기에만 854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의료자문 후 진단코드가 변경된 경우도 2021년 58건에서 2022년 724건, 2023년 972건, 2024년 상반기 508건으로 크게 늘었다. 

신 의원은 “보험을 들어서 우리 아이들의 지연된 발달을 조금 더 정상화시키고 싶은데 현대해상에서 이렇게까지 발달 코드를 F코드로 바꾸고 있는 것”이라며 “금감원이 추가 관리 감독을 하지 않으면 어린이 실손보험을 판매해 놓고 코드를 변경하는 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해상은 지난해 5월 민간자격 치료사에 대해서는 발달지연 아동 치료 실손보험금 지급을 할 수 없다는 통보도 한 바 있다. 이에 소비자와의 소송 건수도 늘어난 상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대해상의 소송 건수는 968건으로, 707건이던 2020년에 비해 약 37% 증가한 규모다. 손해보험협회 공시에서도 국내 17개 손해보험사 가운데 올 1분기 분쟁 조정 신청 건수가 가장 많았던 곳은 총 1242건을 기록한 현대해상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24.9% 증가한 수치다. 

소아재활치료 관련 의료자문 후 진단코드가 변경된 비율 ⓒ투데이신문
소아재활치료 관련 의료자문 후 진단코드가 변경된 비율 ⓒ투데이신문

갑작스레 중단된 치료에 투잡까지…발달지연 환아 부모 ‘눈물’

가입자들은 현대해상이 상품 판매에만 급급하고 정작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산하 발달지연 특별 위원회는 발달지연 건강보험 급여화, 실손보험 지급 대상 포함 등의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환아 부모들은 현대해상의 보험금 지급 중단으로 인해 경제적 부담까지 더해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발달지연 특별 위원회 송수림 대표는 “발달지연 치료는 또래에 비해 언어나 행동 발달 속도가 느린 아동에 대한 치료인 만큼 4~5년 남짓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며 “현대해상에서 요구하는 대학병원 치료는 대기만 평균 2년 이상이 걸려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가 의료행위인 처방을 하면 치료사는 보조행위인 치료를 하는 것인데 현대해상은 단순 보조행위라면 인정하겠다면서도 그 기준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국가에서라도 정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보험사의 자체적인 해석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또 “보험금 면책을 목적으로 약물처방을 하려면 F코드가 기본인 정신건강의학과에 아이들 자문을 요청하고 있는 실태”라며 “게다가 보험금 면책 사유인 F코드가 나오면 이미 받은 실손보험금을 토해내라는 소송까지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당연하게도 아이를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부모 마음이기에 투잡, 쓰리잡을 병행하며 수 백 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감당하고 있다”며 “많은 부모들이 아픈 아이를 두고 선택보다 포기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다. 향후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치료를 줄여야만 하는 현실이 너무나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현대해상이 아닌 타 보험회사에서는 민간치료사가 진행한 치료도 인정해주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급에 대한 일관성이 없어 현대해상 방침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현대해상 말고 다른 회사들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아 분쟁 소지 없이 (보험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해상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 영상 광고 [사진제공=현대해상]
현대해상 영상 광고 [사진제공=현대해상]

현대해상 “지급률 98%에 보험금 규모 1000억원 육박”…국가 책임론 제기도 

현대해상은 보험금 지급 문턱을 강화한 이유로 일부 병·의원의 과잉 진료와 브로커를 동반한 보험사기 우려를 지목한다. 예컨대 의료기관 운영은 의사가, 치료센터 운영은 브로커가 담당하는 등 일종의 사무장 병원에 대한 지적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민간 자격자는 현행법 상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실손보험은 국민건강보험법 또는 의료급여법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민간 자격자의 치료비는 실손보험 보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또한 놀이치료와 미술치료 등 발달지연 치료에 대한 실손보험 처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악용한 ‘브로커(컨설팅 업체)’ 사례가 있는 만큼 보험금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해상이 발달지연 관련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며 2021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올해는 1000억원 규모로 예상된다. 지급률도 98%를 넘기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 현대해상의 아동 발달지연 실손보험금은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150억원 수준이었던 현대해상의 발달지연 실손보험금은 ▲2020년 219억원 ▲2021년 480억원 ▲2022년 704억원 ▲2023년 957억원으로 4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이른바 ‘브로커’에 대한 우려도 일부 사실로 나타나고 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료기관이 ‘부설아동발달센터’를 개설하고 부실한 진료와 과도한 진료비를 책정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만 발달지연 환아들에게 해당 치료는 꼭 필요하며, 어른들의 이해관계로 인해 꼭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아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의료계의 의견이다. 또한 이번 갈등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중단으로 인해 불거졌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정부 차원의 발달지연 치료 및 지원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소아청소년행동증진학회 한은희 보험이사는 “아이들이 대학병원 순번을 기다려 해당 치료를 받기는 거의 불가능하지만 발달지연이나 장애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치료”라며 “심리 치료와 놀이, 미술치료 등은 단순히 언어의 구조적, 기계적 장애 치료보다 사회성 향상 등 중심에서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의사의 처방으로 이뤄진 의료행위지만 워낙 여러 가지 불법이 자행되다 보니 보험사 입장에서 지급보류나 거절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극히 일부 사례 때문에 정말 치료 받아야 할,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아이들이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일이나 미국, 일본 같은 경우도 전부 국가지원으로 가고 있는 만큼 결국 정부가 해당 치료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부여하고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논란이 많은 민간 자격자들에 대한 제도권 편입 등 급여화 추진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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