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당구인사이트] ‘세계 챔피언’ 조명우는 여전히 배고프다

[김용일의 당구인사이트] ‘세계 챔피언’ 조명우는 여전히 배고프다

MK빌리어드 2024-10-19 07:01:00 신고

3줄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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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정상 올랐지만 내 당구에 만족못해
포지션 생각하고 노련해지고 싶어
야스퍼스 경기 유심히 봐
지난달 한국 당구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이자 10년 만에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세계캐롬연맹(UMB) 세계3쿠션선수권을 제패한 조명우(세계2위, 서울시청 실크로드시앤티)는 여전히 배고프다.

최근 서울시청 훈련장인 서울 독산동 마이게임스당구클럽에서 만난 조명우는 세계 최고 자리에 올랐음에도 자기 당구에 만족하지 못했다. 화두는 ‘노련미’다. 그는 “주니어부터 시니어 데뷔 초기까지는 겁 없이 공격적으로 쳤다. 힘을 과하게 쓸 때도 있었다”며 “요즘엔 뒷공 포지션도 생각하면서 노련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세계 1위인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의 경기 영상을 자주 본단다. 조명우는 “야스퍼스는 공을 다루는 게 확실히 다르다. 힘 조절 등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공을) 선택하는 것과 치는 방식이 달라서 늘 유심히 본다”고 했다.

결승전 트란탄럭 축하 너무 멋있어
팀선수권 이후 한동안 부진에 빠지기도
경기 전 화장실 가는거 새로운 루틴
그는 지난달 29일 베트남 빈투안에서 끝난 제76회 세계3쿠션선수권 결승에서 베트남 차세대 기수로 꼽히는 트란탄럭을 50:23(20이닝)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세계 챔피언에 오른 건 2014년 서울에서 열린 67회 대회에서 우승한 최성원 이후 10년 만이다.

우승 순간은 슬쩍 민망했다. 49:23으로 우승까지 1점을 남겨 놓은 상황. 배치는 뒤돌리기다. 조명우가 강하게 때렸는데 순간적으로 키스가 나면서 공이 제2적구를 스치듯 맞았다. 조명우는 멋쩍어했다. 이때 트란탄럭이 다가와서 “맞았다”고 하면서 축하의 악수를 건넸다. 이 상황을 언급하자 조명우는 “처음에 득점했다고 제스처했는데 심판은 안 맞았다고 하더라. 그런데 트란탄럭이 맞았다고 악수하러 왔다. 심판도 다시 보고 정정해서 멋쩍었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내가 반대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했다. 트란탄럭이 멋진 선수라는 게 느껴지더라. 진심으로 나를 축하해준다고 느껴서 그런지 나도 나중에 (비슷한 상황이면) 그처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세계3쿠션선수권 역사상 6번째로 평균 2점대 애버리지 우승이어서 의미가 더 크다. 조명우는 조별리그부터 결승까지 7전 전승, 152이닝 330점으로 평균 애버리지 2,171을 기록했다. 그는 “정말 의미가 큰 것 같다. 애버리지가 안 좋아서 우승하면 운이 좋았다고 여길 것 같은데…”라며 “조별리그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토너먼트에 와서 평균 2점대더라. 사실 (준결승에서) 애버리지 2.7대를 치던 에디 먹스를 이겼을 때 (우승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사실 조명우는 올 초 보고타월드컵을 비롯해 아시아선수권, 세계팀3쿠션선수권 등 메이저 무대에서 부진했다. 지난 3월 국내 대회인 국토정중앙배 1회전에서도 탈락하는 등 장기 침체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스스로 심리적 요인이라고 했다. 조명우는 “장기적으로 안 풀렸린 빌미가 된 게 팀선수권이다. 너무 못하기도 했고 함께 출전한 (허)정한이 형께 죄송했다”며 “대회 끝난 뒤에도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1반전 동력이 된 건 프로당구 LPBA에서 활동하는 ‘연인’ 용현지다. 그는 조명우의 스트로크 자세 등 미세하게 달라진 부분을 조언했다. 특히 조명우가 큐를 잡을 때 무게 중심이 평소와 다르게 앞에 쏠려 어깨 각이 달라진 점을 잡아냈다. 어깨 각은 두께 조절과 매우 밀접하기에 조명우도 무릎을 탁 칠만했다.

월드컵, 전국대회 꾸준해야 진짜 챔피언
이제 목표는 국가대항전인 세계팀선수권 우승
조명우는 “아무래도 여자 친구가 내 당구를 가장 가까이서 많이 보지 않느냐. 정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월 포르투월드컵 준우승으로 부활 날갯짓을 했고 8월 SOOP이 주최한 월드3쿠션서바이벌을 제패했다. 결국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까지 모두가 알던 조명우로 돌아온 것이다.

딱히 루틴의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조명우가 딱 하나 달라진 것을 언급했다. 뜬금없을 수 있지만 화장실이다. 조명우는 “나이가 한 살씩 먹으면서 생각이 많아져서인지 모르겠다. 과거엔 생리적 현상에도 신경 안쓰고 참고 당구를 쳤다. 그런데 요즘엔 경기 전엔 꼭 화장실에 간다”고 웃었다.

얘기를 나누는 내내 조명우는 들뜬 미소 한번 짓지 않았다. 여전히 뭔가 이루고 싶은 욕망이 커 보였다. 그는 “세계선수권 우승했다고 뒤돌아볼 여유는 없는 것 같다. 3쿠션월드컵, 그리고 국내 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계속 유지해야 진짜 챔피언”이라고 했다.

‘당장 이루고 싶은 것’을 물었다. 지체 없이 3쿠션 국가대항전인 “세계팀선수권”이라고 했다. 조명우는 “팀선수권은 팀으로 한국을 대표할 뿐 아니라 동료가 치고 자리에 앉아 나를 보지 않느냐. 사실 그게 부담이 크더라. 지난 대회에서 정한이 형이 ‘괜찮다’고 말씀해주시는 데 마음이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부분이 내 당구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다시 기본 공부터 집중해서 완벽에 도전하겠다. 팀선수권에 다시 나간다면 꼭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용일 칼럼니스트/스포츠서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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