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순위 목표' 신와르 제거에도 네타냐후 "전쟁 안 끝났다", 대체 왜?

'1순위 목표' 신와르 제거에도 네타냐후 "전쟁 안 끝났다", 대체 왜?

프레시안 2024-10-18 19:58: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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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17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수장 야히아 신와르(61)를 죽였다고 밝혔다. 최우선 제거 대상을 살해해 전쟁을 끝낼 명분이 생겼음에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고 단언했다.

미국은 휴전을 촉구했지만 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데다 거듭된 승리에 고무된 네타냐후 정부가 오히려 공격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신와르 살해가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이란을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17일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성명을 통해 "야히아 신와르가 죽었다. 그는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군(IDF)의 용감한 병사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가자지구 전쟁의 끝이 아니다"라며 "끝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신와르가 지난해 10월7일 이스라엘 남부 습격을 주도했다고 보고 제거 대상 1순위로 꼽아 왔다. 하마스는 신와르 사망을 확인하지 않은 상태다.

이스라엘군은 신와르를 목표로 공격한 게 아니라 우연히 마주쳐 사살했고 죽일 당시에도 신와르임을 알지 못했다. 17일 이스라엘군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신베트(ISA)는 공동성명을 통해 전날 이스라엘군 보병 분대 지휘관 훈련부대인 828 비슬라흐 여단이 가자지구 남부에서 작전 수행 중 전투원 3명을 제거했고 신원 식별 과정을 거쳐 그 중 한 명이 신와르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네 명의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이것이 신와르 제거 작전이 아니었고 통상적 순찰 중에 전투원을 마주치며 일어난 일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은 교전 뒤 사살된 3명의 전투원들의 주검을 살피다 그 중 한 명이 신와르와 매우 닮았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한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군이 교전 중 죽인 전투원이 신와르임을 몰랐다고 확인했다. 이후 이스라엘군은 유전자 정보(DNA) 검사 등을 통한 신원 확인 뒤 해당 주검을 신와르로 확정했다. 이스라엘군은 무인기로 포착한 신와르의 죽기 직전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신와르가 인질과 함께 지하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지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신와르와 사망한 전투원들 인근에서 인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확인했다. 신와르는 당시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2명의 전투원만 동반한 채 지상 건물에서 포격을 받고 사망했다.

신와르는 이스라엘이 밝힌 10월7일 습격을 주도한 인물로, 최우선 제거 대상을 죽인 것은 이스라엘이 전쟁을 끝낼 명분으로 기능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거의 진전이 없던 휴전 협상을 하마스와 신와르 탓으로 돌려 왔다.

미국은 신와르 죽음이 전쟁을 끝낼 "기회"라고 강조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은 17일 관련 연설에서 "정의가 실현됐다"며 "가자지구 전쟁을 마침내 끝낼 기회"라고 밝혔다. 같은 날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해 "인질을 집으로 데려오고 전쟁을 끝내고 이스라엘의 안전이 보장되고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다시 통제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이 순간을 활용할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별도 성명을 통해 신와르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정치적 합의"를 막는 "걸림돌"이었다며 그의 죽음이 "하마스가 집권하지 않는 가자지구의 '다음날'을 위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을 보면 네타냐후 총리는 17일 연설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들(인질)이 집에 돌아올 때까지 전력을 다해 계속할 것"이고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언하며 전투 지속 의지를 밝혔다.

이에 더해 네타냐후 총리는 라파에서 지상군에 의해 신와르가 사망함으로써 국제사회가 만류한 라파 지상 침공 및 전쟁 지속이 정당화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설에서 "이제 이스라엘과 전세계에, 우리가 모든 압력에도 불구하고 왜 전쟁을 멈추지 않았는지, 라파에 들어가는 것을 고집했는지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외신과 전문가들도 신와르의 죽음이 가자지구 휴전을 가져올지 여부에 대해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 신와르가 사망했다고 해서 전쟁이 끝났을 때 네타냐후 총리에 닥칠 정치적 위험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면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을 구실로 미뤄둔 지난해 10월7일 습격을 막지 못한 책임을 묻는 조사를 받아야 한다. 10월7일 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부패 혐의에 대한 사법 조사와 이를 막기 위한 사법부 무력화 추진에 대한 국내 반발에 직면해 있었다. 조기 총선 또한 요구되는 상황이다. 인질 가족을 포함해 많은 이스라엘인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러한 이유로 전쟁을 질질 끌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영국 BBC 방송은 "신와르 살해는 이스라엘이 원했던 승리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다른 전쟁 목표들이 달성됐다고 주장할 수 있을 때까지 전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통치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당장 종전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이유다. 미국은 전후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까지 통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북부를 분할해 이스라엘이 통치하는 내용을 포함한 "장군 계획(Generals' Plan)"을 실행 중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신와르의 죽음이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강타 뒤 지지율이 오르며 레바논 지상 침공까지 감행한 네타냐후 정부의 확전 의욕을 더욱 고무시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로이터>는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동프로그램 책임자 존 알터먼이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 회담 재개를 바라는 바이든 대통령 압력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며 "비비(네타냐후 총리의 별명)는 연속으로 행운을 거머쥔 도박꾼과 같다. 그의 마음 속에서 사람들이 미쳤다고 했던 지난 6달간의 큰 위험 감수는 모두 성과를 거뒀고 가장 눈부신 성과는 신와르 살해"라고 분석했다고 전했다. 대선을 앞둔 임기 말의 바이든 대통령의 영향력도 약화되고 있는 시점이다.

네타냐후 총리에게 휴전 땐 연정을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해 온 이스라엘 극우 정치인들은 전쟁이 지속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극우 이타마르 벤그비르 이스라엘 국가안보장관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완전한 승리까지 전력을 다해야 한다"며 전쟁 지속을 주장했고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 또한 "해외에서 나오는 '전쟁을 멈출 기회'" 이야기를 비판하고 "하마스가 완전히 파괴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 중이다.

<로이터>는 일부 분석가들이 이스라엘 관점에서 지도자가 없는 하마스를 더 강력하게 공격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할 수 있어 오히려 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이스라엘이 협상 대상인 지도부를 계속해서 살해하며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와르는 지난 7월 비교적 온건하다고 평가됐던 하마스 전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란에서 암살된 뒤 하마스 수장에 올랐다. <로이터>는 미 싱크탱크 중동연구소(MEI)의 브라이언 캐털리스 선임연구원이 "현실적으로 하마스의 지휘·통제 구조가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휴전을 실행하거나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짚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하마스 쪽에서 협상 및 결정 권한을 내릴 사람이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하마스 당국자들에게 물었지만 즉시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마스의 조직적 기능이 무너진다면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것으로 추측되는 인질의 안전이 보장된다고 단언하기도 어렵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가들이 신와르를 잃은 하마스가 얼마나 분열될지, 지도부가 여러 장소에서 인질들을 붙잡고 있는 전투원들이 석방 협상을 준수하도록 보장할 수 있을지도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서안지구에 기반을 둔 정치연구그룹인 호라이즌센터 소장 이브라힘 달랄샤가 하마스의 새 지도부가 영구 휴전 요구를 철회하거나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일부에 대한 영구 점령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지만 인질과 수감자 비율을 이스라엘에 유리한 쪽으로 변경하고 향후 영구 철수를 전제로 이스라엘 일시 주둔을 허용하는 등 "전술적 타협"을 할 순 있다고 봤다고 보도했다. 하마스가 "물리적 생존"을 위해 보다 "실용적인 지도부"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설사 신와르 사망으로 가자지구 전쟁이 다소 완화된다고 해도 이미 벌어진 더 넓은 지역 분쟁이 저절로 가라앉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은 북부 국경에서 가자지구 휴전을 요구하며 이스라엘과 제한적 교전을 벌이던 헤즈볼라와의 전투 범위를 지난달부터 확장해 레바논에 대한 대규모 공습을 벌이며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죽였고 국경 지역 지상 침공도 시작했다. 이에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이란이 지난 1일 이스라엘에 탄도미사일 공격으로 보복했고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재보복을 준비 중이다.

오히려 신와르 사망이 중동에 분노를 불러 일으켜 분쟁이 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이터>를 보면 18일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과의 대결에서 새롭고 격화되는 단계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와르가 "은신처가 아닌 야외에서 전투복을 입은 채 적과 직면했다"며 사망 당시 상황을 통해 "저항 정신이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신은 가자지구 주민들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몰살 전쟁"을 벌이고 있어 신와르가 죽었다고 해서 전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BBC는 칸유니스에서 현지 주민 라마단 파리스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이 전쟁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절멸 전쟁이다. 이는 신와르나 다른 누구보다 큰 문제"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칸유니스에서 피난 생활 중인 타벳 아무르가 "사람이 사라진다고 해서 저항이 사라지지 않는다"며 "신와르 암살은 저항의 끝, 타협, 항복, 백기 게양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BBC는 "1990년대 이후 하마스의 모든 지도자는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됐지만 언제나 후계자가 있었다. 이스라엘은 신와르 살해를 축하하고 있지만 하마스는 여전히 인질을 잡은 채 전투 중"이라고 짚었다.

▲2017년 3월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당시 가자지구 수장 야히아 신와르(가운데)가 지난해 7월 이란에서 암살된 하마스의 전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왼쪽)와 함께 하마스 고위 사령관 장례식에 참석한 모습. 이스라엘군은 17일(현지시간) 암살된 하니예의 뒤를 이어 하마스 수장이 된 신와르를 전날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제거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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