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한국을 적국이라 부르며 대남 위협을 이어갔다. 앞서 남한을 겨냥해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데 이어 최근에는 북한 헌법에 대한민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는 등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에는 서울 지도를 펼쳐 놓고 주권 침해시 물리력을 거침없이 사용하겠다며 수위를 더욱 끌어 올렸다.
'한국=적대국' 헌법 개정.. 15일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 폭파하며 긴장 수위 높여
김정은 "무력 사용, 동족 아닌 적국 향한 합법적 보복"
18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7일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 육로 폭파가 "단순한 물리적 폐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철저한 적국인 한국으로부터 우리의 주권이 침해당할 때 물리력이 더 이상의 조건 여하에 구애됨이 없이, 거침없이 사용될 수 있음을 알리는 마지막 선고"라고 위협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가 이미 천명한 대로 만일이라는 전제조건하에서 우리의 공격력이 사용된다면 그것은 동족이 아닌 적국을 향한 합법적인 보복 행동으로 된다"면서 "적을 다스릴 수 있고 억제할 수 있는 강력한 힘으로 고수하는 평화만이 믿을 수 있고 안전하고 공고한 평화"라고 강조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앞에 대형 지도가 펼쳐져 있는데 '서울'이라는 문구가 식별된다. 즉, 유사시 2군단이 서울을 공격할 임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의 거친 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일 김정은국방종합대학 연설에서는 "적들이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무력사용을 기도한다면 공화국 무력은 모든 공격을 주저없이 사용할 것"이라며 "여기에는 핵무기사용이 배제되지 않는다"고 위협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난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헌법에 있는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표현을 삭제하고,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명기하라고 지시했다. 또, 북한 헌법에는 영토, 영해, 영공에 대한 정의가 명백하지 않다며 구체적인 관련 조항을 신설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에 따라 북한은 이달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적대국가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5일에는 남과 북을 연결하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며 남한과 완전한 단절을 선언했다.
北 도발에 국민 47.9% '안보 불안'…51.3% '대화와 타협 필요'
이처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47.9%가 안보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절반 이상이 대화를 통한 외교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한반도 안보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안보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이 47.9%, '안보 불안을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은 43.4%로 집계됐다. '잘 모르겠다'는 8.7%였다.
연령대별로는 40대(58.3%)와 70세 이상(49.1%)에서 '안보 불안을 느낀다'라는 응답이 많았고, 광주/전라(61.1%)와 대전/충청/세종(60.5%)에서는 10명 중 약 6명이 안보에 불안함을 느꼈다.
한반도 긴장상황에 대한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대화를 통한 외교적 타협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51.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북한 도발에 일일이 대응하지 말고 무시해야 한다'가 23.2%, '강대강 맞대응을 해야 한다'는 22.9%로 확인됐다.
전문가들 "김정은 정권 생존 위해 통일 정책 폐기" "NLL 분쟁화 가능성"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최근 행태에 대해 한국에 대한 적대 관계를 제도화하고 분단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이라고 진단하며 향후 다양한 도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앤드류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VOA에 "김일성 주석 때부터 통일이 목표이자 꿈이라는 말을 들어온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통일 폐기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메시지를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 연결된 도로와 철도를 폭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정권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이 한국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북한이 한반도와 주변 환경에 영향력을 행사해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룬다는 광범위한 목표보다는 정권 생존이라는 좁은 목표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 북한담당 국가정보분석관은 북한이 앞으로 군사적 긴장을 높여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에 대한 일종의 도발이나 군사행동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을 수 있다"며 "특히 국경 분쟁과 관련될 수 있다"고 VOA가 전했다.
사일러 전 분석관은 북한이 영토조항을 공세적으로 설정함으로써 서해 북방한계선(NLL) 수역을 분쟁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거론된 여론조사는 무선(97%) 및 유선(3%) ARS 방식으로 실시했으며 전체 응답률은 3.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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