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인플루언싱 #저소비 젠지들의 요즘 소비법은?

#디인플루언싱 #저소비 젠지들의 요즘 소비법은?

코스모폴리탄 2024-10-18 00:0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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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michelleskidelsky, @mmeghgn, @hanankelarkerja.

왼쪽 위부터 @michelleskidelsky, @mmeghgn, @hanankelarkerja.

디인플루언싱, 저소비 코어(Underconsumption Core), 언더컨슈머 코어,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모두 내가 입는 옷, 내가 먹는 음식, 내가 가는 공간 등 소비로 ‘나’를 표현하던 젠지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단어들이다. 말 그대로 무언가를 사지 않는 행위가 내 아이덴티티가 되는 정반대의 세상. 젠지들은 그새 무엇을 자각한 것일까? 그 물음의 답은 ‘디인플루언싱’이라는 키워드에서 찾을 수 있다. 디지털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온라인상에서 홍보하거나 광고하는 제품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뜻하는 디인플루언싱은 젠지들에게 인플루언서의 각종 광고 제품을 무작정 받아들이고 따라 사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을 사는 게 미덕이자 진정한 멋이라 말한다. 디인플루언싱이 이들에게 필수 행동 양식이 된 것은 흥미롭게도 틱톡의 영향이 컸다. 틱톡커 미카일라 노게이라가 마스카라를 홍보하는 유료 콘텐츠에서 가짜 속눈썹을 사용한 것이 덜미가 잡히며 인플루언서의 광고에 속아 제품을 사지 말자는 수많은 틱톡커의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한 것. 틱톡커 발레리아 프리드는 아이라이너와 블러셔 같은 각종 화장품과 샴푸 등 다양한 제품을 보여주며 “이 제품들은 하나도 사지 마세요. 지금껏 광고 콘텐츠에서 본 것과 달리 효과는 없는데, 비싸기만 할 뿐이죠”라며 인플루언서의 호객 행위를 날카롭게 꼬집는다. 이 콘텐츠는 “오늘 내가 본 콘텐츠 중 가장 유익하다”라는 반응과 함께 조회 수 130만을 넘겼다. 그 바람을 타고 지금 틱톡에는 #저소비코어, #디인플루언싱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수많은 콘텐츠가 존재하는데 10대와 20대 여성들은 그 안에서 신상이 아닌 수년 동안 입은 헌 옷을 입고, 오래 신어 닳은 운동화를 다시 꺼내 신으며, 보디 클렌저와 샴푸, 린스 따위를 버리고 올인원 클렌저로 몸을 씻는다. 다시 말해 선망의 대상이었던 인플루언서의 신상 하울과 플렉스로 포장한 교묘한 광고는 그들에게 더 이상 아무런 효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랬다. 어떤 제품이건 그게 정말 좋은지 그렇지 않은지, 아니 지금 나에게 진짜 필요한지는 1초도 생각해보지 않은 채 홀린 듯이 구매 버튼을 눌렀던 무수한 날들. 그렇게 대가를 지불한 결과로 내게 남은 것은 무엇인지 답을 내릴 수 없는 소비 내역. 그래서 결심했다. 나도 디인플루언싱, 저소비 코어를 한번 실천해보기로. 결심과 함께 가장 처음으로 한 일은 최근 소비 내역부터 찬찬히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 내역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벌써 10회 차 관리. 조금씩 은은하게 정리되는 얼굴 라인이 마음에 든다”라고 올린 한 패션 크리에이터의 인스타 스토리를 보고 냅다 긁어버린 피부 관리권, 뷰티 유튜버의 일상 브이로그를 보다 따라 산 수분 크림과 시트 팩, 종합비타민제. 요리 블로거의 포스팅에서 본 반자동 커피 머신…. 각각의 비용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문제는 저것들을 사기로 결심한 주체가 내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결제를 기다리는 장바구니 속 제품들. 그 제품들을 담아둔 이유도 위의 소비 내역과 크게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렇게나 줏대도, 절제 능력도 없는 사람이었나?’ 깊은 반성이 몰려 오다가 이내 그런 생각도 들었다. ‘아니, 수많은 크리에이터와 인플루언서가 콘텐츠를 지배하는 2024년에 과연 디인플루언싱이 실현 가능한 일이냐고.’ 저소비 코어로 가는 길이란 멀고도 험했다.

무엇에도 지갑을 쉽게 내주지 않겠다는 비장한 다짐으로 매일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의 알고리즘을 유영하며 문득문득 찾아오는 유혹을 애써 외면했지만, 위기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왔다. 그 무렵은 후배의 결혼식과 지인들과의 중요한 모임 하나를 앞두고 있는 시기였기에 내 모든 신경은 그곳에 입고 갈 옷에 맞춰져 있었다. 적당히 격식을 차리는 스타일이면서도 여름과 가을 사이의 계절감을 충족하는 소재, 그러니까 내 마음에 쏙 드는 옷이 옷장에 없었던 것이다. ‘이건 지금 내가 필요한 거니까, 한 벌쯤 사두면 두고두고 입을 수 있으니까.’ 온갖 의미를 부여하며 온라인 편집숍과 패션 플랫폼 앱을 시도 때도 없이 들락날락했다. 그런데 웬걸, 며칠을 뒤져봐도 선뜻 사고 싶은 것이 없길래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 ‘저소비 코어 별거 아니네. 이 정도면 쉽게 성공할 수 있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성공했냐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장렬한 실패다. 까짓것 새 옷 안 사면 그만이었겠지만,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해진 한 패션 인플루언서가 얼마 전 론칭했다는 브랜드가 얄궃게도 그 순간 뇌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나는 그 브랜드의 슈트 셋업을 결제한 뒤였고 실패했다는 자책감에 며칠을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도전은 계속됐다.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이 될 거라 믿으며 뻔뻔하지만, 다시 시작해보기로 한 것이다.

대신 소비를 절제하는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다. 참고 외면하는 게 정답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자, 무언가를 살 수 있는 환경에 제약을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공개한 배우 윤가이의 ‘만 원 챌린지’가 어쩌면 유용한 방법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하루에 1만원만 쓰기 위해 4000원짜리 점심을 사 먹고, 쇼핑은 아이 쇼핑으로 대체하고, 비싼 레스토랑 대신 동생과 한강에서 라면을 먹으며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은 실제로 지금 젠지의 일상과도 닮아 있다. 디인플루언싱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기 수년 전, 이미 국내에서는 ‘거지방’을 필두로 한 무지출 챌린지가 화제가 된 적 있다. 그 시절 ‘갓생’에 몰두해 있던 젠지들은 자신의 지출을 야무지게 아끼며 관리했고, 오픈 채팅방에 모여 사고 싶은 물건을 사도 되는지 검사받으며 서로의 도전을 독려했다. 돈을 절대 쓰지 않겠다는 이 소비 문화는 인플루언서들이 주도하는 노골적 소비 습관에 현혹되지 않겠다는 디인플루언싱으로 한 단계 진화한 셈이다. 젠지들에게 소비에 대한 관점이 재편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해외 매체들은 분석한다.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이 전 세계 160억 달러 규모를 넘어서자, Z세대에 속하는 젊은 소비자들은 인플루언서를 내건 홍보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고, 그들의 과장 광고를 더는 믿지 않게 됐다는 것. 〈파이낸셜 타임스〉는 틱톡 사용자가 2021년 후반 10억 명까지 늘다가 정체된 상태인데, 이는 지금껏 지속돼왔던 콘텐츠에 더는 흥미를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며, 결국 디인플루언싱과 같이 다른 양상의 콘텐츠가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한 것이라 설명한다. 또한 현재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욜로족’의 쾌락 지향적인 소비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주춤하며, 소비를 지양하는 저소비 신조와 ‘요노족’으로 재탄생했다. 지속 가능한 패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틱톡커 제이드 테일러 역시 “한때 모두에게 부러운 일로 여겨졌던 플렉스는 이제 몰상식한 행위가 됐습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기후 위기 같은 문제가 대두되면서 소비 행위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된 것이죠”라고 말했다.

디인플루언싱의 또 다른 말, 요노족은 저소비에서 한 단계 나아가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다.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요노의 뜻처럼 이들은 불필요한 물건을 사는 대신 품질이 좋은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소비를 추구한다. 이를테면 물티슈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 소모성 물건 대신 여러 번 재활용할 수 있는 헝겊을 쓴다거나, 중고 거래를 통해 물건을 재사용함으로써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식이다. 내 도전에도 이와 비슷한 변화가 생겼다. 지금 내게 없는 것을 새로 사는 대신 이미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최대한 사용하는 것으로 주변을 재정비한 것이 내가 선택한 방법이다. 인플루언서들이 오픈런하는 신상 핫 플레이스에 따라가는 대신 오래전 구매한 반자동 커피 머신으로 홈 카페를 누리고, ‘효과가 직빵’이라며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어느 뷰티 브랜드의 크림을 볼 때면 언젠가 사두고 서랍 한편에 처 박아둔 제품을 대신 집어 든다. 지금 이 순간도 눈에 아른거리는 각종 ‘새것’들이 날 괴롭히지만, 지난날의 과오를 청산하겠다는 마음으로 구매 욕구를 꾹 눌러본다. 내친김에 또다시 누군가를 따라 사고 싶은 것이 생기는 순간, 그만큼의 돈을 잠자고 있던 계좌에 차곡차곡 넣어보기로 했다. 올해의 마지막 날 이 계좌에 쌓여 있을 돈은 아마도 소비의 주체가 물건도 타인도 아닌 온전히 내가 됐음을 말해줄 것이라고, 얼마가 쌓였든 그건 그 이상의 가치가 돼줄 거라고, 그렇게 마음의 매무새를 다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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