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피소 '24시간 개방'…긴장감 흐르는 北 인접 연평도

[르포] 대피소 '24시간 개방'…긴장감 흐르는 北 인접 연평도

연합뉴스 2024-10-17 16:44:2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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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일부 포진지 인원식별 늘고, 해군부대에 상급부대 방문 늘어"

북한 적개심 표출에 주민 불안…해병대, 대북 대비태세 강화

연평도 안보현황 점검하는 유정복 인천시장 연평도 안보현황 점검하는 유정복 인천시장

[촬영 신민재]

(연평도=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17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2시간 후 선착장에 도착하자 배에서 내려 부대로 복귀하는 해병대원들의 뒷모습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연평도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남쪽으로 1.5㎞ 지점에 있어 서해 5도(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중 NLL과 가장 가까운 섬이다.

2천명의 주민 대부분이 어업에 종사하는 이 섬은 인천항에서는 직선거리로 70여㎞ 떨어져 있지만, 북한 황해남도 강령군 등산곶과의 거리는 10여㎞에 불과하다.

이런 지리적 특성 탓에 남북 간 잦은 충돌이 벌어져 '한반도의 화약고'로도 불린다.

최근 북한의 '남한 무인기 평양침투' 주장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철도 폭파로 남북 대치 국면이 더욱 악화하며 연평도에서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열려 있는 북한 해안포 포문 열려 있는 북한 해안포 포문

(연평도=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지난 14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해안. 해안포 포문이 열려 있다. 2024.10.14 superdoo82@yna.co.kr

이런 가운데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연평도를 방문해 안보상황과 꽃게 조업현장을 점검했다.

전방관측소에서 유 시장 일행을 맞이한 해병대 연평부대는 최근 북한군 움직임을 비롯한 안보상황을 설명했다.

연평부대장 이인영 대령은 "북한의 무인기 주장 이후에 연평도 전방의 적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감시관측되는 큰 변화는 없지만, 일부 포진지에서 인원이 식별되는 상황이 기존보다 늘었고 적 해군함대 사령부에 상급부대의 불특정 인원들이 방문하는 상황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평도 전방에는 북한군이 곳곳에 설치한 다수의 해안포 진지가 섬을 북쪽에서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이 대령은 "북한군의 이런 상황들이 향후 도발을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대북태세 상향에 맞춰 K9 자주포, 천무 등의 화력을 평상시보다 신속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인력과 편성을 보강하고 국지방공레이더를 필요시 야간에도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평도는 2010년 11월 북한의 포격 도발로 커다란 인명·재산피해를 본 쓰라진 상처가 있는 지역이다.

당시 북한군 해안포 진지에서 시작된 포격은 2차례에 걸쳐 1시간이나 계속됐고 이로 인해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목숨을 잃었다. 부상자도 60명이나 발생했다.

북한이 남측 영토를 향해 직접 공격을 하고 민간인 사상자를 낸 것은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전협정 이후 처음이었다.

주민에 24시간 개방된 연평도 주민대피시설 주민에 24시간 개방된 연평도 주민대피시설

[촬영 신민재]

최근 북한이 잇따라 대남 적개심을 표출하면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 대해 연평도 주민들은 적지 않은 불안감을 나타냈다.

박성익(57) 연평면 주민자치회장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다보니 과거에 북한의 포격을 직접 당했던 연평 주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걱정은 되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주민들은 안전을 뒤로하고 어쩔 수 없이 생업 현장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주민 김모(80·여)씨는 "요즘 뉴스를 보면 북한이 자꾸만 무슨 일을 벌여서 불안하다"며 "아직도 포사격 소리가 들리면 TV를 끄고 마을방송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14년 전 북한 포격 도발 때 일하다가 산꼭대기로 도망을 갔던 기억이 있다"며 "얼마나 겁이 났는지 집에서 맨발로 뛰어나왔던 주민들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연평도 곳곳에는 기존의 낡고 좁은 방공호를 대신해 현대식 시설을 갖춘 주민 대피시설들이 구축됐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주도로 대연평도 7곳, 소연평도 1곳에 모두 1천700여명의 주민을 수용할 수 있는 대피시설이 건설됐다.

이와 함께 기존 건물 지하공간 3곳에도 임시대피시설인 공공용 대피소가 지정돼 있다.

연평도 주민대피시설 내부 모습 연평도 주민대피시설 내부 모습

[촬영 신민재]

정부지원 대피시설 8곳은 북한의 포격 도발을 비롯한 비상 상황에서 주민들이 언제든지 대피할 수 있도록 연평면사무소 관리 아래 24시간 개방돼 있다.

이날 유 시장이 방문한 연평파출소 뒤 정부지원 대피시설에는 최대 수용인원 192명이 이틀간 머물 수 있도록 비상식량과 모포, 방독면, 식수 등이 구비돼 있었다.

옹진군 관계자는 "연평도 주민대피시설은 비상상황에 대비해 365일 개방돼 있다"며 "대피소마다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고 관리자가 지정돼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북한은 더 이상 남북 간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며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안보가 위중한 시기에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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