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뽈터뷰] “주민규 형처럼, 국가대표 데뷔엔 때가 없죠” 제2의 전성기 맞은 정승원의 꿈

[뽈터뷰] “주민규 형처럼, 국가대표 데뷔엔 때가 없죠” 제2의 전성기 맞은 정승원의 꿈

풋볼리스트 2024-10-17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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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원(수원FC). 서형권 기자
정승원(수원FC). 서형권 기자

[풋볼리스트=수원] 김희준 기자= 정승원은 한동안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선수 생활 초창기 반짝거리던 모습이 서서히 빛을 잃는 듯했다. 지난 시즌까지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했고, 자신이 새로 몸담았던 수원삼성도 강등의 아픔을 맛봤다. 이후 정승원이 향한 곳은 수원과 치열한 잔류 경쟁을 벌였던 수원FC였다.

정승원은 수원FC에서 반전을 만들어냈다. 연령별 대표팀 시절 동고동락했던 김은중 감독의 신뢰 속에 공격력이 확실히 살아났다. 스플릿 라운드를 앞둔 현재 8골 6도움으로 이미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8골은 지난 7년간 넣은 골과 같고, 도움은 대구FC 시절 기록했던 커리어 하이 시즌까지 단 1개 차이다. K리그1 통산 200경기도 돌파했다. 

경기력이 살아난 정승원은 이제 더 먼 곳을 바라본다. 그 꿈은 모든 축구선수가 바라보는 A대표팀일 수도, K리그 선수들의 숙원사업인 우승일 수도, 많은 이가 선망하는 해외 진출일 수도 있다. 정승원은 결코 꿈을 이루기 위해 서두르려 하지 않는다.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되기까지 많은 일을 겪은 만큼 차근차근 자신이 할 일을 계속하면 원하는 곳에 가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

정승원(수원FC). 서형권 기자
정승원(수원FC). 서형권 기자

▲ 정승원에게 본인이 잘생긴 걸 아냐고 묻다

지난 9월 수원FC 홈구장에서 화보 촬영을 마친 정승원을 ‘풋볼리스트’가 만났다. 정승원은 안데르손과 함께 수원FC를 대표하는 선수로 팀의 시즌 네 번째 유니폼을 홍보하는 모델로 나섰다. 아직 무더운 야외에서 촬영을 마치고 인터뷰실로 들어온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배어있었다.

그 얼굴을 보니 새삼 외모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승원은 K리그 대표 미남으로 잘 알려져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정승원의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는 66만 명으로 FC서울 린가드(924만 명), 수원FC 동료 아르한(879만 명)에 이어 K리그 현역 3위다. 린가드와 아르한이 이길 수 없는 상대임을 감안하면 ‘인간계 최강’이라 봐도 무방하다.

정승원에게 본인이 잘생긴 걸 아는지 물었다. “많이 듣고요. 항상 좋은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저는 어떤 인터뷰에서도 스스로 잘생긴 걸 모른다고 말을 해요. 제가 잘생겼다고 얘기하기는 좀 그렇잖아요.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을 잘생겼다고 생각할 수 있죠. 저는 그 말을 마음으로 엄청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외모 칭찬에 수없이 대답한 끝에 다듬은 멘트다.

공을 예쁘게 차는 선수는 아니다. 팀을 위해서라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경기장 모든 곳에 발자국을 찍으며, 수비시 적극적으로 상대에게 달라붙고 태클도 주저하지 않는다. 2선과 미드필더, 윙백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팀 기여도도 높다. 그럼에도 외모에 이러한 실력이 가려지는 때가 있는데, 정승원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떻게든 제가 부각된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해요. 외모로 한 번 부각되면 제 실력도 어느 정도는 드러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아요. 외모에 실력이 가려진다고 생각하지 않고, 외모가 부각되는 만큼 더 잘하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선수 생활을 해왔던 것 같아요.”

정승원(오른쪽, 수원FC). 서형권 기자
정승원(오른쪽, 수원FC). 서형권 기자

▲ ‘커피로 진해진 인연’ 김은중 감독과 함께 부활을 노래하다

정승원이 이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칠 거라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구에서 마지막 시즌부터 3년 동안 그의 시즌 성적은 늘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지난해는 잦은 부상으로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정승원은 수원FC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활동량과 기동력이 최고조로 올랐고 기존 단점이던 결정력도 끌어올렸다. 몸 관리도 철저히 해 이번 시즌에는 선발과 교체를 가리지 않고 리그 전 경기에 출장했다. 수원FC도 정승원 등 선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지난 시즌 강등을 겨우 피한 아픔을 딛고 상위 스플릿에 안착했다. 정승원의 반등도, 수원FC의 선전도 시즌 전까지 예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처음에는 팀 상황이 힘들 거라 생각을 했고, 저도 경기를 많이 못 뛰었기 때문에 최선을 다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왔어요. 이게 좋은 성과로 나타난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힘든 시기를 겪어보니까 몸풀기 같은 기본적인 것들을 더 신중하게 하게 됐어요..”

“부상 방지를 위해 수원FC 트레이너들께서도 많이 도와주세요. 요새는 아픈 부위가 있거나 근육 쪽에 문제를 느끼면 따로 아시는 분께 연락을 드려서 직접 가서 중점적으로 치료를 받아요. 그래서 부상이 거의 안 왔죠. 또 바로바로 치료를 받으니까 회복도 빨리 되고, 훈련도 더 잘 임할 수 있었죠.”

김은중 수원FC 감독. 서형권 기자
김은중 수원FC 감독. 서형권 기자

정승원이 부활을 넘어 역대 최고점을 찍은 건 김은중 감독의 덕분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수원FC에 부임해 강상윤, 안준수 등 잘 아는 선수들을 불러모아 재미를 봤다. 정승원도 그 중 하나였다. 올림픽 대표팀 시절 인연을 맺었기에 그의 활용법을 잘 알았다. 정승원도 김 감독을 믿고 합류했다.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어로 주로 나서 공격포인트를 쌓으며 수원FC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감독님께서 제 능력을 많이 아시기 때문에 믿음을 주셨고, 그러다 보니 수원FC 이적이 끌렸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저를 어떤 스타일로 활용하실지 아니까 이에 맞춰 최대한 몸을 끌어올린 것이 좋은 시즌으로 이어졌어요. 저는 감독님을 보고 움직였습니다. 제자로서 좋은 추억과 경험이 있다보니 수원FC 이적에 감독님이 영향을 끼쳤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독님은 올림픽 대표팀 때 코치로서 선수들에게 장난을 많이 쳐주셨어요. 제게는 골 좀 넣어보라고 말씀하곤 하셨죠. 수원FC에서 감독님으로 만나고 나서는 더 세세하게 주문을 많이 해주세요. 나갈 때마다 과감하게 슈팅을 때리라고 말씀도 해주시고요. 감독님 말씀을 들으면 저도 좋은 마음가짐으로 의지를 충전해서 경기를 뛰고, 그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거죠.”

김 감독과는 축구로도 이어져있지만, 커피를 좋아한다는 공통점도 공유한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카페에 가거나 커피를 마신다는 정승원은 올림픽 대표팀에서 김 감독과 커피 취향을 공유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쌓았다. 스트레스를 푸는 동시에 인연을 더욱 진하게 내린 셈이다.

“(채)봉주 분석관 쌤이 커피를 주세요. 감독님도 한번씩 주시고 하는데요. 제가 올림픽 대표팀 때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까 이게 감독님께 한 발자국 더 다가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감독님과 커피를 마시다 보면 축구에 대해서도 더 알려주시려고 하세요. 그러면서 커피에 깊게 빠져들었고, 경기장 안팎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터득했죠.”

정승원(수원FC). 서형권 기자
정승원(수원FC). 서형권 기자

▲ 이승우도, 권경원도 떠난 자리에 남은 정승원

지난여름 수원FC는 전력에 큰 출혈이 있었다. 이적하자마자 수비 안정화에 기여한 권경원이 아랍에미리트의 코르파간 클럽으로 떠났고, 팀의 슈퍼스타이자 공격 핵심이었던 이승우는 이적시장 마감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전북현대로 향했다. 김천상무에서 돌아온 유망한 스트라이커 이영준도 스위스의 그라스호퍼클럽취리히로 이적하는 도전을 택했다.

정승원도 이번 이적시장 기간 K리그 내 여러 구단의 구애를 받았다. 수원FC 입장에서도 이적료를 받으려면 여름에 판매해야 했다. 실제로 이적에 근접한 협상도 있었다. 하지만 정승원은 수원FC와 이번 시즌을 온전히 보내는 쪽을 택했다.

“시즌을 잘 보내서 이적설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원하는 팀이 많은 건 좋지만 수원FC 입장은 다를 거고,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중요한 건 제가 여기 남았다는 거고, 그래서 크게 신경을 안 썼던 것 같아요. 이적하지 않았다면 수원FC에 남아 보탬이 돼야죠.”

“그래서 이적설이 났을 때도 감독님께 끝까지 뛰겠다고 직접 말씀드렸어요. 어떻게 보면 구단 입장에서 선수를 상품이라 볼 수 있고, 이적을 성사시키려면 부상이 없어야 하니 경기 출장이 부담이 될 수 있죠. 저는 그런 것보다 경기를 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수원FC가 계속 이기면 제게도 좋은 거니까 경기를 뛰고 싶다는 열정을 보여드렸죠.”

변함없이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정승원에게 해외 이적에 대해서도 물었다. 국내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한번쯤 꾸는 꿈이다. 정승원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거라며 웃었다.

“모든 선수가 해외 팀을 가고 싶다는 생각은 무조건 할 거라고 생각해요. 해외라는 목표가 축구를 시작할 때부터 자기만의 로망, 꿈이라고 할 수 있죠. 당연히 수원FC라는 팀에 온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고 꿈을 이뤘다고도 할 수 있죠. 그래도 해외에 있는 팀에 가서도 제가 잘하면 수원FC에도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해외를 가고 싶은 마음은 아직까지도 엄청 커요.”

정승원(당시 올림픽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정승원(당시 올림픽 대표팀). 대한축구협회 제공

▲ “언젠가 한 번쯤은” 늦게라도 이루고 싶은 A대표팀의 꿈

정승원은 한때 A대표팀에 들어갈 만한 재목으로 인정받았다. 마찬가지로 진입이 어려운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핵심으로 뛰었다. 2020 U23 아시안컵(당시 U23 아시아 챔피언십)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줄곧 올림픽 대표팀으로 활약해왔다. 너른 활동량을 바탕으로 살림꾼 역할을 할 수 있고,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어 어느 팀에든 필요한 능력을 갖췄다는 것도 보여줬다. 그러나 여전히 A대표팀과 인연은 없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A대표팀으로 도약하는 시기 부상과 부진을 겪은 게 치명적이었다.

그래도 정승원은 다급하게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지금 있는 곳에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늦게라도 대표팀 문을 두드릴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얼마 전 5년 4개월 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가, 늦깎이 국가대표로 데뷔골까지 넣었던 주민규가 그랬듯 꾸준함이 곧 무기라는 생각이다.

“항상 대표팀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표팀에 가고 싶다고, 지금 잘한다고 해도 못 갈 수도 있는 거예요. 수원FC가 성적이 좋고 저도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언젠가 한 번쯤은. 포기는 안 할 것 같아요.”

“대표팀을 생각할 때마다 (주)민규 형을 떠올려요. 득점왕도 계속 하셨는데 대표팀에 어렵게 가셨잖아요. 민규 형이랑 엄청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대표팀에 결국은 들어가서 득점까지 하는 모습을 보고 존경하죠. 저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커요.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승원은 수원FC에서 대표팀에 들어갈 만한 실력이 된다는 걸 계속해서 보여주고자 한다. 최근 주춤하긴 했지만8골 6도움으로 득점이나 도움에서 두 자릿수 기록을 기대해볼 수 있다. 정승원은 아예 10골 10도움이라는 거창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목표를 높게 잡아야 현실에서도 높게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시즌 시작할 때는 공격포인트 없어도 부상만 없으면 된다는 마음이 컸어요. 그런데 여름이 되기 전에 골이 터지다 보니까 공격포인트 10개라는 목표가 생겼거든요. 지금은 10개가 넘었으니 더 욕심이 나요. 이제는 더 높은 목표를 잡고 가야 하고, 언제나 그게 옳은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욕심보다 큰 목표를 가져가야 그와 유사한 성적을 거둘 수 있어요. 그래서 남은 기간 목표는 공격포인트 20개를 잡아보려 합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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