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대출로 집값 상승? 전문가들 "부처간 시각차 커지면 시장 혼란 가중될 것"

정책대출로 집값 상승? 전문가들 "부처간 시각차 커지면 시장 혼란 가중될 것"

아주경제 2024-10-15 18:11:03 신고

사진연합뉴스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 신생아 특례 대출 안내 배너가 설치돼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준 금리 인하 이후 집값 향방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정책대출을 두고 정책당국과 금융당국이 시각차이를 보이면서 시장에 불확실성을 주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주택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정책대출의 취지가 청년 등 주거취약계층의 내 집 마련을 위한 지원이고,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만큼 정책대출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등은 정책대출이 가계 대출은 물론 집값을 밀어올리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만큼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집값 상승을 초래한 원인을 두고 부처간의 시각이 확연히 갈린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대출 규제 강화로 인해 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정책 혼선이 계속될 경우 수요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일관된 정책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디딤돌대출, 버팀목대출,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의 공급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책성 대출이 가계대출은 물론 집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액(32조1000억원) 가운데 은행 재원으로 나간 정책대출이 22조3000억원에 달한다.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70%가량이 정책성 대출인 것이다. 특히 지난 1월 신설된 신생아 특례대출의 경우 지난 7월 말 기준 신청액이 7조2252억원(2만8541건에 달하는 등 출시 6개월 만에 7조원을 넘어섰다. 

정책대출이 서울과 수도권 주요 아파트의 집값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 것은 아니더라도 시장이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면서 매매 수요를 자극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처럼 금융 당국은 정책 자금이 대거 풀려 부동산 매매 수요를 자극하고 있는 만큼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주택 정책을 주관하는 국토부는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을 유발했다는 분석에 대해 동의하지 않고 있다. 또한 정책대출의 취지가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것인 만큼 방향을 바꾸는 일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정책자금으로 살 수 있는 집과 현재 인기 지역의 주택 가격대에 차이가 커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직접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약속된 대상을 줄이거나 정책 모기지 목표를 건드리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의 주된 원인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저소득층이나 신혼부부처럼 정책대출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러한 수요가 전체 집값을 올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정책대출이 집값 상승과 상관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주요인이라고 하긴 어렵다"며 "집값 상승보다는 거래량을 늘렸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정책대출에 대한 추가적인 규제가 시행될 경우 ‘정책 엇박자’로 인한 혼란은 물론 가을 이사철을 앞둔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을 더 키우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정책은 일관성 있는 운영을 통해 수요자에게 예측가능성을 줘야 하는데, 시장상황에 따라서 수정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정책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대출을 옥죄버리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를 줄여버리는 게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책대출은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인 만큼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며 "대출의 전체 규모를 조절하는 방안은 검토할 수 있지만 가산 금리를 적용하는 등의 추가적인 규제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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