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주얼리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밀레니얼과 Z세대의 영앤리치 층이 주목받고 있는데, 매킨지 보고서는 2025년까지 이들이 럭셔리 시장 소비의 8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편 전통 상류층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얼리 투자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주식, 채권, 미술품 등으로 다각화되어 있던 포트폴리오에 주얼리의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주얼리의 휴대성, 가치 안정성, 미적 만족도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있다. 희소성 높은 보석은 장기적 가치 상승이 기대되는 동시에 개인의 안목을 드러낼 수 있어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새로운 투자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경매에 참여하는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하이 주얼리 시장은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주얼리 투자는 금테크와는 특성이 다르다. 주얼리 투자의 매력은 원자재 가치에 디자인, 브랜드, 역사적 가치가 더해진 프리미엄에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기업인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가 발표한 ‘웰스 리포트(The Wealth Report) 2023’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희귀 보석과 주얼리의 가치는 149% 상승했다. 같은 기간 금 가격 상승률인 약 50%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인데, 글로벌 주식시장의 평균 수익률도 웃돈다. 희소성이 큰 컬러 다이아몬드나 특정 원산지의 유색 보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상승한다. 전 세계 핑크 다이아몬드의 90% 이상을 생산하던 호주 아가일 광산 폐광 이후 핑크 다이아몬드의 가치가 급상승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팬시 컬러 다이아몬드 시장 역시 공급 부족과 럭셔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지속적인 가격 상승을 보이고 있다.
자산가들의 하이 주얼리 투자 방법
주얼리 투자의 전통적인 구매 루트는 세 가지다. 럭셔리 브랜드의 하이 주얼리 컬렉션 구매, 유명 옥션 하우스 경매 참여, 그리고 신뢰할 수 있는 보석상을 통한 구매다. 하이 주얼리 판매 시에는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글로벌 옥션 하우스가 여전히 가장 안전한 선택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 퍼렐 윌리엄스가 설립한 주피터(Joopiter)는 희귀 보석과 럭셔리 아이템을 거래하는 디지털 경매 플랫폼으로, 영앤리치 컬렉터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퍼스트딥스(1stDibs)는 고급 주얼리를 포함한 다양한 럭셔리 제품을 취급하는 온라인 플랫폼으로, 이용자들의 연령대가 폭넓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주얼리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고가 주얼리의 디지털 경매도 늘고 있다. 2020년 소더비의 온라인 경매에서 28.86캐럿 다이아몬드가 250만 달러에 낙찰된 사례는 이 트렌드를 잘 보여준다. 주얼리 투자 방식이 다양화되는 가운데 입문자에게는 단계적 접근이 중요하다. 보석에 관한 지식을 넓히는 한편 시장 동향을 파악한 후 소규모 투자로 시작해 점차 고가의 하이 주얼리로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거래 시에는 안전하게 신뢰할 수 있는 채널을 이용해야 한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조각 투자’ 또한 주목해볼 만하다. 고가의 주얼리를 여러 명이 공동으로 소유하는 조각 투자는 고가의 아트 피스를 구입할 때 많이 이용하는 투자 방법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주얼리를 디지털 토큰으로 쪼개 투자하는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추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럭서스(Luxus)는 폐광된 아가일 광산의 핑크 다이아몬드를 조각화해 투자자들에게 제공했다. 소액 투자자도 고가의 주얼리에 투자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조각 투자의 장점으로는 유동성 증가, 투자 접근성 향상, 그리고 투명한 소유권 관리를 들 수 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이력 추적은 보석의 진위 여부와 윤리적 생산 과정을 확인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더 큰 신뢰를 준다. 그러나 한계와 우려되는 사항도 존재한다. 투자자가 실물 주얼리를 직접 보고 평가할 기회가 제한적이고, 투자 플랫폼의 복잡한 수수료 구조는 실질적인 수익률을 낮출 수 있다. 또한 2차 시장의 미발달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 규제의 불확실성, 플랫폼 자체의 리스크 등 추가적인 요소도 존재한다. 분산 소유로 인한 의사 결정의 어려움, 실물 자산 관리의 불투명성, 기술적 리스크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주얼리 투자는 기본적으로 장기 투자가 적합하다.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권장하며, 20~30년 이상 보유할 경우 투자 수익률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 매각 시기는 시장 상황과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경제 호황기나 특정 보석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때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세금 문제에 주의해야 하며 매각 전 세무사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주얼리 투자의 세계는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아름다움에 대한 인류의 영원한 갈망이다. 시대를 초월하는 아름다움과 가치, 그것이 바로 주얼리 투자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매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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