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바닥을 다져 온 국내 이차전지주가 반등하며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증권가에선 내년 업황이 되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용 이차전지 수출 시장에서 'K-배터리' 기업과 중국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이차전지 업종은 업황 개선을 통한 실적 증가가 예상된다. '이차전지·가전' 업종의 올해·내년 영업이익 예상치는 3개월 전보다 20% 가까이 하향 조정됐지만 올해보다 내년 영업이익이 75%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또 "전 세계 산업·국가별 시가총액을 감안하면 이차전지, 자동차, 생명과학, 가전, 게임, 조선·방산 등이 경쟁력 있다"면서 "전 세계 시장에서 한국 이차전지 산업 시총 비중(11%)은 미국(28%), 중국(24%), 프랑스(15%)에 이어 네 번째로 중국 대비 절반"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내년 세계 경제가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며 한국에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이차전지 업종이 경기·증시 회복의 한 축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이차전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내년 신차에 탑재될 저가 이차전지 수요를 놓고 중국과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5년 신규 출시되는 전기차 모델이 26종에 달해 K-배터리와 중국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중국 업체들 배터리는 가격을 무기로 저가 모델 채택이 늘었고, K-배터리는 현재 중고가 모델 위주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로 저가 모델 라인 확보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 간 이차전지 수출 격차가 코로나 이후 커져 한국이 빠르게 추격하기 쉽지 않다. 수출 단가도 한국은 하락하고 중국은 반등해 이익 면에서도 중국이 앞선다. 2023년 한국의 이차전지 수출액은 전년 대비 0.9% 감소한 72억7000만 달러, 중국은 27.4% 증가한 649억 달러였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 이차전지 주요 기업 주가와 시가총액이 상승 흐름을 나타내 국내 투자심리가 대형주 중심으로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1일 종가 기준 'KRX 이차전지 톱10' 지수는 지난달 10일 대비 12.18% 상승해 같은 기간 한국거래소 업종 지수 가운데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KRX 이차전지 톱10 지수를 구성하는 10개 이차전지 기업 시가총액 총합은 251조원으로 지난달 10일 대비 18조원가량 증가했다. 10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홀딩스, 삼성SDI, LG화학,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SK이노베이션, 에코프로머티, SKC다.
이차전지 대형주인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8일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고, 완성차 제조사 GM이 인베스터 데이에서 가격 경쟁력을 얻기 위해 저렴한 배터리를 채택할 수 있는 폼팩터와 LFP 배터리 도입 등 새로운 전기차 배터리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소식으로 투자자 관심이 되살아났다.
다음 달 미국 대선 결과도 국내 이차전지주 일부 종목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당선되면 이차전지가 주도 섹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다만 산업 불확실성이 높아 LG에너지솔루션·포스코퓨처엠을 모멘텀 측면에서 최선호주로 꼽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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