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감사 중간발표…"10차 회의 따라 1순위 홍명보부터 협상했어야"
(서울=연합뉴스) 안홍석 이의진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는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외국인 후보자를 직접 만나 평가하라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지시가 없었다면 절차적 정당성 문제도 불거지지 않았을 거라고 판단했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 중간발표 중 '10차 전력강화위원회의 결론대로 홍명보 감독과 곧장 협상했다면 이런 문제가 없었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해성 전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은 홍명보·다비드 바그너·거스 포예트 감독을 1∼3순위 후보로 확정한 후 차례대로 협상하겠다는 뜻을 정몽규 회장에게 밝혔으나, 정 회장은 외국인 후보자들을 직접 만나보라고 다시 주문했다.
이에 '역할의 한계를 느꼈다'며 정 전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표명했고,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선임 작업을 넘겨받아 홍 감독을 최종 선임했다. 이후 이 과정이 공정했는지 절차적 정당성 문제가 불거졌다.
최 감사관은 "본인의 말에 따르면 (정몽규 회장이 외국인 지도자들을) 다시 면접하고, 유럽에 가서 더 검토하라고 한 부분 때문에 정 (전) 위원장이 역할의 한계를 느껴 사임했다고 한다. 여기서 추천이 완료된 게 아니다"라며 "추천이 완료됐다면 협회가 (그대로) 협상하면 되는데 그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고, 그게 가장 큰 논란의 불씨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1순위였던 홍명보 감독 후보자부터 협상을 진행하라고 (정 회장이) 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감사관과 일문일답.
-- 감사 결과, 문제가 있다는 결론인데 홍명보 감독 선임 절차는 무효가 되나. 그 판단은 정무적인 것이냐, 아니면 법적 검토의 결과인가.
▲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발견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홍 감독과 계약이 당연히 무효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정무적 판단 여부는) 내부적인 절차다. 감사와 관련한 정무적 판단이라기보다는 내부적으로 토론으로 결정된 사안이다.
-- 감독 선임 절차를 다시 밟으라는 권고가 나올 수도 있나. 정몽규 회장에 대한 조치도 예정돼 있나.
▲ 축구협회는 상당히 독립성이 존중받아야 한다. 그래서 이런 절차적 하자가 있으니 이에 대해 스스로 판단해 자율적으로 국민의 여론을 반영하고 공정과 상식의 기준에 부합하게 절차적 흠을 바로잡으라는 의미다. 특정한 조치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
정몽규 회장도 관련 정관 규정이나 국가대표 운영 규정 등 관련 규정을 위반한 사실이 이번 감사에서 드러났다. 감사가 진행 중인 다른 사안과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10월 말 처분을 요구할 계획이다.
-- 정몽규 회장 관련해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장과 '접대 골프' 사실이 드러났는데 이번 감사에서 관련 사안이 파악됐나.
▲ 지금 감사에서는 그런 부분을 우리가 포착하지 못했고, 감사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그 부분을 포함하기는 어려웠다. 내부 검토를 거쳐서 다시 말씀드리겠다.
-- 감독 선임과 사원 선발은 다르다. 기계적으로라도 과정을 준수했어야 했다는 것이냐, 아니면 홍명보 감독을 뽑기 위해 모든 이가 불법을 조장했다고 보는 것이냐.
▲ 홍명보 감독을 뽑기 위해서 불법을 조장했다는 증거는 감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국가대표 감독 선임 문제는 온 국민들이 관심이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라서 절차와 과정이 관련 규정을 준수해야 하고, 공정하고, 국민들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상황 논리, 행정 편의주의적인 이유로 정관, 지배구조 절차,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는 이제 멈춰야 한다.
--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정부 등 제삼자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대표팀이 징계받을 수 있다. 문체부는 이 부분을 신경 쓰고 있나.
▲ 그렇다. 협회 독립성을 존중한다. 하지만 감독 선임 이후 국민 비판, 의혹이 커졌고, 국회 현안 질의까지 있었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서 감독 부처로서 문화체육관광부가 들여다보고 국민들께 소상하게 보고드리는 게 의무다.
-- 정관상 경미하거나 긴급하면 회장이 결정하고 사후 이사회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부분 있다. 문체부 입장에서는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10차 회의 이후 전력강화위가 새롭게 구성돼야 했다고 보나.
▲ 전력강화위가 10차 회의로 역할을 다 끝내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정해성 (전) 위원장이 감독 후보를 추천했으면 협회는 그 우선순위에 따라 협상해야 한다. 그런데 협상하지 않고, 다시 대면 면접을 거치고 후보자 우선순위를 새로 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이 전력강화위원회에서 국가대표 감독을 자유로운 내부 토론을 거쳐서 정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임생 이사는 그런 권한이 없었다. 전력강화위 구성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상당히 중요한 절차적 문제라고 판단한다. 정 (전) 위원장이 사임했다면 감독 추천이 종료된 게 아닌 상황이라 전력강화위에서 다시 추천 절차를 밟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 (전) 위원장이 추천한 대로 협회가 협상해 감독을 선임했다면 이런 논란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추천했는데도 다른 후보자와 대면해 면접하라고 추가로 (정몽규) 회장이 요구했다. 추천 절차가 이때 완결됐다고 한다면 협회는 그대로 협상을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다시 이임생 이사를 통해 추천 절차를 진행했다.
-- 11차 온라인 회의는 협회는 임시 회의라고 주장하는데, 정식 회의인가.
▲ 그렇다. 유효한 정식 회의라고 생각한다. 정관상 위원장은 이사 중 임명하고, 사직서를 제출해야만 사임이 이뤄진다. 그런데 정 전 위원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회의 당시 사직서는 내지 않았다. 11명 위원 중 사임한 게 명백한 이는 박성배 위원뿐이었다. 협회 자료나 관계자들의 상이한 주장을 종합하면 (회의 정족수인) 7명에 미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갖고 있다.
-- 11차 회의를 정식 회의로 규정한 건 '감사 편의주의적' 판단 아닌가.
▲ 이임생 이사가 권한 없이 추천권을 행사하기 위해 소집한 것이다.
정해성 전 위원장의 추천으로 절차가 완료됐다고 가정하면, 이 이사가 다시 감독 추천 절차를 밟아서는 안 됐다. 그냥 협상만 진행해야 했다. 그런데 이전 우선순위에 따라 협상한 게 아니라 다시 대면 면접을 거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외국인 후보자 2명 순서가 바뀌었다. 홍명보 감독이 1순위였던 건 같다. 그런데 2, 3순위가 바뀌었다. 협회 말대로 전력강화위가 10차 회의로 역할이 다 끝났다면 이 같은 새로운 추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없었다.
-- 정몽규 회장은 관련 정관 위반에 대해 인정했나.
▲ 인정하지 않았다. 다만 국회에서 말한 대로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을 보완하겠다는 정도로 답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선임 때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건 인정했다. 당시 A매치 일정 때문에 바쁘다는 이야기를 실무자들이 감사 과정에서 했는데, 그런 상황 논리 때문에 정관에 나오는 이사회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건 정상적 조직의 지배구조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우리가 지적하는 것이다.
-- 10차 회의 결론에 따라 홍 감독과 협회가 그대로 협상했으면 절차상 문제가 없는 거냐.
▲ 그랬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본인 말에 따르면 회장이 다시 (정 전 위원장에게) 대면 면접을 하라고, 유럽에 가서 또 검토하라고 말씀하신 부분 때문에 정 전 위원장이 역할의 한계를 느껴 사임했다고 한다. 여기서 추천이 완료된 게 아니다. 완료됐다면 협회가 협상하면 되는 건데, 그런 행위가 일어나지 않았다.
-- 그렇다면 지금 홍 감독이 선임된 상황과 실질적으로 결과의 차이가 없지 않나.
▲ 모든 인사 문제가 그렇지만 절차가 공정해야 한다.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게 정당성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다.
-- 정몽규 회장이 외국인 지도자 2명을 만나고 오라고 지시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까.
▲ 1순위 후보자였던 홍 감독부터 협상을 진행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pual0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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