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큐보’ 효과...1조3000억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재편되나

‘자큐보’ 효과...1조3000억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재편되나

투데이신문 2024-10-02 10:2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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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왼쪽부터 제일약품 ’자큐보‘, 대웅제약 ’펙수클루‘ HK이노엔 ’케이캡‘.   [사진제공=각사]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왼쪽부터 제일약품 ’자큐보‘, 대웅제약 ’펙수클루‘ HK이노엔 ’케이캡‘.   [사진제공=각사]

【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제일약품의 P-CAB 계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이 이달 시장에 출시되면서 1조3000억원 규모의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경쟁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존 시장에 양자 구도였던 HK이노엔, 대웅제약과 함께 3파전 구도가 완성되면서 P-CAB 제제의 시장 확대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전날 '자큐보정'을 시장에 출시했다. 자큐보정은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가 지난 4월 국내 제37호 신약으로 허가받은 P-CAB(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 계열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다. 제일약품 관계자는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는 한편, 학술회 활동 등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마케팅 활동 등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작년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규모는 1조2666억원으로 지난 2019년 8001억원에서 증가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P-CAB의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고 있다.

P-CAB, PPI 단점 보완...제일약품 진출로 3파전 구도 형성

현재 위식도역류질환에 쓰이는 대표적 약물은 PPI(양성자 펌프 억제제), H2RA 제제(히스타민 수용체 길항제)와 비교적 최근 개발된 P-CAB 등이 있다. 3파전 구도로 P-CAB 시장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기존 PPI 위주 처방의 흐름이 P-CAB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위식도역류질환에 처방되는 가장 대중적인 계열은 PPI다. 다만, 약효를 보는 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점과 짧은 반감기, 야간 속쓰림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특히, 아침 공복이나 식전에 복용해야하는 불편함은 만성질환인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의 꾸준한 약 복용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해 나온 계열이 P-CAB이다. PPI와 달리 위산의 활성화 과정 없이 약효를 낼 수 있어 식사와 관계없이 복용이 가능하며 즉각적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 약효가 반으로 주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인 반감기 또한 길어져 야간 속쓰림도 개선했다.

현재 국내 P-CAB 시장의 선두주자는 HK이노엔의 국산 30호 신약 케이캡이다.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한 만큼 동일 계열 약물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서 대웅제약이 지난 2022년 7월 국산 34호 신약 펙수클루를 발매하며 점유를 넓히고 있다. 올해 상반기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국내 매출은 각각 871억원, 51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72.13%, 111.98% 성장했다.

제일약품의 자큐보가 시장에 진출하면서 P-CAB 시장이 3파전 구도로 재편됐다. 3사의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세 회사는 각자 타 회사와의 '공동판매'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P-CAB 시장 자체가 상대적으로 초기 단계인 만큼 각 사가 가진 병원 네트워크를 최대한 확보해 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HK이노엔은 보령과 손잡고 올해 1월부터 공동판매에 나서고 있다.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처방 실적을 내는 보령의 고혈압 신약 카나브와 케이캡을 공동판매하는 쌍끌이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대웅제약은 올해 4월부터 종근당과 함께하고 있다. 종근당은 지난해까지 HK이노엔 케이캡의 국내 유통을 맡았던 경험이 있다.

두 회사의 공동판매에 맞서 제일약품은 동아에스티를 파트너로 선정했다. 동아에스티는 ‘모티리톤’, ‘가스터’, ‘스티렌’ 등 블록버스터 소화기 품목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소화기 신약 출시 및 발매와 관련해 경험을 갖추고 있다.

세 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당분간 세 회사의 점유 순위에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제약산업전략연구원 정윤택 원장은 “시장을 선점한 쪽이 계속 리드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다만, 학술회 등의 마케팅 활동을 비롯해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에 따라 일정 정도의 점유를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후발 주자인 자큐보의 보험 약가가 경쟁사 대비 저렴하게 책정되며 시장을 파고들 변수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자큐보 보험 약가는 20mg정당 911원으로, HK이노엔의 케이캡 1300원,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939원보다 저렴하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가 더 저렴하니 환자들이 부담 없이 복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세 회사 경쟁, P-CAB 시장 규모 키울 것

유비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소화성궤양용제 시장 점유율은 PPI 53.6%, P-CAB 18.7%, H2RA 13.4% 순으로 나타났다. HK이노엔 케이캡이 지난 2019년 3월 시장에 나온 이후 P-CAB 계열의 시장 점유율이 같은 해 2분기 3%에서 지난해 4분기 18.7%로 PPI를 빠르게 밀어내는 모습이다. 올 2분기는 PPI가 53.4%, P-CAB이 20.2%를 차지했다.

국내 P-CAB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케이캡(HK이노엔)과 펙수클루(대웅제약)의 지난해 국내 매출이 각각 1139억원, 550억원으로 소화성궤양용제 전체 시장 규모의 13%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P-CAB가 아직 PPI를 대체했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시간 문제’로 보고 있다. 정윤택 원장은 “P-CAB은 PPI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P-CAB으로 대체되는 게 하나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들이 제네릭(복제약)으로 시장 진출을 위한 채비에 들어간 것도 향후 P-CAB의 시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림제약, 고려제약, 동국제약 등 국내 제약사 다수가 일본 다케다제약의 보신티정의 주요 성분인 보노프라잔으로 생동성 실험을 하고 있거나 종료한 것으로 확인된다.

일본 다케다제약이 개발한 보신티정도 P-CAB 계열의 약물이다. 내년 3월 말로 보신티정의 재심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지만, 다케다제약이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자료 제출이 없을 경우 허가는 취하된다. 한국다케다제약 관계자는 “보신티 자료 제출과 관련해 별도 입장은 아직 없다. 허가만 갖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케다제약은 보신티정을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보신티 특허 만료 기한이 2028년인 점을 고려하면 이후 시장 경쟁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생동성 시험을 끝낸 한 제약사의 관계자는 “위식도역류질환 시장의 파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해 제네릭 준비에 들어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K이노엔과 대웅제약, 제일약품 세 회사가 경쟁한다는 건 곧 시장 규모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P-CAB의 PPI 대체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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