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 느려도 행복한 힐링 공동체

느려도 괜찮아, 느려도 행복한 힐링 공동체

이슈메이커 2024-10-02 09:29:46 신고

[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느려도 괜찮아, 느려도 행복한 힐링 공동체
 

발달장애인과 이들 가족의 ‘삶의 질’ 향상은 진정한 의미의 사회통합을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교육 및 사회 서비스가 마련되어 있으나 더 많은 부분에서의 지원과 제도 개편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아울러 선한 영향력 전파를 위해 앞장서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우리 이웃의 존재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사진=손보승 기자
사진=손보승 기자

 

건강한 사회 만드는 ‘찐 어른’ 되고파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한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을 이끄는 김윤희 이사장은 지역 사회에 명품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가다.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이자 워킹맘으로 일상을 보내던 그가 창업가로 변화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팬데믹으로 변화하는 세상 속에 김 이사장 가족의 삶도 큰 폭풍이 일었는데, 당시의 어려움을 기회로 삼아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게 된 것이다. 우리 주변 소외된 이웃들의 ‘찐 어른’이 되고 싶다는 김 이사장의 창업 스토리를 일문일답으로 소개한다.

발달장애인 가족으로서 코로나19가 큰 위기를 불러왔다고 들었는데
  “그렇다. 창업 이전에는 선천성 염색체 질환인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지적장애 1급 아들과 두 딸을 둔 어머니이자 평범한 워킹맘이었다. 누구나 그랬듯 코로나19는 우리 가족에게도 큰 위기를 안겨줬다. 감정도 풍부하고 순한 성격에 애교도 많던 아들이 팬데믹으로 등교를 할 수 없고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게 되자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많이 쌓인 것이다. 충동조절장애라는 강박증세가 나타났고, 급기야 아들을 가장 아껴주시던 외할머니마저 노환이 찾아오시게 되면서 양육과 간병을 위해 제가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흔히 말하는 경력단절 여성이 된 것이다”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의 설립 과정을 소개해 준다면?
  “졸업을 앞둔 발달장애 아들과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두 딸은 물론 경력단절이 생긴 저에게도 당시는 큰 시련의 시기였다. 심한 우울감과 수면장애로 힘들어하다가 심리적 안정을 위해 시작한 반려 식물의 치유 효과와 매력에 반해 원예치료사로 변신을 시작하게 됐다. 식물을 통한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면서 나 역시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더 나아가 느리게 성장하는 아이들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자 창업을 결심했다. 그래서 지난해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주변 활동가들이 힘을 모아 거북이날다를 설립하게 됐다”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한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www.turtlefly.co.kr / 인스타그램 : @turtlefly23)을 이끄는 김윤희 이사장은 지역 사회에 명품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한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www.turtlefly.co.kr / 인스타그램 : @turtlefly23)을 이끄는 김윤희 이사장은 지역 사회에 명품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

 

다른 창업가들이 그렇듯 어려움도 많았을 듯하다
  “꼭 필요하고 좋은 뜻을 품고 시작한 창업이었으나 역시 예상했던 대로 쉽지만은 않았다. 수많은 서류 작업과 창업 교육, 생소한 행정절차로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설상가상 어렵게 준비했던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센터 바우처 기관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좌절도 있었고 법인 유지를 위한 재정적인 압박도 큰 부담이었다. 사업에 큰 암초가 생겼던 셈이다. 그렇다고 어렵게 결성한 법인을 무책임하게 둘 수는 없어서 다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시작했고,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원예치료, 그리고 치유농업에 눈을 돌렸다. 그러면서 주변의 도움으로 발달장애인의 자활과 힐링을 돕는 블루베리 치유농업을 시작하고자 지인이 운영하던 블루베리 농장을 인수하게 되었다” 

치유농장을 통해 창출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는 무엇일까?
  “올해 인수한 경기도 안성시에 있는 치유농장 ‘베리만나’에서 블루베리를 처음 수확해 생과를 판매했다. 농장 인수 후 첫 수확이라 시행착오도 많았고 유난히 더웠던 여름 온몸으로 창업과 치유농업의 의미를 체험해보는 기회였다. 이미 작물 재배 및 수확 체험 등의 치유농업이 지닌 효과는 다양한 방면에서 검증이 되고 있는데, 발달장애인 역시 자연과 교감하는 체험을 통해 정서적 안정을 얻고 신체기능 향상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향후 수익 사업을 위해 블루베리 청이나 잼과 같은 가공식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협동조합 상생 성장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은 오는 10월 25일 발달장애인이 직접 무대에 서는 패션쇼와 지역 문화축제 행사 개최를 준비 중이다.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
협동조합 상생 성장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은 오는 10월 25일 발달장애인이 직접 무대에 서는 패션쇼와 지역 문화축제 행사 개최를 준비 중이다. ⓒ거북이날다사회적협동조합

 

협동조합의 성장을 위해 어떤 계획들이 있는지도 궁금하다
  “발달장애아 엄마의 여정을 다룬 영화 ‘그녀에게’의 원작인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의 저자 류승연 작가님, 그리고 식물 공장인 에어돔 개발을 전개 중인 애그테크 혁신기업 등 다양한 인물, 단체와 연대하고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단계인데, 이를 통해 성장의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거북이날다는 발달장애인을 위한 복지 사업을 하면서 농촌 기반의 힐링 치유센터로 나아가는 것이 목표다. 현재 여러 공모사업에 지원해서 발달장애인과 가족 등 문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 중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활동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24년 신협중앙회와 함께하는 협동조합 상생 성장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되어 협력사인 비긴21사회적협동조합과 오는 10월 25일 발달장애인이 직접 무대에 서는 패션쇼와 지역 문화축제 행사 개최를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사람마다 삶의 무게와 몸무게는 각기 다를지언정 영혼의 무게는 모두가 같을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을 평범한 시민이자 하나의 인격으로 바라봐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나부터가 먼저 지역에서 친근하고 좋은 이웃, 엄마로 생활한다면 우리 아이 역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시선으로 바라봐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계속해서 지역 사회의 성숙한 ‘찐 어른’으로서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시기에 큰 도움과 응원을 해주셨던 많은 분들, 특히 용인의 ‘함께꿈꾸는교회’와 ‘영원교회’, 가족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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