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창 화백, “계속해서 전통의복을 재현하는 건,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고유의 옷’이기 때문…”

권오창 화백, “계속해서 전통의복을 재현하는 건, 우리가 지켜야 할 우리 ‘고유의 옷’이기 때문…”

독서신문 2024-10-02 09:00:00 신고

각 나라마다, 또 문화권마다 전통성과 고유성을 반영해 갖춰 입는 옷의 격식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잘 알려졌다시피 한국은 한복에 두루마기, 갓이 공식 예복이며 기타 결혼식용 화려한 색상의 한복이나 장원급제 시 쓰는 어사화 관모 등 TPO에 맞는 고유 복식문화를 가진 나라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한복은 어떨까. 특별한 날에만 입는 특별한 옷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뿌리 잡혀 있지만, 그마저도 대부분 양복으로 대체되고, 결혼식에서는 항상 볼 수 있었던 한복 역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돼버린 지 오래다. 물론 전주 한옥마을이나 경복궁 인근을 돌아다니다 보면 한복대여점을 통한 각양각색의 한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퓨전한복에 대해 일각에서는 그저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한, 역사·문화적 맥락이나 관례는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 뜯어오거나 마구잡이로 조합했다는 식의 비난이 일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전통예복 되살리기 운동의 필요성이 점점 더 커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퓨전 한복 말고 제대로 된 전통 한복이란…”

‘한복의 날(10월 21일)’은 한복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한복의 우수성과 산업적·문화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지정된 날이다. 그리고 매년 이맘때쯤엔 한복문화주간, ‘2024 한복 문화 확산 캠페인’ 등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곤 한다. 한복을 재창조함으로써 일상 속 한복 문화를 확산하고자 하는 행사의 취지는 깊이 공감하지만, 그럼에도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오는 건 갈수록 우리 고유 한복을 구경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한복은 우리 민족의 사상, 관습, 행위, 기술 등 양식과 정신이 깃든 우리의 고유 의복이다. 사람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화하고 변해 왔지만, 그 시대적 정신을 담은 의복은 물론 인의예지를 정신으로 삼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 가득한 복제할 수 없는 가치로 성장한 한국문화의 중심이며 뿌리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서, 우리 고유 의복의 뿌리를 지키고자 하는 이가 있다.

권오창 화백.
권오창 화백.

권오창 화백은 한평생 비단에 채색한 전통화법으로 이 땅의 역사적 인물(왕의 어진과 선현의 초상화)들을 그려왔다. 더불어 기억에서 사라져 가는 전통 복식을 그림으로 재현하는 작업도 겸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 2022년 출간된 『전통어린이복식화』도 그 연장선에 있다. 어린이옷의 유물에 남은 색과 세밀한 무늬를 확인하기에는 특별전이나 도록, 화보만으로는 부족하다. 재현한 그림을 통해 어린이의 움직이는 모습과 옷의 형태미를 자세히 확인할 수 있는 건, 저자가 오랜 기간 구상하고 자료를 모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권오창 화백은 “저고리, 두루마리 등 아이들 옷이 각 박물관에 다 흩어져 있어 아이들 복식을 한 번에 다 입었을 때의 모습을 볼 수가 없었다”며 “의습의 용어가 어려운 데다 다 흩어져 있다보니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떻게 복식을 착용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든 복식을 착용했을 때 어떤 모습인지 재현하려고 노력했다”고 답하며 『전통어린이복식화』의 출간 계기를 밝혔다.

삶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옷이 바로 ‘한복’

우리에게 한복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아마 인생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옷이 아닌가 싶다. 권오창 화백은 “태어나서 가장 처음 입는 옷이 배냇저고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는 옷이 수의. 즉 인생의 첫 만남과 마지막을 함께 하는 것이 한복”이라며 “단순히 미적인 가치를 넘어 철학적이고 고귀한 매력이 있는 한복은 생과사를 함께 하고 인생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는 옷”이라고 말하며 한복의 역사적 가치와 우수성을 전했다.

권오창 화백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자료가 많이 남아있는 고려시대나 조선시대에 비해 신라시대나 그 이전의 시대는 상대적으로 자료가 부족해 작업하는 데 있어 다소 어려움을 겪는다”라며 “앞으로도 전문가들의 꼼꼼하고 제대로 된 고증을 받아 우리나라의 역사성 있는 인물들을 그려 미래의 후손들에게 본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을 차차 그려나가고 싶다”고 답했다.

또한, “아직도 전국 각 기관과 단체들의 그림에는 고증이 잘못된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다”라고 덧붙이며, 영정 그림 작가로서의 책임감 있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대개 국가적·민족적 전통문화는 아리랑처럼 사람들의 정체성과 연결되곤 하는데, 한복엔 그 연결이 끊어져 있다. 그리고 이 말인즉슨, 한복은 우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우리에겐 한복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말과도 같다. 우리는 한복의 무엇을, 어떻게 이어야 할까. 전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고, 또 어떻게 즐기고 이어갈 수 있을까. 권오창 화백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그가 걸어갈 길을 찬찬히 보고 있다 보면,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서신문 이세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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