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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을 한 숟갈 떠 입에 넣으니 깊고 구수한 맛이 목구멍을 때린다. 통마늘을 두 개나 넣어서 맵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마늘의 매운맛은 사라지고 풍미만 남았다. ‘이븐’(고루 익음)하게 익은 면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이 맛있다. 중간 중간 눅진하게 익은 마늘이 ‘킥’(자극)이다. 그래도 만드는 것이 좀처럼 쉽지 않다. 라면치고 상당한 수고(?)를 필요로 했다.
일명 ‘안성재 셰프 마늘 라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돌풍이다. 최근 넷플릭스가 선보인 예능 ‘흑백요리사’에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안 셰프는 미슐랭 3스타 셰프로 요리계에서는 넘사벽과 같은 존재다. 함께 심사위원에 출연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의 케미도 화제다. 극 중 두 사람의 티격태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주 안 셰프가 백 대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마늘과 빽라면을 이용한 레시피를 선보였는데 이슈가 됐다.
해당 영상은 공개하자마자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오르더니 현재 조회수 678만회를 기록 중이다. 다른 인플루언서들도 영상을 따라 하면서 이젠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맛도 좋다고 알려지면서 궁금함을 느낀 기자도 직접 만들어서 먹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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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시피 핵심은 통마늘과 빽라면이다. 부수 재료는 대파가 있다. 통마늘은 껍질을 벗기지 않아야 한다. 뿌리 부분과 머리 부분만 잘라주면 된다. 이후 프라이팬에 올려 양면을 타지 않게 굽는 게 포인트다. 이후 냄비의 물을 끓인 뒤 구운 마늘과 라면 스프를 넣고 5분간 끓인다. 마늘이 익었다 싶으면 껍질에 있던 마늘을 빼준다. 한번 끓였기 때문에 쑥쑥 잘 빠진다.
껍질을 벗긴 마늘은 국자와 숟가락을 이용해 으깨준다. 국물에 잘 녹아들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되면 국물색깔이 뽀얗게 변한다. 이때 면을 투하한다. 다 끓을때 쯤 대파를 넣는다. 유의할 것은 라면 부스러기는 다 끓인 후 고명처럼 제일 마지막에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안 셰프에 따르면 바삭한 식감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을 다 마치면 비로소 완성이다.
이 라면을 먹고 나면 다른 라면은 밋맛하게 느껴질 정도다. 마늘을 넣지 않은 일반 빽라면도 먹어봤는데 확실한 맛 차이가 난다. 감칠맛과 구수함이 뛰어나다. 마늘의 진액이 녹아 나온 영향으로 보였다. 녹아 나온 마늘은 감자 같은 포슬한 느낌을 준다. 나도 모르게 밥까지 말아먹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살짝 아삭한 대파도 시큼한 맛을 더 해주는데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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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 만족스럽지는 않다. 라면 치고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안 셰프는 10분안에 뚝딱 만들었지만 기자는 30분이 넘게 걸렸다. 통마늘의 전체 모양을 유지하면서 밑 부분을 잘라내기가 쉽지 않았다. 끓이면서 껍질을 벗기는 것도 보는 것과 달리 난관이다. 조리 과정에서 물이 계속 졸아들어 물을 중간중간 추가해야 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정량보다 많은 물을 넣는걸 후회했다.
고추의 톡톡 쏘는 매운맛을 좋아하면 입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마늘 라면은 깊은 풍미에 단맛이 가미된 매운맛이다. 얼큰함에 가깝다. 매일은 아니지만 몇 달에 한번 정도는 생각날 맛이다. 라면 부스러기 역시 굳이 안 넣어도 된다. 기대와 달리 식감에 전혀 영향이 없다. 종합하면 흑백요리사를 재밌게 본 사람이 한번은 먹어 볼만하다고 느꼈다. 발상이 신선하다.
백 대표 역시 이번 마늘 라면으로 상당한 광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존재감이 없던 빽라면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웬만한 광고 모델로 TV 광고를 하는 것보다 더 큰 파급력이 났다. 그야말로 ‘크리에이터 커머스’다. 백 대표가 상품을 선보이면 팬덤은 이를 구입해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는 식이다. 마늘 라면에는 이런 산업적 의미도 담겨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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