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전아름 기자】
내 배 아파 낳은, 내 새끼가 분명한데 어째 키우면 키울 수록 내 새끼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내 아이지만 가끔은 부모인 내가 제일 모르겠을 때, 내가 살아온 빅데이터 근거했을 때 아이가 하는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울 때,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진실된 소통을 원하는데 바라는 만큼 되지 않아 양육이 더욱 어렵게 느껴질 때, 그런 때를 자주 느끼고 '현타'가 오는 부모들을 위한 부모4.0 맘스클래스가 진행됐다.
베이비뉴스는 25일, 박현숙 마인드카페 심리상담센터 아동파트 대표원장을 초대해 'MBTI'와 'TCI' 검사를 비롯한 아동과 부모를 위한 심리검사에 대해 이야기 하고, 나아가 아이 양육에 혼란을 느끼는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어려움을 해소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베이비뉴스와 공무원연금공단 유튜브 채널에서 동시 송출됐고, 이번 방송은 베이비뉴스, 마인드카페, 공무원연금공단, 안양시 아이좋아 행복꾸러미, 용인특례시 아이조아용 설렘박스 수혜자가 함께 했다. 방송의 핵심 내용은 IP TV 캐리TV를 통해서 전국으로 송출된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려고 할 때 다양한 도구를 활용하기도 한다. 혈액형, 별자리에 이어 요즘은 MBTI가 대세다. 하지만 아이를 이해하려고 할 때, MBTI는 적합하지 않다. MBTI는 성격유형검사인데, 아이들을 이해하려면 성격보단 타고난 기질을 먼저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TCI는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의 약자다. 성격과 기질을 구분해 측정하는 인성검사 기법이다. 기질은 타고난 성향으로 유전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성격은 환경과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되고 발달하는 특성이다. TCI 검사를 통해서 새로운 자극에 대한 반응, 위험 회피 성향, 사회적 관계 형성 방식, 자신의 강점과 약점, 대인관계 이해, 자기 계발 방향을 알 수 있다.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까지 모두 받을 수 있는 검사다.
박현숙 원장은 "기질검사를 하면 엄마와 아이의 자극추구 등에서 다른 기질이 있다는 게 드러난다. 나와 아이의 기질을 확인하고, 그에 맞는 양육법을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부모와 아이가 함께 TCI 검사를 받는다면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데 좋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TCI 검사는 너무 어린 아이에겐 적절하지 않다. 하지만 아이가 어려도 자신과 서로 다른 기질에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들이 있는데 이들의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박현숙 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아이와 부모를 위한 심리검사 다섯 가지를 소개했다.
우선은 아이발달 검사다. 이 검사는 KCD 검사라고 불리며 생후 15개월부터 받을 수 있다. 이 검사를 통해 신체발달을 비롯해 언어, 사회성 발달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18개월부터는 놀이평가 검사가 가능하다. 이 검사는 TV 육아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종종 소개되기도 했다. 부모와 자녀의 놀이 모습을 평가하고 이를 점수화하기 때문에 KCD 검사보다 더 풍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앞서 소개한 TCI 검사는 생후 28개월부터 가능하다. 이 검사는 자녀 혼자 하기 보다는 '조화의 적합성'을 놓고 봤을 때 가족이 전체 다 하면 훨씬 유익하다. 엄마, 아빠, 자녀의 기질이 모두 다를 때 조화를 맞춰 함께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부모를 위한 검사다. 우선 부모양육태도검사가 있다. 이건 본인이 어떤 태도로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가를 보는 검사다. 내가 아이에게 지지를 보내는 부모인지, 관리감독은 어떻게 하는지, 일관성이 있는지, 적절한 자극을 주고 있는지, 이런 것들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다. 마지막으로 양육자를 위한 양육스트레스 검사로, 박현숙 원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검사'다. 양육자가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키워야 아이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은 채팅창에 올라온 실시간 질문과 박현숙 원장의 답변을 정리한 것이다.
-만 3세 유치원 다니는 첫째, 이제 막 돌 지난 둘째 키우는 엄마다. 두 아이가 서로 너무 다르고 자기 고집이 세다. 아이들 사이에서 중재하는 게 너무 힘들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성장하면 자율성을 키우고 싶어한다. 보통 18개월부터 아이에게도 마음이 생긴다. 고집이 생긴다는 의미다. 아이의 생각과 주장, 마음을 수용을 하되 조절하는 법에서도 가르쳐야 한다. 보통 이럴 때 엄마들이 '안 돼'라는 말부터 시작하는데, 안 된다는 말만 남기지 말고, 가능한 범위들, 긍정적인 입장을 함께 이야기하는 게 만 3세까진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 뛰지 마!'라는 말로 끝내지 마시고 '집에서 뛰지 말고 놀이터 나가서 뛸까?' '지금은 안 되고 이거 보면서 잠깐만 기다리자'라고 대안을 줘야 한다. 자율성을 키워나가는 시기에 수용적인 태도는 유지하되 언제, 어떤 것들이 가능한지를 알려줘야 한다.
요즘 부모님들은 아이가 심리적으로 좌절하지 않고 실패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그런데 그런 고통으로부터 엄마가 아무리 보호한다고 한들 결국 아이가 나중에 다 겪어야 하는 것들이다. 다만 나이가 어릴 때 겪는 좌절과 어려움은 커서 겪는 것들 보다 그 정도와 강도가 낮다. 어릴 때부터 좌절과 어려움을 스스로 대처하는 걸 여러번 연습한 아이들은 크면서 오히려 자기 대처 방식이 잘 발달돼서 어려운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아이의 적절한 실패에 대해 부모는 해결사라기 보다 상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아이가 마음 힘들어 하는 걸 못견뎌하는 부모들도 많다. 근데 아이들을 믿어야 한다.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만 3세 아이, 놀이터에서 놀 때나 잠 잘 때도 꼭 엄마가 옆에 있어야 한다. 어려서부터 예민한 기질이 있었는데 아직도 엄마 껌딱지다.
"이런 아이들의 기질 검사를 해보면 위험 회피가 높은 경우가 많다. 위험 회피는 위험하거나 낯선 자극과 마주했을 때 위축되는 기질이다. 이런 아이들을 보통 부모님들은 '소극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적극적'인 아이가 될 수 있게 바꿔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기질은 그렇게 변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기질을 바꾸려고 하면 할 수록 아이는 내가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을 받고, 자기 자신을 수용하기 어려워진다. 있는 그대로 수용하라. '넌 낯선 걸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라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렇다고 엄마가 모든 걸 다 해주라는 건 아니다. 상의하라. 놀이터에 있는 상황이라면 '엄마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으면 너가 편안하게 놀 수 있겠어?'라고 물어보고 본인이 결정하게 하라. 하루만에 이걸 다 고치려고 접근하면 아이도 당황스럽고 힘들다. 긴 호흡을 가지고 가야 한다."
- 기질은 유전인가?
"타고난 것이므로 유전 영향을 무시할 순 없다. 좋은 기질, 나쁜 기질은 따로 없다. 기질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의 기질이 이러하므로, 내가 어떻게 알맞게 반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도전 기질이 강한 아이. 연대감 올리려면 어떻게 할까?
"자극 추구가 좀 높게 나올 아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 이런 아이들은 바로 움직인다. 엄마와 기질이 맞으면 잘 이해할 수 있는데 반대라면 힘들 수 있어. 기질이 맞아도 나쁜 점이 있고, 안 맞아도 좋은 점이 있을 수 있어. 가족이 모두 자극추구가 높을 때 잘못하면 아이가 절제연습이 안될 수 있다. 완벽한 적합보단 적절히 맞추는 게 필요하다."
-7개월 낯가림 심한 아이 키우고 있다. 저희 부부도 낯가림이 심한데. 우리 아이를 아기들 모임에 계속 데리고 나가는 게 맞을까?
"낯가림 할 수 있는 시기다. 노출하는 것도 괜찮다. 아이가 어떤 노출에 편안함을 느끼는지,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낯가림의 의미는 인지적으로 구분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아이가 낯가림에 대해선 발달하고 있다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낯가린다고 아무것도 안하는 건 문제가 된다. 낯가리는 상황의 적응행동도 조금씩 가르쳐간다면 나아질 수 있다. 낯설지만 괜찮아가 아니라, 낯설땐 엄마한테 안길 수 있고, 네가 좋아하는 인형을 안을 수 있고 등 대처행동 방안을 주는 것."
-22개월 여자아이가 친구들과 놀 때 장난감을 빼앗고, 얼굴을 때리거나 자기 팔을 깨무는 행동을 한다. 무섭게 이야기 하고 제지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적극성을 넘어선 상황이다. 다른 사람에 대해 공격적 행동을 하지 말라고 가르칠 때 부모님이 똑같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훈육하지 말라. 오히려 온화하게 갈등상황을 풀어나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인내심이 아주 필요한 상황이다."
-33개월 아기 너무 엄살이 심하다. 동생이 있어서 관심을 받으려는 걸까?
"그럴 수 있다. 물리적으로 엄마는 동생과 더 가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얘기해도 아이는 정작 못 느낄 수 있다. 아이와 물리적인 시간을 늘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동생때문에 바쁠 때 큰아이를 협력자로서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고, 칭찬을 엄청 해주는 것이 좋다."
- 태교가 기질에 영향을 미칠까?
"기질은 엄마 아빠의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
- 30개월 아이. 다른 아이에 비해 활발하고 텐션이 너무 높다. 어떻게 눌러야 할까.
"기질을 어떻게 해보려고 하면 힘들어진다. 아이의 텐션을 많이 발산할 수 있는 시간을 길게 가져볼 것. 유치원 가기 전에 일찍 일어나서 좀 놀다가 등원시키고, 하원해서도 놀이터에서 노는 시간을 늘려서 집에선 좀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 2020년생 첫째가 훈육만 하면 울면서 안아달라고 한다. 훈육을 회피하려는 것 같다. 훈육에 대해 꼭 알겠다는 확답을 받아야 할까?
"야단맞은 아이가 속상함을 달래고, 엄마에게 내가 엄마 아이라는 걸 확인하려고 안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안아주면 된다. 안되는 행동에 대해선 아이가 마음 가라앉은 후에 이야기 하면 된다. 안아주는 건 엄마가 할 수 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는 건 아이가 스스로 해야하는 일이라는 것, 안 되는 걸 가르칠 땐 되는 것도 함께 가르치는 것을 잊지 말라."
- 14개월 아기 훈육할 때 '안 돼!'라고 하는데.
"14개월은 언어로 의사소통하기에 좀 이른 나이. 행동을 잘 가르쳐야 한다. 못 알아 듣더라도 안 된다는 말보다, 못 알아 듣더라도 의자에 앉으라고 말해야 한다. 그래도 말을 안 듣는다면 그 자리를 벗어나는 게 최고다. 그리고 이 공간에 이 아이가 꼭 있어야 할까를 고민하라. 마트에 가면 아이가 뭘 사달라고 떼를 쓰는 게 고민이라면 마트에 아이가 안 가는 게 최선이다. 밥 먹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겐 밥을 먹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이 없다. 그건 부모의 목적 의식이다. 14개월이면 뭔가 만지며 노는 것에 집중하는 나이라 먹이는 데 집중하고 싶다면 먹는 걸 즐거운 활동과 결합한다든지, 절반은 아이가 스스로 먹고 절반은 엄마가 떠먹여 주는 방식으로 해도 된다.
18~20개월 아이는 몇 가지를 구분해서 가르쳐야 하는데, 남의 집에서 안 되는 건 우리 집에서도 안 되는 거다. 예를 들어 소파에서 뛰는 거 남의 집에서도 안 되는 거면 우리 집에서도 안 되는 거다. 아이들은 남의 집과 우리 집의 구분이 어렵다. '이걸 집에서만 해야 돼. 나가선 하면 안돼.' 이건 어렵다. 언제나 규칙은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23개월 아이 가정보육 중인데, 낯을 너무 가린다. 어린이집 보내면 좀 나아질까.
"어린이집 보내는 것을 추천한다. 요즘은 아이가 엄마랑만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다른 사람과 만날 기회가 너무 없다. 다양한 사람 만나다 보면 아이는 자기만의 적응과 대처법을 스스로 깨우치기도 한다. 처음엔 힘들어할 수도 있지만 부모가 도와준다면 잘 할 수 있다."
-딸이 어린이집에선 모범생이라는데, 집에선 밥도 다 먹여줘야 한다.
"집에서 다 해주고 때 되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런 건 없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연습을 시켜놔야 한다. 그리고 아이 밥 차려놓고 아이 혼자 먹게 하지 마라. 부모도 함께 식사해야 한다."
-5살 아이가 사소한 것에서 틀린 것도 맞다고 우기고 운다. 맞장구를 쳐줘야 하는 건지 매번 고민이다.
"아이의 생각에 대해 인정해주면 된다. 맞다 틀리다로 이야기해줄 순 없다. 지금은 우기지만 조금만 크면 틀렸다는 걸 안다. 본인이 수용되는 느낌이 덜하면 우기기도 한다. 부모가 매번 정확한 걸 강조하면 확신 갖고 싶어서 우긴다. 긍정하고 수용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아이가 아빠와 멀어질까봐 엄마는 훈육, 아빠는 오로지 격려하는 쪽으로 이야기 중이다.
"일관성 측면에서 봤을 땐 좋지 않다. 수용할 일은 똑같이 수용하고 잘못한 건 똑같이 지적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생각해보면 훈육=혼내는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다. 훈육은 혼내는 게 아니라 그냥 가르쳐 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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