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첫 회견 “영풍·MBK 경영권 인수 시도는 약탈적 행위”

고려아연 첫 회견 “영풍·MBK 경영권 인수 시도는 약탈적 행위”

한스경제 2024-09-24 14:47:2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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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영풍은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과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의 기술, 우리의 미래, 우리나라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다. 오직 돈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고려아연은 이런 약탈적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핵심 엔지니어 20여명과 함께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 같이 강조하며,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의 장형진 고문에 대해서는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 국민들께 빚을 지고 있으면서, 이제 와서 기업사냥꾼 MBK파트너스라는 투기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으로 마련된 이날 기자회견은 영풍 장형진 고문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자 40여 년 간 고려아연과 영풍의 역사를 지켜보고 함께 해온 이 부회장이 자청해 마련됐다. 1984년 대학 졸업 뒤 고려아연에 입사해 온산제련소장 겸 기술연구소장, 대표이사 사장, 부회장에 오른 그는 고려아연의 성장사를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산증인으로, 대한민국 100대 기술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최창영 명예회장과 함께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상징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고려아연은 불모지와 다름없던 대한민국에서, 오로지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선 기업”이라며 “이는 수십 년간 밤낮없이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해 온 고려아연의 엔지니어, 연구원, 현장 근로자들의 눈물 어린 노력의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려아연은 세계 1위의 독보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며 “지난 10년간 평균 영업이익률 12.8%를 달성했다는 것은 경영 능력과 기술 능력이 없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공개매수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반면 영풍 장형진 고문에 대해서는 “그동안 어이없는 행태를 반복한 사람으로 부끄럽지 않냐”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영풍과 고려아연 갈등의 책임은 명백하게 장 고문에 있다고 강조한 이 부회장은 “그동안 카드뮴 처리를 비롯해 석포제련소의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고, 고려아연을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해왔다. 대주주로서의 부당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며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형진 고문에게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영풍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됐으며, 심지어 인원 감축까지 진행 중”이라며 “석포제련소 경영 실패로 심각한 환경오염과 중대재해를 일으켜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기업사냥꾼인 투기 자본과 손잡고 고려아연을 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만 집중할 뿐 영풍석포제련소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년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를 기록한 영풍은 현재까지 고려아연으로부터 배당 700억~1000억원을 받아 버텨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며, 가장 효율적으로 만들어낸다는 숭고한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만약 MBK파트너스 같은 투기 세력이 고려아연을 차지한다면 고려아연의 핵심 기술은 순식간에 해외로 빠져나갈 것이고,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은 무너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고려아연이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비롯된 공개매수에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영풍과의 갈등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그동안 영풍과 고려아연 양사는 상당 기간 동업 관계가 잘 유지돼 왔다. 고려아연도 영풍을 위해서 기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고 상호 교류도 활발하게 해왔다. 그런데 4~5년 전부터 갈등의 씨앗이 생겼다. 영풍의 석포제련소에서 환경 문제가 불거졌다. 카드뮴이 지하수에서 많이 검출되고 강으로 카드뮴이 흘러들어갔다. 또 영풍제련소에는 50년 동안 제련 조업을 하면서 생긴 산업폐기물 저장소가 있는데 기술경험으로 판단하건대 70만~80만t 정도의 산업폐기물이 저장돼 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 중금속이 함유돼 있다는 점이다. 카드뮴, 수은, 비소, 다른 불순물들도 많이 들어 있다. 그런데 장 고문이 이 문제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를 통해 해결하고 싶어 했다. 이걸 막은 사람이 최윤범 회장이다. 이때부터 갈등이 시작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같은 비철금속 제련사업을 하는데 영풍은 적자이고 고려아연은 흑자인 이유는

경영 능력과 기술 능력의 차이다. 경영 능력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제일 중요한 게 사람 관리다. 사람을 가족처럼 대해 주는 게 최윤범 회장이다. 참고로 지난 10년간 고려아연의 영업이익률이 12.8%다. 영업이익률 12.8%를 지난 10년간 평균으로 달성했다는 것은 경영 능력과 기술 능력이 없으면 달성할 수 없는 것이다. 영풍은 어떤가? 지난 10년간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다. 고려아연으로부터 배당을 받아서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다. 고려아연 배당을 최근에 한 700억원에서 1000억원 받아갔다.

-MBK 쪽은 기술유출이나 중국 매각 우려에 대해 근거 없는 억측이라고 주장한다

MBK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약속한다. MBK는 고려아연을 절대 경영할 수가 없다. 50년간 매일 잡초 뽑는 그런 경영으로 고려아연을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부터 기술자들은 그곳으로 가지 않고 그만둘 것이다. 이건 개인, 우리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우리 주주 때문에 그렇다.

-MBK와 영풍 측이 제기하는 원아시아펀드나 이그니오 투자 관련 의혹도 있다

원아시아펀드는 단순 재무적 투자다. 당시 고려아연은 현금이 많았다. 내 기억으로는 2조5000억원 정도가 있어 분산투자를 한 것이다. 그중 일부가 원아시아펀드로 간 것으로 알고 있다. 이그니오 투자는 고려아연의 트로이카 관련 투자다. 신재생에너지, 수소, 자원순환, 2차전지 이런 내용이다. 텔레비전, 냉장고, 컴퓨터에서 나오는 폐자재들을 전처리하고 분리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처리하는 것이다. 이 투자는 미래 가치를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 할 것 같다. 고려아연은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미래지향적으로 투자를 한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 이 투자도 분명히 성공할 것이다.

-최윤범 회장도 기자회견에 나설 가능성이 있나

적당 시기에 할 것으로 본다. 최윤범 회장 입장에선 지금 자본 세력에게 한 방 맞은 상황이다. 최 회장은 보통 전문경영인이 아니다. 최 회장은 미국에서 변호사이지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1년간 저와 같이 현장실습을 받는 등 웬만한 제련 기술을 모두 마스터했다. 호주SMC제련소 사장으로 가서 만년 적자 공장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고려아연에 컴백해 지금 회장으로 있는 것이다. 지금 차분히 잘 진행되고 있다. 분명히 우리가 이긴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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