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에 로비까지…도심 속 숨은 진주에 미래 베팅한 고려아연

기업 인수에 로비까지…도심 속 숨은 진주에 미래 베팅한 고려아연

르데스크 2024-09-23 16:53: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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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영권 분쟁 이슈에 휩싸인 고려아연이 유망산업으로 분류되는 친환경 사업을 앞세워 해외 시장 개척에 공을 들여 온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캐쉬카우' 발굴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려 왔음을 방증하는 결과다. 고려아연은 미국에서 폐배터리, 플라스틱 등 폐자원에서 금속을 추출해 판매하는 이른바 '도시광산' 인프라 구축에 나선 상태다. 미국은 매년 엄청난 양의 도시 폐자원이 쏟아져 나오는 글로벌 최대이자 최다 도시 광산 국가로 꼽힌다.

 

미국 '도시광산' 사업 진출에 드라이브 거는 고려아연, 올해 미국 정·관계 로비 활동 포문

 

'도시광산'은 도시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에서 금속을 추출해 재가공 및 판매하는 사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얼라이드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2020년 약 500억달러(약 60조원) 수준인 전자폐기물 산업 규모는 2030년까지 1440억달러(약 170조원)로, 폐배터리 산업은 535억달러(약 73조원)로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친환경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는데다 성장 가능성까지 높다 보니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도시광산' 사업에 뛰어드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LG그룹, 포스코그룹, SK그룹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도시광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 규모나 자금력, 인지도 측면에선 이들 기업에 다소 밀리긴 하지만 고려아연 역시 금속제련 분야의 기술력과 경험을 토대로 '도시광산'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선점, 사업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 고려아연은 올해 처음 미국 로비를 시작하자 마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사진은 미국 도시에서 나온 각종 폐기물들로 여러 금속을 포함하고 있다. [사진=Scrap Wala]

 

특히 고려아연은 올해 처음 미국 정·관계 로비까지 진행했을 정도로 사업에 남다른 진정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의 '도시광산' 산업에 집중하기 시작한 직후라는 점에서 사실상 해당 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로비 행위는 불법이지만 미국의 경우 합법적인 비즈니스 수단이자 정치권과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부수적인 행위로 인정된다.

 

미국 로비자금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오픈시크릿'(OpenSecret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이 투입한 정·관계 로비 자금은 50만달러(한화 약 6억7000만원)이다. 전체 광업(Mining) 산업 기업 중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 현지에서는 첫 로비 금액을 적게 잡고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만큼 고려아연의 로비 금액을 이례적인 수준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고려아연보다 로비 금액을 많이 책정한 기업은 '리오틴토그룹', '클리브랜드클리프스'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광업산업 강자들 밖에 없다.

 

고려아연의 로비 대상은 미국 행정 사무실(Office of Administration) 단 한 곳이다. 대통령 직속 기관인 행정 사무실은 미국 행정부의 전체 활동을 지원·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모든 정부 기관에 영향력이 닿아 있는 만큼 미국 시장에 갓 진출한 기업이 행정부 전반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첫 로비 대상으로 삼는 편이다.  

  

▲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고려아연이 고용한 로비스트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고려아연은 머큐리LLC(Mercury LLC)와 대관업무 협약을 맺고 총 5명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세부적으론 △의원 출신으로 전관예우를 받는 회전문(리볼빙) 로비스트 3명 △정치권에서 일했던 보통 회전문 로비스트 1명 △일반 로비스트 1명 등이다.

 

주목되는 점은 의원 출신 로비스트를 무려 3명이나 고용했다는 사실이다. 의원 출신 로비스트는 미국 정계 네트워크가 탄탄하고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고려아연이 고용한 의원 출신 로비스트는 △데이비드 비터(David Vitter) 전 루이지애나 상원 의원 △체리 부스토프 전 일리노이 하원 의원(민주당) △토비 모펫(Toby Moffett) 전 코네티컷 하원 의원(민주당) 등이다. 미국 대선을 염두해 여야 출신 의원들을 고루 고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체리 부스토프 전 의원은 농업과 수자원, 에너지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하원 임기 내내 농업 위원회에 소속돼 있었다. 또 하원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강한 예산 위원회에서 일한 경력도 있다. 토비 모펫 전 의원은 환경오염과 지속 가능 에너지 관련 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하다. 하원시절 그는 천연자원 위원장을 엮임하며 대기오염 위반, 지하수 오염, 원자력 발전소 안전에 대한 조사를 진두지휘했다. 데이비드 비터는 상원을 지냈던 만큼 다른 의원들보다 외교적 네트워크가 넓은 편이다. 유일한 공화당 의원 출신인 만큼 정권 교체 변수 대응에도 유리할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회사 사들이는 고려아연, 폐기물 수거부터 가공까지 '자연 순환 밸류체인' 구축 시도

 

▲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 기업 인수를 통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온산 제철소 전경.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에 따르면 1차적 목표는 미국 내 1개 재활용 플랜트와 스크랩(폐자원 수집) 공장 6개를 짓는 것이다. 구체적인 시행 방안으로는 기존 기업 인수합병 방법을 선택했다. 고려아연은 2022년 글로벌 전자폐기물 업체 이그니오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그니오는 전자제품 재활용 업체인 ev테라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미국 4개주에 분쇄소를 가진 EV테라를 통해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 등 대도시 폐기물 순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현지에서 약 30년 간 재활용 사업을 영위해 온 캐터맨(Kataman)도 인수했다. 지난 4월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5500만달러(한화 약 733억원)들여 지분 100%를 매입했다. 캐터맨의 주력 사업 도시광산에서 나온 폐자원으로부터 동, 알루미늄, 철 등 추출해 거래하는 '원료 트레이딩'이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인수한 두 회사의 사업 성격을 감안했을 때 나름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캐터맨을 통해 원료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이그니오가 가공을 하는 식이다. 고려아연 역시 이런 부분을 감안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캐터맨 이수로 원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돼 자연 순환 밸류체인을 완성했다"며 "앞으로 자원순환 사업을 계속해서 키워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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