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복귀한 전공의, 전임의, 학교로 돌아간 의대생 등의 개인정보가 담긴 '의료계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작성·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모씨가 구속된 가운데 의사들이 정씨에게 '릴레이 후원'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경찰과 함께 이동하는 모습. /사진=뉴스1
23일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의사 커뮤니케이션 메디스태프를 중심으로 정씨를 위한 릴레이 후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앞다퉈 자신의 후원 금액을 인증하는가 하면 "우리의 영웅" "이것밖에 할 게 없는 죄인"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처럼 구속된 정씨를 우상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에 따르면 메디스태프를 통해 정씨의 개인 계좌번호가 공유됐고 수만원에서 부터 최대 100만원까지 '후원 인증글'이 쏟아지고 있다. 주수호 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도 전날 자신의 SNS에 "지금이야말로 입은 다물고 주머니는 열 때"라며 정씨의 구속 기사를 공유한 뒤 릴레이 후원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는 "의권 수호" "후원금 50억은 만들어 주자"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렇게 모인 금액이 수천만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씨는 지난 7월 메디스태프와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는 의사·의대생들의 이름과 병원, 출신 학교 등을 적은 의료계 블랙리스트 '감사한 의사' 명단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감사한 의사'는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고 병원에서 근무 중인 의사를 비꼬는 표현이다.
'감사한 의사'에는 단순한 개인정보를 넘어 성추행, 의료사고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함께 공유되고 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명단에 오른 피해자 중 일부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을 만큼 '감사한 의사' 리스트로 인한 피해자들의 스트레스와 불안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정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의 구속을 두고 의사 내부에서는 '전공의 탄압'이라며 부당하다는 주장과 블랙리스트 제작이 '불법 행위'라고 자제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21일 구속된 정씨와 면회를 마친 뒤 "(정부가) 의사들 사이 관계를 하나하나 다 결딴내고 있다"며 정부를 탓했다. 임 회장은 이날 "구속된 전공의나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피해를 본 전공의나 그 누구라도 돕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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