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저항수단"…가해자 두둔하는 의사들

"블랙리스트, 저항수단"…가해자 두둔하는 의사들

한스경제 2024-09-23 12:02:3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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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상급종협병원 병동 전경./ 연합뉴스 제공
서울 시내 한 상급종협병원 병동 전경./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의료계가 전공의 블랙리스트 작성자 구속을 두고 '심각한 인권 유린'이라며 제식구 감싸기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블랙리스트 작성자 역시 정부의 피해자라는 주장을 펼치며 가해자를 피해자로 둔갑시키고 있다.

23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의료 현장에 복귀한 의사들의 신상 정보가 담긴 '전공의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게시한 사직 전공의 정 모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한 후 '전공의 블랙리스트' 작성자 수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지난 22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은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45명을 조사하고 그중 32명을 송치했다. 이들 32명중 30명은 의사, 2명은 의대생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이 이들에 적용한 혐의는 명예훼손, 모욕,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이다. 

의료계에서는 정 모씨를 '피해자'로 지칭하며 정 모씨에 대한 정부의 '인권 유린'을 당장 중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자, 피해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정 모씨 구속 다음 날인 지난 21일 면회를 한 후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본 모두 정부가 만든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의사들 사이의 관계를 하나하나 다 결단내고 있다"며 "구속된 전공의와 리스트에 올라 피해를 입은 전공의 모두 돕겠다"고 덧붙였다.

경기도의사회는 '전공의 구속 인권 유린 규탄'을 주제로 집회를 열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 측은 "투쟁과 의사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국가의 기본요소인데 소극적 의사표현조차 말살하는 것은 북한 수준의 인권 유린"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의사회는 블랙리스트 유포에 대해 "정부의 초법적 조치에 대한 저항 수단"이라며 "앞에서는 대화를 청하면서 뒤로는 검경을 통해 겁박하는 것이 현 정부의 형태"라고 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성명을 통해 "개인적인 의견 표출을 이유로 구속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하는 행위다"고 밝혔다.

대인기피증 호소하는 진짜 피해자

의료계가 과한 제식구 감싸기에 나서며 정작 블랙리스트로 인해 실명과 근무처가 공개된 피해자의 어려움은 살피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블랙리스트로 인해 신상이 공개된 피해 의사 중에는 근무하는 병원 측에 심각한 대인기피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응급의료 등 비상진료 대응 브리핑에서 "일부 군의관은 블랙리스트 공개로 말미암아 대인기피증까지 겪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의료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조해 엄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블랙리스트로 인한 피해에 대해 유감을 표하면서 블랙리스트가 '도를 넘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자신의 SNS에 "정 모씨의 행동은 그 취지가 마녀사냥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도주와 증거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한 것은 문제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강희경 서울대 의과대학·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역시 자신의 SNS에 "'의사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배포하시는 분들은 스스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보시기 바란다"며 "블랙리스트의 존재는 전공의들의 사직이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임을 의심하게 한다"고 했다.

이어 "당신들의 행동이 정부의 폭압과는 다르다고,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커다란 착각"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정 모씨 구속을 두고 '의정갈등 첫 구속 사례'라고 표현한 기사의 링크를 올리면서는 "의정 갈등 첫 구속? 온라인 집단 괴롭힘 가해자의 구속이 아니고?"라면서 "적법한 구속이기는 한 것일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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