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각되는 생분해비닐 '친환경' 인정 연장…환경부가 '그린워싱'?

소각되는 생분해비닐 '친환경' 인정 연장…환경부가 '그린워싱'?

연합뉴스 2024-09-22 06:17:18 신고

3줄요약

'58도 고온의 흙에서 분해' 사실상 어려워…업계 요구에 유효기간 연장

편의점·카페 생분해 비닐봉지·빨대도 2028년까지 4년 더 허용

편의점에서 사용되는 생분해 비닐. [연합뉴스 자료사진]

편의점에서 사용되는 생분해 비닐.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환경부가 스스로 '한계가 있다'라고 인정한 생분해 플라스틱 친환경 인증 유효기간을 예정대로 올해 종료하는 대신 4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맞춰 편의점과 제과점에서 생분해 비닐봉지, 카페나 식당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는 것도 4년 더 허용한다.

사실상 생분해 비닐과 빨대 상당수가 소각되는 상황이라 환경부가 이른바 '그린워싱'(친환경이 아닌데 친환경인 척 하는 행위)에 일조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22일 환경부에 따르면 환경부는 생분해성 합성수지(플라스틱) 환경표지인증 기준 중 '산업 퇴비화 생분해 조건' 유효기간을 2028년 12월 31일로 연장하기로 했다.

생분해성 합성수지는 일반 합성수지와 똑같이 사용할 수 있지만 특정 조건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합성수지다. 옥수수 전분에서 추출한 포도당을 정제해 만드는 'PLA'가 대표적이다.

산업 퇴비화 생분해 조건은 '미생물이 있고 산소 공급이 충분한 58도 정도의 흙에 가루로 된 수지를 넣었을 때 180일 이내 90% 이상 분해'이다.

즉, 고온의 흙에 넣었을 때 반년 내 미생물이 90% 이상 분해하는 플라스틱은 '생분해 플라스틱'으로 인정하고 정부가 '친환경' 마크를 달아준다는 것이다.

환경표지는 환경성을 개선한 제품에 부여되며 표지 가운데에는 친환경이라고 명시돼 있다.

문제는 온도가 58도나 되는 토양이 자연에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내에 퇴비화 환경을 구현한 시설이 있지도 않다.

과거 환경부도 산업 퇴비화 조건은 '실제 생분해에 한계가 있다'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도 있다.

이에 산업 퇴비화 조건은 퇴출당할 예정이었다.

산업 퇴비화 조건에 맞춘 제품 환경표지인증은 2022년 1월 이미 중단됐고 기존 인증 효력도 올해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환경부가 '업계의 요청'을 이유로 정책 방향을 바꿨다.

환경부는 산업 퇴비화 조건 생분해성 합성수지 환경표지인증 유효기간을 2028년까지 연장하고 새로 인증도 내줄 계획이다.

환경표지인증을 받은 생분해 수지로 만들어진 일회용 비닐봉지·쇼핑백과 빨대를 각각 편의점을 비롯한 종합소매업·제과점과 카페 등 식품접객업에서 제공하는 것도 2028년까지 4년 더 허용한다.

'자원순환의 날'인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가득 쌓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반입ㆍ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자원순환의 날'인 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가득 쌓인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반입ㆍ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동안 생분해 비닐봉지와 빨대는 그린워싱이라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됐다.

생분해성 인정 조건이 현실적이지 않은 데다가 실제로 생분해 비닐봉지와 빨대 대부분이 생활폐기물과 함께 그냥 소각되기 때문이다.

현재 생분해 수지는 분리배출 대상이 아니어서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제조업자나 수입업자가 의무적으로 일정량을 수거해 재활용해야 하는 대상도 아니다.

땅에 묻어 미생물로 분해하려면 생분해 수지만 별도로 모아야 하는데 분해되는 재질로 재활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따로 모으지 않는 것이다.

비닐만 보면 서울시에서 발생한 폐비닐은 하루 730t인데 이 가운데 45%(328t)만 분리배출됐고 55%(402t)는 종량제봉투에 담겨 버려졌다.

수도권은 2026년부터, 다른 지역은 2030년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돼 분리배출되지 않고 종량제봉투에 버려진 비닐은 전량 소각된다.

세계 각국은 생분해 플라스틱도 사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대만 환경부는 작년 8월부터 편의점과 패스트푸드점 등 8개 시설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식기류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의회의 경우 2018년 생분해 플라스틱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고 선언하면서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지속하는 구실이 돼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를 통해 음식물과 직접 닿는 생분해 플라스틱을 음식물쓰레기 바이오가스화 시설에 함께 투입해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거나 퇴비화하는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이를 통해 생분해 플라스틱을 별도 수거하는 방안 등도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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