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위기는 찬바람 불때…정상적 이송 '뺑뺑이' 취급 말아야"

"더 큰 위기는 찬바람 불때…정상적 이송 '뺑뺑이' 취급 말아야"

연합뉴스 2024-09-22 06:03:0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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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낙상·심뇌혈관질환' 많아지는 연말, 최대 고비 될 수 있어

"'수용 불가'가 곧 뺑뺑이는 아냐…뺑뺑이 타령 대신 제도 개선책 마련해야"

응급실 앞 안내문 응급실 앞 안내문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정부가 응급의료대란의 '고비'로 꼽혔던 추석 연휴를 큰 혼란 없이 넘겼다고 자평했지만, 의료계에서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과 겨울에 더 큰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함께 최근 환자를 적정하게 다른 병원으로 이송한 사례조차 '응급실 뺑뺑이'로 취급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데에 문제의식도 제기됐다.

의료계에서는 응급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자극적인 표현에 매몰될 게 아니라, 새로운 고비에 대비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지만…'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지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찬바람 불면 더 큰 위기 온다…"현장의 어려움 더 심해질 수 있어"

22일 의료계에서는 올해 추석 연휴 응급실 위기를 겨우 모면했지만, 심뇌혈관 질환과 노인 낙상, 인플루엔자(독감) 등 계절성 호흡기 감염병 유행까지 겹치는 가을·겨울에 '진짜' 고비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2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으로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된 지 꼬박 7개월이 되면서 현장에 있는 의료진도 피로가 누적될 대로 누적된 상태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응급의료체계의 위기는 추석 연휴를 버텨낸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우세하다.

특히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과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중증·응급 환자가 많아져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당장 독감 유행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고, 잠시 주춤하는 코로나19 역시 다시 기승을 부릴 수 있다. 뇌경색이나 뇌출혈 같은 중증 환자의 응급실 내원이 잦아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가을·겨울은 계절적으로도 낙상이나 심뇌혈관 질환 등 응급 환자가 많아지는 때"라며 "말 그대로 겨우 버티는 중이어서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말 두려워할 시기는 올해 겨울이라는 데에는 의료계 내에서 이견이 없다.

비상진료체계가 가동된 후 이미 환자들의 진료가 줄줄이 밀린 상황에서, 연말 건강검진으로 새롭게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을 수용할 수 없으리라는 부정적 전망도 나온다.

앞서 박평재 고려대의료원 교수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충북대 의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겨울이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박 교수는 "건강검진은 연말에 집중되기 때문에 겨울에 새로 암을 진단받은 환자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겨울에는 호흡기, 심혈관, 뇌출혈 질환 역시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암 환자들이 중환자실 자리를 찾지 못해 뺑뺑이를 도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지만…' 우려했던 '응급실 대란은 없었지만…'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뺑뺑이 타령 자제하고 응급의료 대책 마련해야"…정부 "보상 강화"

의료계에서는 추석 연휴를 포함해 최근 쏟아져 나오는 '응급실 뺑뺑이' 사례에 대해서도 일부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토로한다.

응급실 뺑뺑이가 실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제는 정상적인 전원(轉院)과 이송 절차마저 모조리 뺑뺑이로 취급되면서 현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고 의료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이송하는 경우가 상당한데도, 처음 방문한 응급실에서 치료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뺑뺑이로 취급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119 구급대가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사전에 여러 병원에 전화한 사례도 응급실 뺑뺑이로 호도돼 현장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수용 능력 확인과 이송을 어떻게 응급실 뺑뺑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대한민국에서 어떤 응급 환자든지 첫 방문 또는 이송되는 응급실에서 모든 처치와 입원, 수술 등 최종 치료를 받아야 응급실 뺑뺑이라는 보도가 사라지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교수는 "물론 환자의 생명에 위해가 되는 잘못된 거부 사례는 밝혀야겠지만, 지금은 정상적인 전원까지 다 뺑뺑이로 몰아가고 있다"며 "응급실 뺑뺑이 타령은 이제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응급실 뺑뺑이란 표현은 1년 365일 24시간 전국의 응급실을 지키는 의료진의 사기만 꺾을 뿐이며, 지금은 응급의료체계를 유지하기 위한 장기적인 대책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시적 수가 대책의 제도화, 상시화를 통해 응급의료에 대한 실질적 보상을 높이고, 민·형사상 법적 처벌과 손해 배상 최고액을 제한하는 것과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이 속도감 있게 이뤄져야 한다"며 "그래야만 빈사 상태에 놓인 응급의료 분야에 생기가 돌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응급실이 중증 환자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보상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연휴 기간 한시적으로 시행했던 권역·전문·지역 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 가산, 중증·응급수술 가산 같은 수가 지원사항도 기간 연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응급의료와 같은 필수의료 의사들이 직면하는 사법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을 전문가 논의를 거쳐 조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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