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의 도시락] 진라면, 11년 만의 변신…“완성에서 한걸음 더”

[김성준의 도시락] 진라면, 11년 만의 변신…“완성에서 한걸음 더”

뷰어스 2024-09-21 08:00:5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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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단장한 오뚜기 '진라면 매운맛' 제품. (사진=김성준 기자)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간 1등 하지 않겠습니까?”

배우 차승원 씨가 출연한 2000년대 초반 ‘진라면’ TV 광고의 문구입니다. 오뚜기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2024년 현재도 그 ‘언젠가’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요. 물론 해당 광고가 상영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진라면은 분명 괄목상대한 성장을 거뒀습니다. 비록 라면 시장 1위 자리를 빼앗진 못했지만, 국물 라면 2인자로서의 입지는 탄탄히 다지고 있죠.

진라면이 오늘날과 같은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지난 2013년 진행한 리뉴얼 덕분입니다. 당시 오뚜기는 ‘저렴하지만 맛은 떨어지는 라면’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대대적인 품질 개선을 진행했고, 이를 바탕으로 점유율을 크게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한때 부동의 1위인 ‘신라면’ 점유율을 턱밑까지 추격할 정도였죠. 하지만 결국 1위 제품의 아성을 넘어서진 못했고, 최근에는 다시 ‘짜파게티’에 라면 2위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뚜기가 11년 만에 진라면 새단장에 나섰습니다. 오뚜기는 변화하는 소비자 입맛에 발맞춘 제품 개선을 통해 라면 시장 내 지위를 다시 확대한다는 방침인데요. ‘매운맛’과 ‘순한맛’ 모두 양지 원료 보강을 통해 육수맛과 감칠맛을 강화하고 건더기 양을 증량하는 한편, 면발의 찰기와 쫄깃함도 개선했다는 설명입니다. 특히 매운맛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커진 점을 반영해 ‘매운맛’의 경우 맵기를 한층 강화했다고 하는데요. 새롭게 칼을 벼린 ‘진라면’은 어떤 맛일지 살펴보겠습니다.

'진라면 매운맛' 면(왼쪽)과 분말스프 및 건더기스프. 각각 왼쪽이 리뉴얼 제품, 오른쪽이 기존 제품 구성물. (사진=김성준 기자)

면과 스프 등 맛과 관련해 변경된 요소가 많지만, 일단 제품 포장지는 그대로인 모습입니다. 굳이 차이점을 찾자면 조리에 사용되는 물의 양이 550ml에서 500ml로 변경됨에 따라 안내되는 조리법 역시 달라진 것 정도인데요. 이 때문에 제품 리뉴얼 여부는 순전히 제품 생산 일자로 구분해야 합니다. 2024년 8월23일부터 생산된 제품, 제품 포장지 상으로는 소비기한이 2025년 2월22일까지인 제품부터 개선 사항이 적용됐습니다. 시중에는 아직 리뉴얼 제품과 기존 제품이 섞여서 판매되고 있는 만큼, 원하는 제품을 구매하려면 꼼꼼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제품 내용물 역시 큰 차이점을 찾긴 어렵습니다. 분말스프와 건더기스프 포장지도 기존과 동일하고, 면도 겉으로 봐서는 거의 똑같은 모습입니다. 10% 증량된 건더기 양도 눈에 띄게 차이나는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분말스프 색상만큼은 확실한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기존 스프와 비교해 붉은빛이 확연하게 진해졌습니다. 분말스프 색상 차이는 조리 후 국물색상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는데, 맵기가 강화됐다는 점이 시각적으로 확 와닿았습니다.

실제로 개선된 국물에서는 첫맛부터 매콤한 맛을 보다 강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매운향 역시 미묘하게나마 좀 더 진해졌고, 얼얼한 맛도 한층 강화됐습니다. 다만 맵기가 아주 강해진 정도는 아니어서, 기존 제품에서 딱 한걸음 정도만 더 나간 느낌입니다. 두 제품을 직접 비교해보며 먹지 않는다면 확실한 변화를 체감하긴 어려웠을 것 같네요. 한층 진해졌다는 육수맛도 비슷했는데요. 기존 국물맛과 비교해 좀 더 무게감이 있으면서도 진라면 특유의 깔끔한 매운맛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습니다.

면발에서는 차이가 좀 더 두드러졌는데요. 개선된 면발이 한층 탱글탱글한 식감으로 쫄깃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물 간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면발에 국물이 더 잘 배어들어서 맛이 좀 더 진하게 느껴졌고, 유탕면 특유의 밀가루 냄새도 훨씬 덜했습니다. 덕분에 라면을 먹다 보면 종종 찾아오는 느끼함이 거의 없어서, 김치 없이도 물리지 않고 먹을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진라면 매운맛' 기존 제품(왼쪽)과 새단장한 제품(오른쪽)을 조리한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새롭게 단장한 ‘진라면 매운맛’은 여러 가지 개선이 적용됐지만 크게 체감될 만큼의 변화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개선이 적용된 부분을 하나씩 따져서 비교해보면 변한 점이 분명히 와닿지만, 기존 제품 맛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다 보니 새로운 변주도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죠. 사실 이는 대대적인 변화를 줄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존 진라면은 소비자에게 충분한 만족도를 끌어내며 높은 충성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이는 그만큼 레시피 완성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죠.

완성된 레시피를 한단계 더 발전시키는 것은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종종 제품 레시피 변경 이후 오히려 혹평을 듣는 경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죠. 기존 진라면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맛있는’ 라면이었던 만큼, 이번 변화가 소비자에게 조금이나마 ‘개선’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성공적인 새단장으로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사람마다 맛에 대한 취향은 다를 수 있지만, 소비 트렌드에서 드러나듯 대중적인 선호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진라면이 지난 36년간 장수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이런 대중적인 선호를 좇아 꾸준한 변화를 거듭해왔기 때문이죠. 이번에도 진라면은 변화한 소비자 입맛을 반영하며 다시 변화에 나섰습니다. 때마침 무더위가 지나고 국물 라면 성수기가 찾아오는 시기인 만큼, 새단장한 진라면이 펼칠 치열한 ‘1등’ 대결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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