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의 역습, 느슨해진 지배구조가 원인···“빛과 그림자 동시에”

MBK의 역습, 느슨해진 지배구조가 원인···“빛과 그림자 동시에”

이뉴스투데이 2024-09-20 15:20:2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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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사진=연합뉴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주요 기업들의 오너가가 세대교체를 거듭하며 지배력이 분산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이 와중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지배구조 개편을 명분으로 백기사를 자처해 참전하면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MBK 파트너스는 지난 13일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에 대해 공개매수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영권 논란을 빚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해 1대 주주인 영풍과 장씨 가문 측이 경영권을 공고히 해 지배구조를 개편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안팎으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고려아연 측은 적대적 M&A를 통해 경영권 탈취라고 규정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또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가 있는 울산광역시와 시의회, 정치권에서도 국가기간산업을 이유로 매각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 고려아연 공개매입 참전···안팎의 반대 목소리에도 강행 

시장에서는 이제 MBK 측이 공개매수에 돌입한 상황이니 이들이 목표한 최소 7% 이상의 지분을 확보할지에 따라 상황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이 같은 MBK의 행보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등장하고 있어 재계 안팎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다.

MBK는 이번 공개매입 명분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본래 목적은 이익 극대화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더욱이 MBK가 본업인 사모펀드 운영을 위한 투자에서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겪고 있어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뛰어들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미 MBK 측은 2008년 딜라이브 케이블TV를 2조2000억원에 인수한 뒤 실적 악화로 채권단 관리 중이고 2013년에 인수한 네파(아웃도어)도 실적 악화를, 홈플러스 2015년에 인수했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9년째 재매각에 실패했다. BHC치킨도 약 5700억원을 투자해 1대 주주에 올랐지만 30%대 영업이익률로 가맹점 착취 등의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를 두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MBK가 총 10조원 넘게 투자를 한 기업에서 수년째 자금 회수를 못하고 있어 단기간에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분쟁이 생긴 곳에 개입하면 무엇보다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부담을 낮춘 상황에서 지분 확보가 쉽다는 점이 매력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이번 고려아연 사태에서도 영풍과 MBK 측은 공개매입 성공 시 공동의결권 행사를 통해 지분비율에 상관없이 MBK 측이 최대주주로서의 권리를 갖게 된다.

또 이후 콜옵션 권리를 확보해 50%+1주를 확보할 경우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양사는 10년간 지분 매각 금지에 대한 특약을 맺은 만큼 해당 기간 매각 이슈는 잠잠하겠지만 그 이후 매각 절차에 돌입할 경우 글로벌 1위 아연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 매각은 큰 이득을 창출해 낼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MBK로서는 공개매수의 첫단추를 잘 끼우기만 한다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다만 MBK는 이미 지난해 말 유사한 사례인 한국타이어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에 대해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반격에 막혀 실패로 마무리 돼 체면을 구긴 상태다.

당시 이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오너가 장남인 조현식 고문과 연합해 차남인 조 회장의 경영권을 가려오려 했다. 하지만 이미 조 회장이 확보한 지분과 조 회장을 지지하던 가문 차원에서 지원 사격이 진행되면서 공개매수는 막판까지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하며 무산됐다. 

MBK 측은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지만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면서도 “지배구조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 앞으로 한국앤컴퍼니의 행보를 지켜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MBK와 조 고문의 반격은 무의로 그쳤지만 당시에도 상처는 컸다. MBK가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한국앤컴퍼니 주가가 매일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주가 등락폭만 50%에 육박했고 거래량도 폭발해 4691만9354주에 달했다.

◇ 손해보지 않는 장사 베팅 논란···거센 후폭풍에 상처만

문제는 주가가 요동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투자자 몫이 됐다. 조 회장 측도 지분 매집 비용이 지출됐지만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효과를 거둔 반면 주주가치 제고 필요성을 강하게 요구받게 되면서 마냥 웃을 수 밖에는 없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공개매수가 종료된 뒤 주가가 빠지면서 오너 리스크 때문에 그간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는 점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MBK도 당시 손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위상이 흔들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MBK의 행보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예행연습 격인 한국앤컴퍼니 경험을 바탕으로 고려아연을 통해 극적인 성공 사례를 이끌어 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더욱이 사모펀드로서 새로운 성공사례를 이끌어낸다면 관련 업계의 새로운 신사업으로 급부상할 수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가들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지분이 흩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 그 사이 후계 등을 이유로 경영권 분쟁도 거세지고 있다”면서 “MBK와 같은 사모펀드가 적절한 백기사 역할을 담당해 성공 사례를 이끌어낸다면 이들의 위상은 재계 내에서도 급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다만 재계 일각에서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수익 추구가 목적이라는 점은 이미 보편화된 상황에서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지배구조 개선 사례 역시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면서 “단기 수익성 프레임에 갇혀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탈취라는 오명을 씻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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