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소방시설 자체점검’ 10곳 중 3곳만...“화재 방지 제도 개선 필요”

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관들이 화재감지기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소방시설 자체점검이 대상물 10곳 중 3곳에서만 실시되고 있으며, 화재안전조사는 100건 중 5건 실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박정현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소방시설 자체점검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48만여 개 특정소방대상물의 자체점검 실시율은 29%(42만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시설 자체점검이란 ‘소방시설법’에 따라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된 시설 또는 건물에 대해 소방시설 점검 관리업자 등을 통해 연 2회 점검을 하고 그 결과를 담당 소방서로 제출해야 하는 제도다. 현재 아파트,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 등이 특정소방대상물로 지정돼 있다.

각 시도 소방본부별로 살펴보면 창원소방본부가 소방시설 자체점검을 3년 연속 12%를 기록해 가장 낮은 실시율을 보였다. 뒤이어 강원 15%, 충남·대구 18%인  반면, 인천과 울산, 제주의 경우 지난해 자체점검 실시율 50% 이상을 기록했다.

시설 종류로는 ▲가스저장시설 등 위험물저장 및 처리시설 ▲물류창고 등 창고시설 ▲축사와 식물재배 시설 등 동식물관련 시설 ▲국가유산 시설의 자체점검 실시율이 낮았다.

위험물저장 및 처리시설의 경우 2021년 3.8%, 2022년 3.7%, 지난해 3.3%를 기록해 점검 실시율이 꾸준히 감소했다. 

특히 경기 북부 지역의 경우, 지난해 기준 가스저장시설 등이 1400여개가 있으나, 점검률은 0.8%(11곳)에 불과했다. 충북 역시 위험물저장 및 처리시설의 자체점검률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0.5%를 넘기지 못했다.

국가유산 자체점검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특히 울산과 세종의 경우 지난 3년간 단 한 개의 유산도 자체점검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창원 역시 단 한 곳도 자체점검을 시행하지 않았다.

화재안전조사 실시율도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전국 화재안전조사 실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전국 평균 3.7%였던 화재안전조사 실시율은 지난해 5.8%를 기록한 뒤 올해 7월까지 5.1%에 그쳤다. 

화재안전조사란 ‘화재예방법’에 따라 ▲자체점검 불성실 또는 불완전한 곳 ▲화재 예방강화지구로 선정된 곳 ▲화재가 자주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큰 곳 등에 대해 소방서장의 판단에 따라 실시할 수 있는 소방조사다.

박 의원은 이 같은 화재안전조사의 미비한 실시율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방관서장이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임의규정’인 성격과 함께 만성적으로 부족한 화재안전조사 인력 문제를 꼽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이용이 많은 시설에 대한 자체점검마저 ‘자기 책임’이라는 명목 아래 자율로 맡겨놨지만 실시율이 상당히 저조하다”면서 “이를 보완할 화재안전조사는 소방서장의 필요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으로 정해져 있고 이마저도 실시율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리셀 공장화재나 부천 숙박업소 화재같은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자체점검과 화재안전조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