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정현 기자] 통신업은 기지국, 네트워크 장비, 주파수 대역 확보 등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필요해 독과점의 특성을 갖기 때문에 한번 굳어진 순위가 뒤바뀌기 싶지 않다. 국내 통신사 만년 3위였던 LG유플러스가 전체적인 밸류업에 성공하며 순위를 뒤바꿀 조짐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유플러스는 B2B(기업간거래) 사업 강화, 주파수 확보, 인공지능(AI) 투자 등을 통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으며, 특히 KT와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해 9월부터 이동통신 가입 회선 총계에서는 KT를 추월하고 있다.
SKT와 KT에 비해 후발 주자였던 LG유플러스는 초기 가입자 확보와 브랜드 인지도 등에 불리함을 겪으며 28년 동안 만년 3위에 머물렀다. 또 정부가 3월 이동통신 가입 현황 집계 기준을 사람이 쓰는 통신(휴대폰·태블릿·웨어러블)과 사물통신으로 구분함에 따라 사물통신을 빼면 LG유플러스는 여전한 3위다.
그러나 성장률 0%로 포화 국면에 이른 휴대전화 통신과 달리 사물통신은 2022년 26.5%의 성장률을 보이며 커지는 시장이다. 사람이 쓰는 통신보다 수익성은 낮아도 킥보드·자전거 등 모빌리티 서비스나 배달·택배 기사들이 들고 다니는 무선결제 수요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다른 단점이던 주파수 자원의 열세도 보완했다.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1분기 완전한 5G인프라를 위한 기지국 구축 작업을 마무리했다. 기업은 5G 상용화 이후 5년간 타사보다 20MHz 부족한 80MHz폭으로 서비스를 펼쳐왔지만 품질면에서 이를 극복할 수 있게됐다. 속도 측정 사이트 스피드테스트의 지난달 5G 다운로드 속도 테스트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456.32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KT는 436.46점, SK텔레콤은 428.86점이다. 지난해 말 LG유플러스의 속도를 가장 느린 것으로 평가했으나 1년도 안돼 이를 뒤집은 것이다.
브랜드 신뢰도도 높아졌다. 한국소비자원은 6일 국내 이통3사의 소비자만족도에서 LG유플러스가 2위를 차지했다고 전했다. 가입개통, 이용요금, 요금제선택, 정보성, 문제 해결지원 등이 타사보다 우세했다.
'불변의 법칙'으로 여겨지던 통신사 순위는 지각변동의 긴장을 느끼고 있다. 업계는 LG유플러스의 성장세에 긴장하지만 최근 LG유플러스의 실적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LG유플러스의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한 3조4937억원이나 영업이익은 11.8% 감소해 2540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사업 영역의 AI 전환에 집중하면서 신규 통합전산망 구축에 따른 비용이 영업이익 감소에 반영돼 영업이익이 줄었다.
자본력 부족과 낮은 수익성은 LG유플러스에 있어 여전한 걸림돌이다. SKT조차 압도하는 사물통신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은 사람이 쓰는 통신의 5%밖에 되지 않는다.
LG유플러스는 10월 자체 생성형 AI를 바탕으로한 통화 지원 서비스 ‘익시오(ixi O)’를 출시하며 모바일 수익성 강화를 꿈꾼다. 통화녹음·요약, 전화 대신 받기, 보이는 전화, 실시간 보이스피싱 탐지 기능을 갖춘 익시오는 SKT의 '에이닷'과 AI 통화비서 시장에서 다음달 본격적인 경쟁을 펼친다.
익시오는 통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AI가 대신 전화를 받는 '전화 대신 받기' 기능, 상대방과 대화 내용을 실시간 자막으로 보면서 통화할 수 있는 '보이는 전화' 등을 탑재할 전망이다. 에이닷이 아이폰 통화녹음 기능으로 출시 1년 만에 가입자수 500만명을 넘어선 걸 감안해 익시오도 아이폰 특화 AI 콜 에이전트 등의 편의 기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같은 기능들이 자사 플랫폼 에이닷에서 미국 검색엔진 루키 '퍼플렉시티'를 제공하며 글로벌 AI 플랫폼을 확보하겠다는 SKT와 맞상대가 될지 주목된다. KT의 경우 AI 통화녹음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에 있어 해당 분야는 SKT와 LG유플러스의 2파전 양상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이통사들은 성장 한계를 보이는 통신 외에 AI, 디지털전환, 플랫폼 등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분야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에이닷과 익시오 간 경쟁을 계기로 국내 AI 비서 시장이 눈에 띄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27년까지 비통신 매출 비중을 40%로 올리고 2028년까지 B2B사업에서 AI 관련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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