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감옥 보낸 판사 가혹? “오히려 아끼는 마음으로 결단”

유아인 감옥 보낸 판사 가혹? “오히려 아끼는 마음으로 결단”

평범한미디어 2024-09-19 23:42:48 신고

3줄요약

#2023년 12월부터 평범한미디어에 연재되고 있는 [박성준의 오목렌즈] 44번째 기사입니다. 박성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뇌성마비 장애인 당사자이자 다소니자립생활센터 센터장입니다. 또한 과거 미래당 등 정당활동을 해왔으며, 현재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위한 각종 시민사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치에 관심이 많고 나름대로 사안의 핵심을 볼줄 아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오목렌즈는 빛을 투과시켰을 때 넓게 퍼트려주는데 관점을 넓게 확장시켜서 진단해보려고 합니다. 매주 목요일 박성준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색깔 있는 서사를 만들어보겠습니다. 더불어 박성준 센터장은 2024년 7월11일부터 평범한미디어 공식 멤버로 합류해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평범한미디어 박효영 기자] 배우 유아인씨(본명 엄홍식)가 끝내 구속됐다. 수차례 구속영장의 칼날을 피했지만 정식 재판(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지귀연 부장판사)에서 구속이 결정됐다. 마약 초범이니 만큼 집행유예로 처리될 것 같았는데 너무나 많이 오랫동안 마약을 투약했다. 2021년 내내 프로포폴을 73회나 투약했다고 한다. 지귀연 판사는 유씨에게 감옥에 보내는 중대한 경고를 하지 않으면 마약을 끊지 못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씨는 지난 3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대마 흡연 및 교사,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징역 1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약물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명령도 내려졌다. 증거인멸 교사로 인해 도주 우려가 인정되어 법정구속의 철퇴를 맞았다. 유씨는 감옥에 가기 직전 지 판사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느냐”는 물음에 “심려와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짧게 답하고 그대로 끌려갔다.

 

유아인씨는 수사당국과 법정 출석 포토라인에 설 때마다 영혼이 없는 표정으로 초탈한 모습을 보였다. <사진=jtbc 캡처>

 

박성준 센터장(다소니자립생활센터)은 5일 15시 평범한미디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횟수가 생각보다 많았고 법정구속을 결정할 정도면 뭔가 결정적인 실수가 있지 않았나 싶다”며 “사실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그것 또한 양형 기준이나 구속 여부에 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유아인 배우의 영향력이라든가 그리고 그 영향력이 지금 일으킨 범죄와 연결성이 닿아서 만약에 유명인이 이렇게 마약으로 연결되면 마약이 (대중들에게) 너무 친숙하게 다가올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by 박성준 센터장)

 

2023년 2월 처음 마약 범죄 사실이 알려지고 1년 반이 넘는 시간 동안 유씨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오리발 내미는 입장을 피력하진 않았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비싼 변호사를 사서 어쩔 수 없었고 불가피한 부분이 있었다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이게 독이 된 것 같다. 그냥 납작 엎드려서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과 사죄의 모드였다면 감옥에 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박 센터장은 “사실상 의사 처방을 받고 한 것이라는 이런 식으로 해명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게 기만적인 게 다 드러났다”며 “별로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재판부에서 보기에 유아인 배우가 죄인다움이 없었던 것 같다. 잘못한 죄인이 태도의 문제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 받는 태도에 대한 문제이긴 한데 사실 우리는 그 이전에 엄홍식씨 그러니까 배우 유아인씨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 그리고 연기력을 봤을 때 굉장히 높게 쳐줬던 배우들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다른 종류도 아니고 마약 범죄인데다 그리고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꽤 많고 상습에 교사까지 있다. 횟수 자체가 너무 많다. 이건 뭐냐 하면 이렇게 얘기하면 좀 그렇지만 판사가 봐줄 수 있는 수준을 좀 넘어섰다는 이야기일 수 있고 조금 괘씸죄 비슷하게 나오지 않았을까. 180회 이상 투약한 걸로 알고 있고 교사하고 누군가한테 피우라고 종용했다는 얘기가 나왔다는 것은 그건 굉장히 마약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빼도 박도 못 하는 사실들이 너무 많으니까. (by 박성준 센터장)

 

성범죄, 음주운전, 사기, 폭행 등등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는 이러한 범죄 유형들은 연예인의 복귀가 불가능할 정도로 대중들의 시선이 엄격한 편이다. 그러나 마약과 도박은 그런 유형의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초범일 경우 1년 이내로 복귀하는 패턴이 있다. 판사들도 유명인 재판에서 국민 여론을 살피기 마련이다.

 

원래는 마약과 도박처럼 타인에게 직접적 피해는 안 주는 범죄들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약간 봐준다. 초범이면 웬만하면 집행유예로 해주는데 마약 초범인데 바로 법정구속을 했다는 것은 안 좋은 요소들이 겹쳤다는 걸 의미한다. (by 박효영 기자)

 

실제로 지 판사는 유씨에게 “의료진의 경고에도 수면마취제와 수면제 의존에 더불어 대마까지 흡연하는 등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보여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는데 “범행 기간과 횟수, 방법, 수량 등에 비춰 비난의 여지가 상당하다”고 못을 박았다.

 

관련 법령이 정한 관리 방법의 허점을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이어서 죄질도 좋지 않다. (by 지귀연 판사)

 

박 센터장은 지 판사의 메시지를 두고 “이번 기회에 좀 치료를 확실하게 받고 나오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마도 오히려 유아인이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연기력이나 그런 것들을 되게 아끼는 판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by 박성준 센터장)

 

환골탈태의 전환점 마련을 위해서라도 감옥에 갔다오는 게 유씨의 남은 인생을 위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건데 박 센터장은 “마약 향정신성 의약품이 가장 무서운 게 바로 의존성”이라며 “가면 갈수록 그 의존성이 커지는데 끊어주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주는 모습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돌이켜보면 연예인으로서서 유아인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1980년대생 남성 배우로서 유씨만한 위상을 갖고 있는 배우는 매우 드물었다. 탑배우로서 참고 견뎌야 하는 것들이 늘어났지만 유씨는 할 말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캐릭터다. ‘애호박 게이트’로 불리는 SNS 설전만 봐도 유씨의 캐릭터를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지금 계속 유아인씨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실질적으로 내가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은 인간 엄홍식에 대한 부분이다. 김호중씨 사건도 그랬는데 페르소나의 분리가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니까 자연인 엄홍식과 배우 유아인의 분리가 제대로 안 됐던 부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좀 든다. 그런 안타까운 부분이 있는데 이번 사건으로 우리가 유아인이라는 배우를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제발 이번 기회에 확실히 끊고 나오셨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 엄홍식의 정체성이 먼저고 그 다음이 배우 유아인이 있는 것이다. 다른 연예인들도 착각하지 말아야 되는 것이 바로 자연인이 먼저 있고 나서 연예인이 있어야 오래 갈 수 있다는 점이다. (by 박성준 센터장) // 그러니까 지금 현재 많은 인기와 위상을 누리다보니 그 연예인으로서 타이틀이 더 커 보이지만 사실 자연인이 먼저가 맞다. (by 박효영 기자)

 

박 센터장은 유씨가 “항소를 안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유씨는 항소를 안 한 것으로 알려졌고 오직 검사측이 양형을 이유로 단독 항소를 했다.

 

형량이 약하다. 엄하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사실 유아인씨 개인의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을 한다. 몸을 가둔다고 해도 중독성과 의존성보다 더 강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의지가 중요하다. 그냥 집행유예로 굳이 구속 안 해도 되는 거 아니냐고 얘기할지 모르지만 그 절제를 못 했기 때문에 결국 여기까지 왔다. (by 박성준 센터장)

 

마약 문제를 놓고 강력한 처벌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유씨 개인의 의지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회복과 치료’를 위한 정책이다. 친민주당계 정치 선동가로 전락했지만 개인의 마약 중독 문제에 대해 회복과 치료 이야기를 꺼낸 한겨례 허재현 전 기자의 메시지는 울림이 있다.

 

‘위해 감축’이라는 어려운 말이 있다. 영어로는 ‘Harm Reduction’인데 이게 아직 한국에서는 뭐라 규정할지 몰라 일단 학계에서는 ‘위해 감축’이라는 표현으로 해석해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약물, 알콜, 도박 그리고 담배 등 중독성이 강한 물질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무조건 이를 못 하게 하는 근절이 아니라 최소화 또는 감축 정책이 필요하다는 그런 주장이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마약 사용자들은 절대로 마약을 다시 하면 안 되고 국내에서는 법적으로 당연히 금지된다. 그런데 마약 사용자들에게 무조건 마약을 못 하게 하지 말고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서 마약을 최소한도로 처방(제공)하여 점차적으로 회복을 돕게 하자는 그런 취지의 고민을 담은 게 위해 감축이라고 보면 된다. 마약 외에도 다양한 중독자 치료에 이런 위해 감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그런 주장이다. (by 허재현 전 기자)

 

지드래곤씨도 작년 말 마약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무혐의를 받은 뒤로 ‘저스피스 재단’ 창립을 알리며 아래와 같이 밝혔다.

 

뉴스를 보며 한 해 평균 마약 사범이 2만명에 달한다는 사실과 청소년 마약류 사범이 무섭게 증가한 사실 그리고 이들 중 치료기관을 통해 치료받을 수 있는 사람이 500명도 되지 않는다는 가슴 아픈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나는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들과 무섭고 잘못된 길인지 모르고 가는 이들을 위해 마약을 퇴치하고 근절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겠다. 치료의 기회를 갖지 못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힘이 없고 약한 존재가 겪는 억울한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누군가의 오빠, 형, 동료로 옆에 있어 주는 시스템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 (by 지드래곤)

 

박 센터장은 저스피스 재단의 첫 번째 수혜자가 유씨였으면 좋겠다며 “재단 도움을 받아 향정신성 의약품에서 벗어나면 좋겠고 나아가 본인 개런티하고 상관없이 독립 영화 같은 곳에 좀 자주 재능 기부를 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큰 사건 이후에 도움의 손길을 받고 다시 태어나는 사례들이 많다. 아무튼 감옥에서 엄홍식으로서의 삶을 좀 회복하는 기간이 됐으면 좋겠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by 박성준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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