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철강 ‘관세 전쟁’ 돌입···방관하는 정부, 업계만 ‘골머리’

글로벌 철강 ‘관세 전쟁’ 돌입···방관하는 정부, 업계만 ‘골머리’

이뉴스투데이 2024-09-19 08: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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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연제품.[사진=현대제철]
냉연제품.[사진=현대제철]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중국산 밀어내기식 철강재 수출에 주요 시장에서 관세로 맞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정부가 눈치를 보며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철강석 선물 10월물은 지난 9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한때 전장보다 2.3% 내린 89.60달러를 기록했다. 이후 10일에는 90.90달러에 거래되며 90달러 선을 회복했으나 가격 하락 리스크는 여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통상 철강업계는 톤당 100달러를 생산 손익분기점으로 간주한다. 철광석을 생산하고 운송하는 드는 비용을 고려했을 때 이 가격 이상에서 판매해야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철광석 가격은 톤당 140달러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경기불황 장기화, 중국 경기 부진, 건설·자동차·제조업 등 주요 수요처의 감소가 가격을 끌어내렸다.

반면 제철업계는 철강석 가격 하락으로 당장 생산원가가 감소할 수 있지만 이는 사실상 수요 부진을 반응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더욱 악화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밀어내기식 수출이 글로벌 철강 시장 붕괴를 재촉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철광석 90달러 붕괴···中 밀어내기 수출 악화 부추겨

이에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관세 장벽을 높이며 자국 시장 보호에 적극 대응 중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중국산 전기차(100%), 태양전지(50%) 등을 비롯해 철강·알루미늄(25%) 등의 관세를 오는 27일부터 높인다고 밝혔다.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에 확정된 관세 인상은 미국 노동자와 회사에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의 위해한 정책과 관행을 겨냥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맞서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옹호하는 바이든 해리스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도 지난달 말 중국산 전기차에 100%, 철강과 알루미늄의 경우 25%의 관세를 오는 10월부터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지난 10일 캐나다 재무부는 중국산 주요 광물, 배터리, 반도체 등에 대해서도 관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중국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선진국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인도 정부도 지난 10일 중국 및 베트남에서 수입되는 스테인리스 강관 및 튜브에 대해 향후 5년간 12~3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고 멕시코, 칠레, 브라질 등도 중국산 철강 관세를 대폭 올렸다.

이와 달리 한국 정부는 현재 중국 눈치 보기에 바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정부 당국은 아직 중국산 철강재 등에 대해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국의 교역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관세 인상을 검토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철강재 시장 악화 우려에 기업들 스스로 대책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먼저 세아제강지주는 구조관 사업을 단일화하는 사업 개편을 발표했다. 세아제강지주는 그간 구조관 유통을 담당했던 SSIK와 제조를 맡은 동아스틸의 사업을 세아제강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세아홀딩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구조관 사업이 진입장벽이 낮은 상황에서 최근 중국산 철강제품이 국내에 대량 유입되며 출혈경쟁이 심화되며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도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하며 “사업 통합을 통해 중복되는 비효율적인 부분을 최소화하고 물류체계 개선, 안정적인 판매 유통망 확보, 배관부터 구조관까지의 폭넓은 제품 포트폴리오 제공 등을 통해 통합 시너지를 모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건설자재 품질 이슈 문제 해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전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는 세아제강지주가 구조관 관련해 시황 악화를 고려해 빠른 결단을 내린 점은 국내 철강재 시장의 위급함을 반증하고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이에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7월 중국산 철강재인 후판에 대한 반덤핑조사를 제기한 상황이다. 후판은 두께가 6mm이상인 두꺼운 열간압연강판으로 주로 선박·건축자재·기계용으로 사용된다.

중국산 후판은 중국 내수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밀어내기식 수출이 진행되면서 국내 시장에도 수입 물량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입된 전체 후판은 198만9800톤으로 이중 중국산이 112만2774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60%에 달한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수입 물량 128만2438톤 중 중국산 후판은 82만8367톤으로 약 65%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후판 유통가가 톤당 100만원 선인 반면 중국산은 80만원 후반대를 형성해 10%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내 철강기업들의 영업이익률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제철은 2021년 연결기준 10.71%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3.08%로 급감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도 2021년 12.10%, 11.09%를 각각 기록했지만 지난해 4.13%, 3.26%로 쪼그라들었다.

호주 서부 지역의 뉴먼 철광석 광산.[사진=BHP 홈페이지 캡처]
호주 서부 지역의 뉴먼 철광석 광산.[사진=BHP 홈페이지 캡처]

◇관세 장벽 등장에 韓 눈치만···기업들 발만 동동

이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중국산 저가 후판은 공급과잉 등의 이슈로 국내에 현지 가격보다 싸게 공급돼 왔다”면서 “최근 저가 중국산 수입이 더 심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업계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고 판단해 반덤핑 제소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지금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 조사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9월 중순 이후에 심의에 나설 것 같다”면서 “9개월 정도 소요되다 보니 결과는 지켜봐야 하지만 반덤핑이 결정되면 국내 철강 사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과의 사업 관계 등을 고려해 포스코, 동국제강 등은 반덤피 제소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수입 물량으로 인해 우려는 하고 있지만 아직 구제적인 검토를 한 것은 없고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포스코는 유럽 등 선진 시장 공략을 위한 저탄소강 등 철강재 품질 향상으로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경기 불황에 취약해진 철강산업을 위한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실제 세계 2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은 지난달 실적 발표해서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중국의 공격적인 수출”을 꼽으며 “유럽과 미국 철강 가격이 모두 한계비용보다 낮아졌다”고 볼멘소리를 낸 바 있다.

또 칠레 철강기업 CAP는 1950년 설립된 칠레 최대 규모의 우아치파토 제철소를 이달 16일 폐쇄하기로 했다. 칠레 당국이 올해 4월 중국산 철강에 최대 33% 관세 적용을 결정했지만 여전히 공정한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철강업계가 철강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을 통한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본업인 철강업 부진이 지속될 경우 자칫 국내 제조업 전체가 휘청일 수 있다”면서 “최소한의 방어할 수 있는 방안 마련 내지는 저가 철강재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 연구 개발 지원 등 자생력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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