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의혹은 기시감이 있다. 올리브영은 작년 12월 납품업체들에게 경쟁사인 랄라블라와 롭스의 판촉행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압박한 혐의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약 19억원의 과징금 처분과 재발방지 명령을 받았다. 그런데 공정위 제재 9개월 만에 유사한 사건으로 또 조사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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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의혹은 지난 공정위의 올리브영 제재가 시장에 경각심을 높이는 등 공정질서 확립을 위한 충분한 시그널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반복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선 사건에선 올리브영이 독점브랜드(EB) 정책 아래 행사독점을 강요한 것이 혐의의 핵심이었고 공정위 심사관은 시장지배적지위(시지) 남용행위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용했지만 최종 판결에선 EB정책은 사실상 ‘무혐의’고 행사독점 행위 등에 대해서만 대규모유통업법을 적용했다. 공정거래법 적용 시 최대 7000억원의 과징금이 추산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18억9600만원에 그친 이유다.
이마저도 올리브영이 납품업체들에 행사독점을 강요한 행위에는 5억원의 과징금만 부과한 솜방망이 처분에 그쳤다. 나머지는 △판촉행사 기간 중 인하된 납품가격을 행사 후 정상 납품가격으로 환원해 주지 않은 행위(8억9600만원) △정보처리비 부당 수취행위(5억) 등에 대한 과징금이다.
공정위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당시 위원회에선 이 사건의 몸통이었던 EB정책은 ‘경영상의 판단’일뿐이라며 사실상 무혐의 판단(심의절차 종료)을 했고 행사독점은 대규모유통업법상 강제성이 인정돼 과징금이 부과됐다”며 “그러나 EB정책 하에 이뤄졌던 행사독점은 강제성이 인정되고 EB정책은 법망을 피해간 것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했다.
문제는 올리브영뿐만 아니라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 있는 업체들이 EB정책을 표방해 교묘하게 납품업체들에게 행사독점 등을 강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공정위는 무신사에 대해서도 납품업체들에 타 플랫폼 입점을 제한했다는 의혹으로 현장조사를 벌였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계약서까지 갖춰 놓으면 공정위로서도 어떤 기업이 심증적으로 불공정행위를 했더라도 강제성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시장에서 1등 사업자가 납품업자에게 무언의 압박을 했어도, 쌍방간의 계약이 이뤄졌다면 규제당국도 제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올리브영에 내린 시정명령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위 의결서(의결2023-234)를 보면 ‘피심인은 자신의 행사 진행 당월과 전월에 경쟁사업자와 동일 품목으로 행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을 납품업자에 요구하는 방식으로 부당하게 납품업자에게 배타적 거래를 하도록 하거나 납품업자가 경쟁사업자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즉시 중지하고 이러한 행위를 다시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해놨다.
그러나 ‘당월과 전월’이라는 특정시점과 ‘경쟁사업자’(랄라블라 등 해당 사건 속 경쟁사업자)라는 특정사업자를 구체적으로 시정명령에 담은 이상, 이 범위만 벗어나면 비슷한 행위를 해도 시정명령불이행에 해당하지 않는다.
현행법상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인과 대표 모두 고발될 수 있는 강도 높은 수위의 제재를 가하지만, 이번 올리브영 사건에선 시정명령불이행이 적용될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사 행위에 대한 전례(심결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 대해 처벌 가능성이 있지만, 시점과 사업자 등을 특정한 시정명령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제재인) ‘시정명령불이행’ 처분을 내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럴거면 시정명령이라는 처분은 왜 한 것이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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