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기시다 일본 총리의 서울 방문이 알려진 직후인 지난 5월 20일 서울교통공사(공사) 사장 지시로 광화문지하철 역사 내 ‘독도 모형 조형물’이 철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지난달 29일 서울시의회 제326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독도 모형 철거와 관련해 가이드(guide-line)를 준적 없다”고 반박했다. 백 사장은 이날 “역장이 (알아서 철거를)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10일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박승진 의원(중랑3)은 “광화문역 독도 조형물이 지난 5월 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을 찾은 기시다 일본 총리 방문 직전에 사라졌다”며 “갑자기 철거한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광화문역 독도 조형물 철거 지시 후 어떠한 내부 검토도 없이 즉각 지시가 이행됐다”며 “이후 역사 내 방치된 시설물을 파악 후 철거하라는 사장 요청사항이 전 역사에 전달됐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광화문역 독도 모형은 지난 5월 공사의 전수조사 전 사장 지시로 철거됐다. 5월 중순 백 사장이 광화문역을 찾아 철거 지시를 내렸고, 독도 조형물은 며칠 후인 20일에 철거됐다.
실제 공사 건축처는 5월 14일 ‘광화문역 독도 모형 철거 협조’라는 제목의 기안문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사장 요청사항으로 5월 17일 전 역사에 ‘방치 시설물 파악 후 철거’ 지시를 내린 것보다 사흘 앞서 철거가 추진된 것이다.
광화문영업소는 조형물 철거가 이미 완료된 이후인 5월 21일에서야 역사 내 방치 시설물 조사 자료를 제출했다. 이는 지난 8월 8일과 12일 전수조사 과정을 거쳐 완료한 잠실역과 안국역의 독도 조형물 철거 조치와 대조를 이룬다.
그동안 공사는 이태원 사고 이후 지하철 역사 혼잡도 개선 등을 위해 승객 동선·통행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시설물을 전수 조사해 조형물을 철거했고, 그 중 독도 조형물이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해 왔다.
광화문역 독도 모형을 먼저 철거한 이유에 대해 공사 측은 “시설 노후, 일부 균열에 따라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자체적으로 판단해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은 “충분한 검토 없이 철거를 진행하고 문제를 지적하자 그제서야 리모델링하려고 했었다는 건 시민을 기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철거된 광화문역 독도 모형은 창고에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형물이 철거된 광화문과 잠실, 안국역 등 3개 역사엔 독도 영상이 나오는 85인치 크기의 TV가 설치된 상태다.
조형물이 철거되지 않은 시청역, 김포공항역, 이태원역 내 기존 독도 조형물은 복원 작업을 거쳐 독도의 날(10월25일)을 앞둔 10월20일경 전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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