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대상은 주로 일상의 감각에서 비롯될 때가 많다. “엉겅퀴나 두리안, 브로콜리처럼 슈퍼푸드에 선정된 친구들을 그리던 시기가 있었어요. 한창 술을 즐겨 마시던 때 밀크시슬이 실제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는데 맹목적으로 섭취하는 스스로가 웃겨서, 그걸 재미있게 풀어내고 싶어 원재료인 엉겅퀴를 그렸죠. 벽에 걸린 이 작품은 요즘 달리기를 하는 공원에서 잡초 베기가 한창인데, 그 비릿하고 묘한 냄새가 마치 피비린내같이 느껴져서 작업한 거예요.”
인지하지 못하던 불편할 수 있는 사실들을 콕 집어내도 장종완의 회화는 무작정 심각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비극을 희극으로 번역해 보여주는 작업을 좋아해요. 평화주의자여서 비판이나 심각한 메시지를 전할 때 유머를 섞어 완충지대처럼 중화시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단짠단짠처럼.(웃음) 해석의 레이어도 늘어나고요.”
장종완은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광주 파빌리온 그룹전부터 시작해 리스테 아트페어를 함께한 실린더에서는 스페인 조각가 사엘리아 아파라시오(Saelia Aparacio)와 동화 같은 2인전도 선보인다. 그리고 10월에는 아마도예술공간에서 꼭 1년 만에 개인전을 연다. 기이한데 평온하고, 불안한데 아름다운. 역설적인 분위기로 채운 전시장은 어떤 모습일지. “그간의 매체 실험을 나열한 것들이에요. 나무로 만든 조각, 일일이 드로잉을 그려 만든 연극 같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등 어디에서도 공개 안 한 것들도 보여주려고 해요. 화이트 큐브에서의 전시와는 차이를 두고 싶었어요. 2019년 을지로 대안공간 오브에서 전시한 적이 있는데, 마음껏 즐거웠던 기억이 있거든요. 이번에도 즐겨보려고요.”
안서경은 〈바자〉의 피처 에디터다. 예술가들의 작업실에 가서 슬쩍 쌓여 있는 독서리스트를 살펴보는 게 소소한 흥밋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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