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io Visit 1

Studio Visit 1

바자 2024-09-04 08:00:01 신고

최고은
조각가 최고은은 용산의 기존 작업실과 어느 신도시 벤처타워에 마련한 새 작업실을 오가고 있다. 2024 프리즈 서울의 아티스트 어워드 수상자로서 코엑스 전시장에 선보일 대규모 신작을 만들기 위함이다. 최고은의 작업은 어디든 있었다. 폐에어컨이나 냉장고같이 작업의 재료인 기성품이 우리 일상에 놓여 있는 것처럼. 지난해 아트선재 그룹전 «오프사이트»에서 인왕산의 굽이진 능선과 어우러지며, 아마도예술공간의 안팎을 대담하게 채우며. 간결한 조각들은 장소와 공간을 응당 제 것으로 만드는 힘을 지닌 채 자리해 있었다. 그에게도 이번 전시는 실험이었다.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는 해마다 다른 주제를 제시하는데 이번 주제는 ‘기술의 진보’였다. “처음엔 AI처럼 비물질적으로 다뤄지는 작품들이 어울리지, 조각가인 내 작품이 어울릴 만한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제 작업은, 말하자면 도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끄집어내 보여주는 작업이에요. 그런데 특정한 프레임으로 작업을 바라보니, 기술은 여전히 물리적인 토대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죠. 아무리 진보한 첨단기술도 사람들에게 가닿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즉 ‘몸체’를 사용하잖아요. 작품을 만들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이분화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떠올렸어요.”
올해 프리즈 서울에서 최고은은 두 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에어컨의 외피를 소재로 삼은 〈화이트 홈 월〉과 금속 파이프를 벽에 고정시켜 유연하게 구부린 〈글로리아〉의 신작이다. “프리즈 서울은 사람들이 모이는 일종의 미디어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5일 동안 잠시 나타났다 사라지는 시공간이죠. 그런 생각에서 나아가 여러 겹의 외피를 ‘일식의 움직임’처럼 등장시키고자 했죠. 〈글로리아〉는 폭포처럼 쏟아져내리는 이미지를 떠올렸는데, 뒤를 돌아보지 않고 나아가는 기술의 급진적인 진보가 지닌 위협적인 부분을 형상화하려 했어요.”
최고은이 조형언어로 기성품을 마음속에 품고 작업해온 데에는 마땅한 이유가 있다. “처음 이런 재료를 쓰게 된 건 정말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아서였어요. 아름다움에는 다양한 베리에이션이 있잖아요. 대량 생산된 부품을 1백 개쯤 모아놓고 하나하나 보다 보면,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따라 각자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갖는 걸 발견하게 돼요. 저는 공간에 주인공으로 존재하는 사물보다는 배경처럼 존재하는 물건에 관심이 많아요. 계속 시간이 쌓이면서, 익숙한 걸 다르게 봐야만 볼 수 있는 것요.” 틈만 나면 경기도 외곽 고물상에 직접 차를 몰고 가 몇 백 개씩 무덤처럼 쌓여 있는 가전을 요리조리 살펴본다는 작가의 모습을 상상해보자면, 미스터리 영화의 한 장면이 따로 없다. 그렇게 들인 묵직한 재료를 새삼스레 응시하는 일은 작업의 시작이자 끝이 된다. “작은 골목에 위치한 작업실에 머물다가 높은 층의 작업실로 오면서, 배경까지 작품의 일부로 같이 보게 됐어요. 빼곡한 아파트와 공장이 뒤로 보이는 도시의 풍경을 보면, 제 작업의 맥락을 다시 생각해보게 돼요. 물건들의 형태를 잘라보기도 하고, 여러 방식으로 해체도 하고, 부수기도, 휘어보기도 하고…. 머릿속으로 구상하는 것과 그걸 눈앞에 구현하는 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예요. 그렇기에 손을 막 움직여서 만드는, ‘만들기의 재미’를 결코 잃고 싶지 않아요.”

Copyright ⓒ 바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