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박한성 기자] 민주당 수석최고위원으로 유력했던 정봉주 후보가 발을 헛디디고 있다. 압도적인 지지로 수석 자리에 오를 것이 예상됐으나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
그는 경선 초반 1위를 달렸으나 ‘명심’에 밀려 서서히 순위가 떨어지더니,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는 통화 내용까지 공개됐다. 이에 본인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정 후보는 ‘정면돌파’에 나섰다.
정 후보는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당의 혁신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팔이를 뿌리뽑겠다”며 ‘친명계’ 의원들에 대한 강도높은 쓴 소리를 내뱉었다.
또 “(당의)승리를 위해서는 통합을 저해하는 당 내부 암덩어리인 ‘명팔이’를 잘라내야 한다”며 “그들은 이재명의 이름을 팔아 호가호위하며 실세 놀이를 하고 있다. 이재명을 위한다면서 끊임없이 내부를 갈라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누구를 겨냥햔 비판인가’하는 기자의 질문에는 “누구나 알 만한 사람들이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며 말을 줄였다.
이 기자회견은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에 의해 촉발됐다. 최근 정 후보가 이 전 대표에 대해 불만을 품었다는 내용을 박 의원이 공개하면서 친명계 당원들에게 비판을 받는 상황이 기조가 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는 전당대회 경선 초반만 해도 최고위원 중 득표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가 ‘친명계 좌장’으로 꼽히는 김민석 후보를 본인의 유튜브에 출연시켜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냐”하는 등의 발언을 한 뒤 모든 경선에서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하며 정 후보는 누적득표 1위자리를 빼앗기게 됐다.
이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논란이 일어난 직후 정 후보는 인터뷰를 통해 “나도 그 유튜브에 출연했다”거나 “이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으나, 득표에서 양상이 뒤집히자 입장을 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다른 민주당 최고위 후보들과 강성 당원들은 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융단폭격'을 퍼붓고 있다. 아직 지역경선이 끝나지 않은 시점, 이재명 지지자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티에선 ‘정봉주 패싱’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남은 권리당원 투표에서 더는 정봉주에게 표를 주지 말자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 후보가 최고위원 커트라인에서 실제로 이탈할 가능성은 낮다고 점쳐진다. 현재 정 후보의 누적득표율은 15.63%인데, 커트라인 밖 6위 전현희 후보와는 11.54%로 이미 4% 이상의 차이를 벌려놓고 있다.
또, 정 후보는 친명계 당원들 대신 본인만의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따로 보유하고 있어 큰 폭으로 표심이 꺾일 것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정 후보가 작심발언을 이어간 데에 더해 최고위원단에도 무리없이 합류하게 된다면 앞으로 민주당 당 지도부 체제 내에서 갈등이 빚어질 확률이 높아 보인다. 12일 기자회견에서 정 후보는 “최고위원은 주요 당무를 결정하는데, 그냥 거수기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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