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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여자 역도 간판 박혜정(21·고양시청)의 우상은 당연하게도 장미란(40)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이다.
장 차관은 자신의 첫 올림픽 무대였던 2004 아테네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4년 간 무럭무럭 성장했고 2008 베이징 대회에선 압도적인 실력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후 2012 런던 대회에서도 동메달을 획득하면서 세 차례 올림픽에서 금·은·동을 모두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포스트 장미란’을 꿈꾸는 박혜정도 장 차관의 길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 장 차관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첫 번째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따내면서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한 발판을 만들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 6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31㎏, 용상 168㎏, 합계 299㎏을 들어 중국의 리웬웬(합계 309kg)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박혜정의 은메달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윤진희가 동메달을 따낸 이후 한국 역도가 8년 만에 수확한 값진 메달이다. 아울러 장 차관이 동메달을 수확한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여자 최중량급에서 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혜정은 선부중학교 1학년이던 2016년 장 차관의 경기 영상을 보고 그에게 매료돼 역도선수가 되기로 결심했다. 역도를 시작하자마자 천부적인 재능을 발휘하며 ‘제2의 장미란’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중학교 3학년 때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 두 번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수확’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도 세운 박혜정은 2022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정상에 오른데 이어 2023년에는 세게선수권대회과 항저우아시안게임 우승을 휩쓸며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섰다.
그리고 생애 첫 올림픽 무대였던 파리올림픽에서 박혜정은 자신의 계획대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비록 ‘최강’ 리웬웬의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자신이 보유한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향후 더 밝은 미래를 예고했다.
박혜정은 은메달을 목에 건 뒤 “사실 파리 올림픽은 내게 새로운 시작”이라며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이 열리는 2028년에는 내가 ‘금메달에 도전하는 선수’가 돼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봤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더 어려운 도전이다”며 “서두르지 않고, 2028년 LA 올림픽까지 꾸준히 성장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발게 웃으며 씩씩하게 소감을 밝히던 박혜정이었지만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 얘기가 나오자 그의 눈에는 곧바로 눈물이 쏟아졌다. 박혜정의 어머니 남현희 씨는 오랜 암투병 끝에 올림픽을 불과 넉 달 앞두고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박혜정은 깊은 슬픔에도 불구, 올림픽에 집중하기 위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최대한 자제했다. 그리고 파리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에야 어머니에 대한 마음을 전할 수 있었다.
박혜정은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는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 어머니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며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엄마 생각이 났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어머니가 꿈에 나와 함께 놀러 갔다. 일어나니 내가 울고 있었다”며 “한국 가서 어머니에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혜정은 “아버지와 언니가 옆에서 응원해줬고, 박종화 (여자 역도대표팀) 코치님과도 자주 대화했다”며 “많은 분의 지지와 응원이 힘이 됐다”고 도움을 준 이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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