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트리뷴=박한성 기자] 7월 31일, 프로야구 경기결과를 보고 팬들은 눈을 의심했다. 야구의 스코어라고 믿기 어려운 점수가 적혀 있었다.
7월 31일 진행된 프로야구에서 하루 총 득점 신기록이 109점으로 경신됐다. 종전 하루 최고 득점 신기록은 1999년의 106점이었는데, 이땐 더블헤더 포함 하루 7경기가 치러졌었다. 이번엔 5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는데도 더 많은 득점기록이 나왔다.
신기록 경신에는 광주 경기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날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가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맞붙었는데, 경기 결과가 충격적이다. 두산 베어스의 30-6 승리. 심지어 KIA 타이거즈는 현재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승률 6할(2위 LG 0.551)을 유지하며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경기 최다 득점 기록은 97년 대구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LG 트윈스에 기록한 27-5로 승리한 기록이었는데, 이날 그 기록 역시 갈아치워졌다. KIA는 역사에 길이 남을 치욕적인 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이 기록은 KBO에서도 전무후무할 뿐더러, 상대적으로 역사가 긴 일본이나 미국 프로야구로 눈을 돌려도 찾아보기 어렵다. 12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프로야구에서도 30득점 기록은 2007년 텍사스 레인저스가 딱 한번 달성했으며, 일본 프로야구에서도 1940년에 한큐군이 달성한 32득점 말곤 30득점 이상 기록한 경기가 없다.
경이로운 기록이 세워지는 와중, 재밌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광주 경기에서 점수차가 심하게 벌어진 상황, KIA는 9회 투수로 외야수 박정우를 등판시키는 선택을 했다. 야수를 투수로 등판시키는 건 가끔 있는 일이다. 이날 경기는 이미 너무 기운 상태였고, KIA는 마땅히 올릴 투수가 남아 있질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이 재밌었다. 투수 박정우 상대로 두산의 권휘가 타석에 들어섰는데, 권휘는 바로 직전에 두산의 마운드에서 공을 뿌리던 투수였다. 두산도 진작 지명타자가 소멸됐고, 뒤이은 9회말 수비에도 권휘를 마운드에 올리려는 계산이었다.
외야수 박정우는 9회초 투수로 등판해 타석에 들어선 권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9회초를 마무리했고, 바로 9회말 선두타자로 나와 권휘의 초구를 노렸지만 중견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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